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문 공부를 하다 말다 하지 않고 요즘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작은 고전을 읽기 위함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어 공부 때문에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한문 공부 방법을 투비에 공유했다(https://tobe.aladin.co.kr/n/48497). 궁금하신 분들은 확인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2.

주말 동안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 3월호(https://www.podbbang.com/magazines/1785996/issues/3258)를 들었다. 그러다 '한 문장의 세계'를 듣는데 너무 좋아서 소름이 돋았다. 주제도, 다룬 인물들(임화, 정찬, 발터 벤야민)도 다 정말 좋았다. 


정희진 선생님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승부욕이 강한 편인 것 같다. 지기 싫어하고 이기는 것에 집착한다. 누군가 나보다 잘 나가면 질투가 샘솟아서 밤에 잠을 못 이룬 적도 많다. 그래도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승리만 하며 살아가겠는가? 생각해 보면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으니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벤야민은 그 말이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일상사, 구술사, 미시사, 주변사 등 교과서나 정사에서 다루지 않는 역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했을 때 우리는 너무나 크게 좌절한다. 이때 내가 마치 루저가 되어 인생을 포기해야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망상들이 심해지면 우울감과 무기력, 자기 파괴나 혐오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이 심해지면 타인에게 위해나 폭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실패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중요하다. 나를 보듬고 쓰다듬는 일.



임화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한 책을 통해서였다. 그 전에는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 책을 통해서 KAF와 구인회 등의 명칭을 알게 되었고 임화의 업적 등을 알게 되었다. 집에는 시선(구판)만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책이 나와 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에 카프 시인집과 현해탄이 포함되어 있다(가지고 있으니 읽기만 하면 되겠군). 평론 선집과 산문집(언제나 지상은 아름답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이 참에 찜을 해 두었다. 

월북을 한 무수히 많은 혁명가와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무지인 상태로 남아 있다. 아직 조명되지 못한 이들이 많을텐데 하는 생각을 늘 한다.


임화의 '현해탄' 구절을 보고 듣는데 눈물이 났다. 한국에 돌아와도 제대로 정착할 수 없었던 이들, 현재도 돌아올 수 없는 많은 이들이 자동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 바다 위

꽃잎처럼 흩어진

몇 사람의 가여운 이름을 안다.


어떤 사람은 건너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돌아오자 죽어 갔다.

어떤 사람은 영영 생사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아픈 패배에 울었다.

그 중엔 희망과 결의와 자랑을 욕되게도 내어 판 이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지금 기억코 싶지는 않다.




발터 벤야민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래 전 철학자 김진영의 글을 읽고 이 책(아케이드 프로젝트)을 사두기만 했다. 여전히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은 쉽사리 도전이 안 될 것 같다^^; 

<역사철학테제> 를 먼저 읽어보는 것으로 해야겠다.




정찬의 최근작 <발 없는 새>을 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헌데 내가 장국영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 책을 결코 읽지 않았겠지. 한 작품만 읽어서 모르겠지만 나는 재미 없지도 않았고 괜찮게 읽었었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셨기 때문에 수가 많지만 <완전한 영혼> 만큼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추가)


1. 

천정환 선생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빼 먹었다. 한국 현대사, 특히 문화와 지성사에 관련하여 관련 저서를 많이 갖고 계신다. 그러니까 미시사, 문화사, 일상사 이런 것에 주목을 하신다고 보아야겠다. 현대사를 공부하다보면 자동으로 이 분의 저작을 만나게 되는데 나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역사를 공부할 때 초반만 하더라도 거시사보다는 미시사나 일상사, 문화사 이런 것이 재밌어서 자주 읽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흥미나 재미를 갖기에 좋은 접근 방법이었다.


처음 제대로 읽은 책이라면 아래의 책일텐데 아마 지금도 집에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출간된 잡지의 기록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 현대문화사 책이다.


추가적으로 이런 책들이 있다. 




2. 

점심 산책을 하다가 산수유가 제법 올라왔길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날은 차지만 햇빛이 따스하고 미세먼지까지 없어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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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3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안그래도 오늘 <완전한 영혼> 을 주문했답니다. 훗.

건수하 2023-03-13 12:35   좋아요 1 | URL
저도 담아뒀어요 요즘 책 너무 많이 사서 찔리지만…

거리의화가 2023-03-13 12:5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역시 벌써 주문들하셨군요^^

바람돌이 2023-03-13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 매거진 3월호는 힐링판이라고 할까요? 저는 진짜 좀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 오늘 진짜 날씨가 좋았어요. 햇살은 쨍한데 공기는 차고 하늘은 너무 맑고.... 낮에 점심먹고 겨우 5분동안 산책했는데도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 화가님 산수유 사진이 낮의 그 기분좋음을 다시 불러일으키네요

거리의화가 2023-03-14 10:17   좋아요 2 | URL
저도 매거진 다 좋았지만 이번달이 가장 좋네요.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날씨 좋았죠. 오늘도 확인해보니 미세먼지도 좋고 날이 좋습니다. 점심 먹고 기분 좋게 걸어야겠습니다. 이곳도 꽃들이 슬슬 올라오고 있어서 당분간은 매일 사진 찍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 2023-03-14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임화 시집 다른 데서 나온 거 한권만 봤군요 그런 시인이 있었구나 했습니다 북한으로 간 사람은 잘 알려지지 않기도 하죠 지금은 예전과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산수유가 달린 채 꽃이 피었네요 사람이 따가지 않아서 그대로 있는 건지, 새라도 먹었다면 없었을지... 제가 다니는 곳에 산수유나무에도 얼마전까지도 산수유 달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꽃 피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3-14 10:20   좋아요 1 | URL
네. 2000년 후부터는 조금씩 조명이 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월북한 인사들에 대해서 처우 개선 등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중 매체에서 더 다뤄주는 게 필요할 것 같고 출간 등도 활발해지면 좋겠어요^^
산수유가 회사 근처라 따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ㅋㅋㅋ 산수유가 얼마나 오래 매달려 있을지 궁금하네요^^;

건수하 2023-03-14 18: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호 그 에피소드 듣고 좀 많이 괴로웠어요. 저는 제가 이겨야 하는 사람은 아닌데 선의는 이길 수 없고 진보는 성공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니까 많이 우울하더군요..

나는 지금 왜 페미니즘 책을 읽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 이 시점에서 예전의 페미니즘에 대해 읽는 건 어떤 의미인가 싶고…

요즘 문학만 많이 읽었는데 최근 나온 논픽션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의화가 2023-03-15 09:03   좋아요 3 | URL
수하님. 어떤 말씀을 하시는 하시는 건지 짐작은 갑니다. 저는 이 에피소드 말고 다른 에피소드에서 ˝진보는 실패했다.˝ 라고 하셨던 부분이 있었는데 동감하면서도 앞으로 그럼 희망이 없는가, 진보의 미래는 없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보수적인 흐름이 더 깊어지고 있는 상태죠.

페미니즘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이들, 여성 문제(비단 여성 뿐 아니라 약자들에 관한 문제)들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현재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페미니즘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소용없진 않을 겁니다.

제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역사는 어떤 흐름에서 반복되는 것도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실패와 성공의 기록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23-03-15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3-15 09:17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정성스런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그동안에는 페미니즘 책에 그저 공감하고 재미로(?) 읽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현실에 접목해야겠다,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을 좀 제대로 파악해두고 다른 책들을 읽어야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저도 느끼게 되었어요. 표현은 잘 못했지만 ^^ 거리의화가님 덕분에 좀더 생각이 명료해지는 것 같습니다.

2023-03-15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