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과거가 없는 남자>

워낙 불경기다 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임금 체불 소식이 유난히 귀에 자주 들어온다.
정규직,  비정규직,  일용노무직... 요즘은 이렇게 노동자의 계급도 3개로 나뉜다고
어제 아침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한 패널이 말했다.
일을 시켜먹었으면 약속한 돈을 줘야지, 자기는 고대광실에 호의호식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며 애간장만 태우다가 결국 그 알량한 임금을 떼먹는 악덕 사장들이 많다.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에는 여러 가지 기막힌 사정으로 경영하던 건설회사가 망하고
뿔뿔이 흩어진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주기 위해서 은행강도가 되는
늙은 사장이 나온다.
아리랑치기에게 호되게 당하여 자신의 과거를 몽땅 잃어버린 주인공이 통장이라도 어떻게
만들 수 없을까 하여 은행에 갔다가 강도로 돌변한 이 노인과 마주치는데......

그렇게 은행에서 강탈한 돈을 들고 주인공을 찾아와 일을 의뢰하는데 그 일이란 게
새로운 직장으로 뿔뿔이 흩어진 직원들을 한 명씩 만나 밀린 임금을 주고 오라는 것.
스틸컷 오른쪽의  돈봉투를 수북히 들고 있는 노인이 바로 그이다.
주인공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스런 모습으로 여기저기 새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나 무사히 돈봉투를 전달한다.

사장님은 그 후 권총으로 목숨을 스스로 끊는데......진작에 죽고 싶었는데 직원들에게 주지 못한
밀린 임금 때문에 차마 죽지도 못했던 것이다.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에는 어딘가 한 군데씩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웃음기 없는 진지한 얼굴과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 한쪽에 묵직한 동통이 느껴진다.

방송에서 임금 체불 소식이 들릴라치면 어김없이 이 영화 속 사장님이 떠오른다.
그 가슴 철렁하던 총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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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2-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드무비님의 운명의 영화가 이 영화였었구나. 전 그걸 '용서받지 못한 자'로 착각하고 있었어요. 우하하.

sudan 2005-12-0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올리시자 마자 냅다 와서 후다닥 읽고 추천했는데, 저보다 빠른 분이 계시네요?
정말 읽지도 않고 추천하시는가부다.

검둥개 2005-12-0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의 그 감독이네요!
아아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런 사장도 있다니.

물만두 2005-12-0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도 있군요. 저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를 읽고 님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 책은 실직자의 입장에서 쓴거지만요...

로드무비 2005-12-0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스틸컷 한 장에도 제가 말하는 느낌이 전달되죠?
정말 저런 사장님이 있다면......

수단님, 그 날의 운명의 영화!^^
제가 보는 영화는 모두 운명의 영화예요.
(어느 고마우신 분이?!)

mong 2005-12-0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러면서도 웃게 만드는 영화일것 같은데요...
보고 싶어지는 영화 또 한편~

로드무비 2005-12-0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께 강력추천!^^

물만두님. <도끼>라고요?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로자 2005-12-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눈시울이 뜨거워져요. 저도 보고 싶어요.
댓글 잘 남기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만 해놓고 어디에 얼굴을 들어야 할지 몰라 저는 사라집니다. 휘리릭~

2005-12-0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12-0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 영화 비디오가게 가면 있나요?
아님 개봉중인 영화인가.....?

2005-12-01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5-12-0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좋은 영화를 소개해 주셨네요. 보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5-12-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나중에 님 방에 가서 좀 속삭일게요.^^

깍두기님, 영화는 끝났고 곧 비디오나 DVD로 나오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차하면 어둠의 경로로 보시지요?^^

과일&추리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전 처음 듣는 얘기예요.
그 딸도 아빠도 안됐다!^^;;

속삭이신 님, 우와 제가 알기로 님이 누군가를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 아닌가요?
제가 다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어떠셨는지 이야기 해주셔야 해요.^^

로자님, 뭐 저도 그 댓글을 그리 믿지는 않았습니다.ㅎㅎ
이렇게 만나니 반갑네요.
잘 지내시죠?^^

로드무비 2005-12-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꼭 구해서 보세요.^^

2005-12-01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02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0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칭 알라딘에서 최고로 이쁜 이모님, 다행이에요.
뭔지는 아시죠?
차분히 마무리 잘하세요.^^

날개 2005-12-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기억했다가 챙겨서 봐야겠군요...

로드무비 2005-12-0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꼭 보세요!^^

DJ뽀스 2006-05-0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ogs have no hell (텐미니츠 트럼펫 중)



'과거가 없는 남자'의 에필로그 격인 단편입니다.
이걸 보고 '과거가 없는 남자'를 봐서 이 단편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저 두 남녀가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밖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