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기후 위기가 된 것 같다.
이틀 연속 폭우로 퇴근길은 최악이었다.
월요일 퇴근 때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일부러 검은색 바지를 입기는 했으나 소용 없었다. 온 몸이 다 젖은 채로 버스에 탔다.
올 여름 들어 벌써 두 번째 이런 사태였다.
어제는 비가 많이 올 것 같아서 불편하지만 샌들을 신었고 평소 입지도 않는 치마를 꺼내 입었다.
하지만 퇴근에 때맞춰 미친 듯이 쏟아붓는 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차가 막혀서 퇴근 버스가 원래 오기로 한 시간보다 5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비를 맞고 에어컨 냉기를 쐬니 춥기도 했는데 어찌저찌 집에 도착했다.
온 몸이 두드려맞듯 욱신거렸다. 백팩 안에 책이 혹시라도 젖을까봐 사수하느라 팔에 힘을 잔뜩 주고 1시간 가까이 서 있었던 탓이었던 것 같다.
보도 뉴스에는 온통 흙탕물과 물바다가 된 도심의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기후 위기가 재난 수준이 된 것 같다.
1년에 내려야 할 비 양의 1/3 정도가 내렸다고 하니 말 다했다.
부디 이번주 더는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좋겠다.


#2

힘이 빠져 저녁은 대충 먹고 <저주토끼>를 읽기 시작했다.
괜히 읽었나 생각했다. 머릿속에 장면들을 떠올리면 불쾌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머리- 같은 경우^^;
좀 작위적인 설정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저주토끼 단편은 두둔할 만한 메시지도 있었다. 계급과 자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정직이라는 단어는 사회에 통하지 않고 사기가 더 잘 통하는 세상이었다.


오늘 출근해서는 두 개의 단편을 더 읽었다.



- 추가


#3


고민하다가 <하얼빈>을 주문했다. 안중근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책이라 사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이다.


정희진 글쓰기 시리즈는 1~3번째 1권 초반만 읽고 방치한 상태인데  5번째 책을 샀다. 좀 더 잘 읽힌다는 이야기를 듣고^^;

1권을 읽다 만 것은 방치라기보다는 한 편의 글을 읽고 나면 관련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려둔 것이다. 



8월의 커피를 포함시켰고~ 난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지라 고소한 맛으로 샀다.




<헤어질 결심> 각본이 열풍인 와중에 나는 <동주> 각본집을 보자마자 설레서 결국 주문에 포함시켰다.

당시 좋아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관에서는 한 번만 봤지만 이후 개인적으로 몇 번 더 보았던 기억이 난다.

두 배우의 연기도 참 좋았고... 보고 있으면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이 아스라히 내 마음에 와 닿았었다. 

이 영화야말로 큰 화면으로 봐야 더 좋은 영화이다.

밤하늘의 별. 암흑 속에서 빛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영화...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8-10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폭우때문에 다들 비피해 입으신건 없는지 걱정이네요. 퇴근길이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저러고 집에 오면 정말 기진맥진이잖아요. 에휴....
여기 남쪽은 또 비 구경 하기 힘드네요. 아직 가뭄 해소도 제대로 안된지라 그는 또 그대로 걱정입니다.
저주토끼 처음에 좀 찜찜했는데, 특히 말씀하신 머리요. 근데 뒤로 갈수록 저는 좋아졌습니다. 부디 화가님도 좋아지시기를요. 뭐 아니어도 좋구요. 세상에 취향에ㅠ맞고도 좋은 책들은 널려있으니 말입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0 10:04   좋아요 3 | URL
저주토끼는 어차피 대출한 책이라 저도 가볍게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여러 단편이 실려 있어서 그 중 마음에 드는 단편 하나 건지면 되겠다 생각하고 읽고 있어요^^;

비 구름떼가 충청 이남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뭄은 해갈되어야겠지만 비가 단시간 내에 마구 쏟아지는지라 그럴까봐 또 걱정이네요~ㅠㅠ 한쪽은 폭염과 가뭄, 다른 한쪽은 폭우 이래 저래 기후위기가 맞나봅니다.

