도선생님 200주년 기념판을 읽기 전에 가볍게 읽을 만한게 없을까 생각하다 얼마 전 이 세트를 발견한 기억이 났다.
찾아보니 도선생님의 작품이 들어가있었고 얼마 전 친구 분의 글에서도 이 책을 발견한 기억이 났다. <백야>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 발표할 무렵이 전작의 실패로 힘들 때라고 하던데 일단 나는 유일하게 읽었던 <죄와 벌>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

읽으면서 좀 피식거리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다.
우울한 인간인데 세상을 향한 시선에 열려 있는 듯하다. 남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어찌 보면 오지랖 넓은 인간인 것 같기도 하고…(처음엔 스토커인줄…)

만약 내가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간다면 마주치는 사람들 중 한 두명쯤은 같은 시간에 나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안 나온다고 해서 딱히 궁금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대의 상황에도 그 사람이 나를 궁금해할까 싶은 것이다.

나는 지금 언젠가 과거에 나름대로 행복을 느꼈던 장소들을 기억해 내곤 일정한 시간에 그곳을 방문하길 좋아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과거에 맞추어 현재를 꾸미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마치 그림자처럼 까닭 없이, 목적도 없이 우울하고 침울하게 뻬쩨르부르그의 골목골목, 거리거리를 싸돌아다닙니다. 회상이란 참 대단한 거죠! (p56)

주인공은 다리 난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한 여자를 봤고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준 일을 계기로 몇 번의 만남을 가진다. 여자는 결국 다른 남자와 떠나는데 나는 ‘아이고야… 순진하다 순진해.’ 했다.

이 작품은 수채화 같다고나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정작 주인공은 되는 일도 없고 곁에 있는 이도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게 맑은 느낌.


나는 몽상가라기보다는 현실주의자다. 그래서 과거에도 이건 안 되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고 판단할 경우 덤비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무모하더라도 해 보는 도전이나 공상들이 혁신적인 일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물론 결과는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고 의도가 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중기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제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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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2-08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께서 이 글에서 말씀하신 이유때문에 소설을 읽고 도작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저도 이 책 마감헤야하는데 아직 몇 권 남아있어요^^

거리의화가 2024-02-08 12:46   좋아요 3 | URL
<죄와 벌>을 읽을 때는 처연해서 힘이 들었는데 역시 작가는 삶과 작품이 함께 가는 건가 싶었어요. 관찰력이나 묘사력은 역시나 뛰어난 것 같고요.
NOON 세트는 두꺼운 책 읽을 때 중간에 넣으며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stella.K 2024-02-08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사람의 생각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진 않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현실주의적 사고를 많이 하는데 뭐 하다가 안 되면 어때 해 보는 게 중요한 거지 하는 때도 가끔 있더라구요. 물론 결과는...ㅠ
저 도 선생 기념판 사 셨군요. 부럽습니다. 300주년 땐 어떻게 나와도 못 살 텐데 그때 사 둘 걸 그랬나 봅니다. ㅠ

거리의화가 2024-02-08 14:13   좋아요 1 | URL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일이 어찌 보면 용기인데 갈수록 그런 힘이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전집은 저때 뭔 생각으로 구매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딱 떨어지는 숫자로 기념할 숫자이기도 하고 양장판에 디자인에 결국 넘어간 것 같아요. 아무튼 사두니까 아까워서라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4-02-08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사람들, 백야 둘 다 좋았어요

거리의화가 2024-02-08 19:46   좋아요 1 | URL
백야 좋더라구요. 역시 초기작부터 좋았다니^^ 앞으로 즐겁게 읽을 일만 남았네요.

희선 2024-02-09 0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작가여도 나이에 따라 조금 다른 글을 쓰기도 하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도 그랬겠네요 아직 하나도 못 읽어 봤지만... 언젠가 볼 수 있을지...

거리의화가 님 설 연휴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새해가 한번 더 오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02-09 14:44   좋아요 1 | URL
네^^ 작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심경에 변화도 있을 때고 아무래도 작품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백야는 아주 짧은 소설이라 언제 기회가 되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희선님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새파랑 2024-02-09 1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야의 저 문장이 좋았습니다. 의외로 낭만적인 도스토예프스키~!! 도박만 잘하셨다면...

그레이스 2024-02-09 13: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2-09 14:45   좋아요 2 | URL
ㅋㅋㅋ 도박은 역시 운인데 운이 안 좋은걸로!~~~ 새파랑님도, 그레이스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