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몸에 가하는 폭력과 죽음

폭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너무 흔한 이미지를 생각했다. 나오미 울프가 이야기하는 폭력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피부 시술, 성형 수술, 유방 절제술, 음핵/난소 절제술, 지방 흡입술 등 성형외과 의사들은 돈벌이를 위해 철저하게 여성들을 이용한다. 윤리적 문제를 비롯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는데도 “그리 아프지 않아요.” “안전해요” 라며 거짓을 남발한다.

여성의 몸을 난도질해 그들은 철저한 이익을 얻는다. 나아가 여성들을 경쟁하게 만들어 분리시켜 놓는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정상인 건강한 여성의 심리와 욕망, 충동을 병적인것으로 정의하는 고대의 의학적 태도를 넘겨받았다. 그러한 태도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으나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이 병약한 것을 숭배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 P352

과거에 자신이 여성이라서 병들었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성을 바꾸지 않는 한 치료할 길이 없으니 그것을 돈으로 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못생겨서 병들었다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그것을 돈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 P356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이 아름다움의 신화가 몸의 기능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데 편승하고 있다. 남성의 허벅지는 걷기 위한 것인데, 여성의 허벅지는 걷기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성은 걸을 수 있어도 팔다리가 적절해 보이지 않으면 원래 기능을 하지 못하는것 같다. 빅토리아 시대에 본의 아니게 건강 염려증에 걸린 사람이 자신이 아프다고 생각했듯이, 우리도 자신이 정말 기형이고 불구인 것 같다. - P363

대다수 남성과 여성은 40~60세까지가 권력이 가장 많은 인생의 황금기인데, 이때를 남성은 절정기라고 하고 여성은 퇴조기라고 한다(특히 이때 여성은 성적으로 절정기이고 남성은 퇴조기인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중잣대는 중년 여성과 남성의 건강 차이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신화의 인위적인 불평등에 근거한 것이다. 성형수술 시대에 허울로 "건강" 운운하는 것이 위선인 것은 아름다움의 신화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가 여성은 배고프게 살고 젊어서 죽고 아리따운 시체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67

본질적으로 여성적인 것(여성의 표정과 살갗의 감촉, 유방의 모양, 출산 뒤 피부의 변화)이 모두 추한 것으로, 추한 것이 질병으로 재분류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여성의 힘이 강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고, 이는 왜 그것이힘이 약해지는 것으로 재분류되는지 설명해준다. 여성의 삶에서 적어도 3분의 1은 노화가 나타나는 기간이고, 여성의 몸도 약 3분의 1이 지방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성을 상징하는 두 가지가 모두 수술해서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둔갑하고 있다. 여성이 나머지 3분의 2 기간에들 때만 건강하다고 느끼도록 말이다. "이상적인 것" 이 여성의 몸에 성적 특징이 얼마나 존재하지 않는가로 규정되고 얼굴에 얼마나 삶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가로 규정된다면, 그것이 어떻게 여성에게 이상적인것일 수 있겠는가? - P369

현대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은 못생겼다고 느낄 필요가 있는 여성의사회적 역할과 금전적 ·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시장점유율을 위해 광고하지 않는다. 그들의 광고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미용성형외과 산업의 급성장은 여성지에 광고와 기사가 나란히 나가도록 해 수요를 창출하는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 P371

성형수술 시대가 연 여성과 윤리적 공백 문제에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논쟁도 없다.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이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자기들은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군인도 아기를 죽이는 것은 꺼리고, 국방부도 독가스에는 선을 긋고, 제네바 협정은 전시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문명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고문인지 알고 그것을 비난할 줄 안다는 데 우리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아름다움의 신화는 문명 밖에 존재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의 신화에는 아직 한계라는 것이 없다. - P375

여성이 대부분 구할 수 있는 자료에서는 한 번도 언급된 적 없는 위험이 젖꼭지가 죽는 것이다. 페니 촐튼에 따르면 "유방수술은 어떤것이든 여성이 지금껏 즐긴 성적 자극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환자에게 중요할 경우에 대비해 의사가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어야 한다." 유방수술은 성감을 크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성적 불구로 만드는 것과 같다. - P385

서아프리카에서는 음핵을 절제하지 않은 무슬림 처녀는 결혼할 수 없다. 그래서 부족의 여성이 살균 소독도 하지 않은 깨진 병이나녹슨 칼로 음핵을 잘라내어 출혈과 세균에 감염되는 일이 흔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거기서는 여성이 행위 주체다. 그러니 똑같이 여기서도 여성이 "자신에게 그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2500만 명에 이르는 여성이 성기가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 설명은 그러면 다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정반대인데 말이다. - P386

건강한 몸은 고통을 피하도록 반사작용을 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의사고는 마취제처럼 감각을 마비시켜 여성을 물건처럼 만드는 능력이있다. 아름다움의 지표는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치를 계속높여 성형 과학기술을 뒷받침해준다. 성형수술 시대에 살아남으려면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고통을 느낄수록 우리가 차단해야 했던 정신적 경로를 재개하는 데 심리적저항을 느낄 것이다. - P395