프레이야 2022-08-10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뉴스에 알게 된, 폭우로 숨진 반지하방 가족 생각했습니다.
남쪽은 폭염이라 실감이 나지 않고 뉴스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동주 각본집 사셨군요. 그 영화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0 13:13   좋아요 2 | URL
재난과 위기는 어려운 이들에게 더 가혹한 상황이 되니 마음이 아픕니다. 자본과 계급이라는 단어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고요.
동주 영화 좋죠. <하얼빈> 출고일이 좀 늦어져서 주말에나 받게 되겠지만 영화의 대사들이 제 가슴을 치고 들어올 것을 생각하니 설레입니다^^

mini74 2022-08-10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화가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ㅠㅠ 동주.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저 어리고 고운 청년들이 왜. 라며 훌쩍이게 되는 영화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10 16:53   좋아요 1 | URL
어제 퇴근 무렵 많이 추웠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잤더니 그나마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가 사무실에도 들이닥쳐서 다시 조심해야 하는;;;
동주 보면 매번 뭉클해요~ 각본을 소장할 수 있어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0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얼빈 읽고는 싶으나 왠지
제 돈 주고 사서 읽기에는 -

그리하야 아마도 가을이나 겨울
쯤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2-08-10 21:12   좋아요 2 | URL
저도 고민고민하다가 주문했어요~ 별로일수도 있을텐데 일단 이야기의 구성이나 문장력에 중점을 두고 읽어보려고 합니다.
날씨 서늘할 때 읽으면 더 좋을 듯도 싶네요. 레삭매냐님의 후일 감상도 기대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8-10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애정하는 김훈작가의 하얼빈 기대됩니다^^
이문열의 불멸과 어떤 차별을 두고 썼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주토끼는 별 기대없이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빨려들어 단숨에 읽어 버렸어요.
기시감이 느껴지면서도 색다른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아직 동주, 영화 보지 못했는데 봐야 하는데도 맘이 아플까봐 보지 못하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2-08-11 08:57   좋아요 2 | URL
김훈 작가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데 저는 사실 아직 깊게 빠져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필생 사업이라고 작가가 이야기한 안중근에 대한 것인 만큼 더 좋을 거라고 기대중입니다.
저주토끼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주제와 묘한 분위기에 끌려 흡입력 있게 읽고 있습니다. 단편이라 주중에 읽기에도 좋네요ㅎㅎ
동주 영화로는 보지 못하셨군요. 한 번쯤은 꼭 보셔요. 큰 스크린으로 보면 더 좋은데~^^ 맘은 아프지만 참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희선 2022-08-11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많이 와서 힘드셨겠네요 물바다가 된 곳 보니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 한번 겪기는 했는데... 그 뒤부터 여름 오고 비 온다고 하면 걱정합니다 기후변화가 심하네요 위기가 맞네요 지금부터라도 좀 나아지게 해야 할 텐데... 다음주에도 온다고 하던데 그때는 그렇게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영화보다 책으로 만나는군요 《동주》도 책으로 봤습니다 몇해 전에...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1 08:59   좋아요 1 | URL
안 그래도 물을 무서워하는데 이번 비는 진짜 너무 무섭게 내려서 공포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한반도도 기후 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곳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와 책은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이건 각본집이니까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는 맛이 있을 것 같아요. 희선님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2-08-11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기도 폭우때문에 난리였군요 ㅜㅜ 그래도 출근해서 단편 읽고 좋은시간을 보내셨군요~!!
저도 하얼빈 읽고 싶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11 13:06   좋아요 2 | URL
수도권 전체적으로 난리였죠ㅠㅠ 이곳 다시 비가 옵니다. 이젠 비가 무섭고 지겹네요ㅜㅜ 주중에는 단편을 읽을까봐요. <저주토끼>는 기괴한 이야기와 묘사가 있어서 오싹해하며 읽었습니다ㅎㅎㅎ
<하얼빈> 새파랑님도 재미나게 읽으실 것 같아요.

2022-08-11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