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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유령일 뿐 - Nothing But Ghos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난해 말, 드디어 아파트 복도와 계단에 함부로 버려진 담배꽁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보는 족족 그냥 줍기로 한 것이다.
주워서 내 집 쓰레기통, 외출중이라면 집 밖에서 처음 만나는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인간에게 어느 날 난데없이 담배꽁초가
거의 강박 수준으로 들러붙었다.
특히 집 앞 복도, 계단의 것은 그냥 보아넘기지 못했다.
멋진 달필(!)로 몇 마디 써서 여기도 붙이고 저기도 붙이고 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꽁초들을 주워 계단 창틀에 쭈루룩 전시해 놓기도 했다. 보고 찔끔!하라고.
그런데 그런 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복도에는 늘 매캐한 연기와 함께
질겅질겅 씹다버린 듯한 담배꽁초가 몇 개씩이나 나뒹굴었다.
-- 담배꽁초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좀 거시기하구나!
어느 날 슬며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찮은 것에 계속 신경을 쓰기엔 내 시간이 아깝잖은가!(별로 하는 일은 없다만.)
이제는 담배꽁초가 몇 개 뒹굴든 암시랑토 않다.
허리를 구부린 김에 뚱뚱한 허리를 의식하고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짧은 팔을 최대한 길게 뻗고 궁둥이를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이 유쾌하기까지 하다.

호퍼의 그림 같은 영화 스틸컷
<단지 유령일 뿐 Nothing But Ghosts>은 제목이 주는 모호한 울림과 함께,
'미국 서부, 아이슬란드, 자메이카,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을
저마다의 이유로 각각 찾은 다섯(쌍 혹은 혼자) 여행객'이라는 문구에 끌려
보러 갔다.
심란한 얼굴로 찾은 각각의 여행지는 쌍수를 들어 그들을 환영한다든가
멋진 로맨스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그냥 무심한 풍경으로 흐리게 펼쳐져 있다.
이들 중 나는 아이슬란드와 자메이카가 특히 좋았다.
픙광도, 에피소드도 썩 마음에 와닿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잡지를 읽는데 재미있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된 대통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내가 정치를 안한 한풀이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명박'을 선택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우연한 기회의 여행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그는 화려한 문명을 자랑했던 캄보디아가 폐허가 된 모습을 보고
'이명박 같은 사람이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국운이 편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주간경향>2009년 4월 7일자, '방통대군 최시중' 특집기사)
-- 앙코르와트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유령도 다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