탐구할필요가 있는 것은 신체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몸 그 둘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게 만드는 분위기,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이다.
우리는 지금 미용성형수술과 함께 무시무시한 새 시대에 들어섰다.
모든 제약이 사라졌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외관을 해칠 위험이 있어도그것을 억제하지 못한다. 미용성형수술과 관련해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것이 지구 생물체의 균형에 일어나는 일 같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전환기에 있다. - P399

여성이 "아름다움"에 집착한다고 해서 이런 생명의 위협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여성은 아름답기 위해 고통을 감수할 뿐이며(여성이 고통 받는 것도 아름다우므로) 여성이 느끼는 고통은 단지 "불편할 뿐이다. - P402

여성은 제도가 전하는 메시지에, 여성의 "아름다움"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제도는 어떤 수준의 폭력도 용인한다는 메시지를 아주 분명하게 보낸다. 아름다움을 위한 투쟁이 여성의전쟁이라면 그것을 거부하는 여성은 겁쟁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전쟁을 거부하는 남성 평화주의자들이 겁쟁이 취급을 받듯이, "누가 미용성형수술을 두려워해?" 하고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은 비아냥거린다.
성형수술 시대를 사는 여성의 선택은 자유롭지 않고, 따라서 여성이 여성의 고통을 진짜 고통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 P408

지방 흡입술은 2년마다 세 배씩 성장하는 미용성형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수술이다. 이러한 경향이 악화되어 절대 다시는 적절하다고 여길 수 없을 때까지 가기 전에, 지금이 뒤로 물러서서 죽은 14개의 몸에, 진짜 몸에, 인간에 주목할 때다. - P416

점진적 비인간화는 기록으로 충분히 입증된 분명한 패턴이 있다. 미용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몸의 어떤 부분이 살아 있어도 가치가 없다 느끼고 사회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대기 전반에 퍼져 우생학의 악취를 풍기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세계가 서양 민주주의에서 찬미해서는 안 될 생물학 지상주의에 토대를 두기 때문이다. - P420

미래가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확신할 수 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여성이 계속 "여성" 의 범주에서 "못생긴" 범주로 이동해 수치스러운 나머지 조립 라인에서 대량생산되는 동일한 신체를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여성이 압력에 굴복할 때마다 압력은 더욱 거세져 그것이 의무가 될 것이고, 결국 자존심 있는 여성은 고치지 않은 얼굴로는 감히 밖에 나가지 못하리라. 여기에 싸구려 병원까지 가세해 값싸게 여성의 몸을 난도질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음핵의 위치를 바꾸고, 질을 꼭 맞게 꿰매어 붙이고, 목의 근육을 풀고, 구역질 반사 기능을 없애는 것도 시간문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의사들이 몸속에 있는 기관을 볼 수 있게 투명한 피부를 개발해이식한 적도 있다. 한 목격자는 그것을 "최고의 관음증"이라고 한다.
이런 기계가 바로 문 앞에 있다. 그녀가 미래일까?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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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20 1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거리의화가 2022-02-20 14:11   좋아요 4 | URL
미미님도 거의 막바지이시죠?^^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mini74 2022-02-20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경쟁하게 만들어 분리시켜 놓는다. 너무 와닿는 말입니다 ㅠ

거리의화가 2022-02-20 14:13   좋아요 4 | URL
책의 내용 중 가장 와닿는 글귀였어요 아름다움의 신화가 결국 여성들끼리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전이며 분리를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여성들이 서로를 보듬고 인정하고 연대해야할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20 14: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제일 좋고 아름다운데~~
이 모든 것이 또 자본과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무수한 여성들을 희생시키는거죠^^
시댁의 조카 한 명이 계속 성형을 하더라고요^^본인은 만족하는데 제가 볼 때는 성형 후에 똑 닮아가는 찍어내는 얼굴 있잖아요^^
딱 그 닮은꼴이더라고요.
사실은 경쟁해서 분열시키고
분리는 커녕 똑같이 찍어내는 겁니다~~

거리의화가 2022-02-20 14:57   좋아요 3 | URL
네 철저한 자본의 논리 맞습니다! 여기에 이용당하고 놀아나지 말자라고 줄곧 생각했고 의식 중 하나라도 실천하자 느꼈답니다.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 성형한 모습 보면 기계처럼 똑같은 얼굴 볼 때 놀랍고 안타까울 때가 많죠ㅠ 너무 씁쓸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0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셨군요??
축하합니다...이제부터 읽고 싶은 책 더 많이 읽으시겠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ㅜㅜ

거리의화가 2022-02-21 09:14   좋아요 2 | URL
역시 나무님 알아봐주시는군요...^^ 읽고 싶은 역사책들이 쭈욱 리스트에 쌓여있답니다. 남은 2월은 읽고 싶은 책들로 달려야겠어요ㅋㅋ
이번 달 여성주의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남은 분량도 힘내시길!

다락방 2022-02-26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산 책이 있답니다. 그건 조만간 페이퍼에서 언급할 예정입니다 절판 되어서 중고로 샀네요. 중고가 있어서 다행이지 뭡니까. 후훗.
읽느라 고생하셨고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밑줄 긋기 올려주신 것도 너무 좋아요. 이렇게 거리의화가 님이 읽고 계시고 이런 부분에서 인상적으로 느끼셨구나 해서 좋았습니다. 다음달에도 계속해요, 거리의화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