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거리는 삶 헤매고 떠도는 삶 술에 취해 주정도 하
고 실수도 하는 삶이 세계입니다 고상한 영혼 따윈 없죠
형이상학도 없습니다 모두가 언어죠 후회도 언어 기쁨도
언어 모래도 언어 지금 저리는 팔도 언어 어제 들른 카페
도 언어 당신도 언어입니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이
고 당신의 한계죠 당신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입니다 당신
은 당신의 눈을 볼 수 없고 당신은 지금 추운 들판, 거리,
마른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당신의 시야 속에 있습니다
당신의 시야가 세계이고 세계의 한계죠 사유는 결국 미친
짓이죠 무슨 영혼, 진리, 본질 따윈 버리세요 잊으세요 망
각하세요 세계와 거리를 두지 마세요 그저 사세요 영혼
따위에 속지 마세요 진리를 찾지 마세요 삶이 그대로 진
리입니다 당신의 진리가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진리죠
오전엔 눈이 오고 오후엔 해가 납니다
         
 - 이승훈 詩 <우리가 할 일은 웃는 것이다> 全文




좀전 달걀을 꺼내려 냉장고 문을 여는데 냉동실 앞에 붙은 이상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삶.은.  나.물.

인생은(삶=나물) 나물이라고?
이게 뭔 소리여?
깜짝 놀라서 잠시 냉장고 문을 여는 것도 잊었다.
뒤이어 나의 메모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분홍새우살
밥 한 공기
매생이 
...

며칠 전 나물을 삶고 보니 양이 너무 많아 밀폐용기에 반 덜어 얼려두었다.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서 본 살림의 달인인지 여왕인지가 문득 생각나
냉동실에 보관된 식품과 식재료 목록을 적어 붙여두었던 것.

시인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저 살라는데, 
나는 '삶'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니......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8-12-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나물이면 오히려 편안하지 않을까..잡생각 좀 해봅니다.
삶은 수육이나 삶은 머릿고기는 너무 헤비한 삶일 것 같고...
차라리 가볍고 건강에 좋은 나물이.....(역시 잡생각.)

로드무비 2008-12-29 15:30   좋아요 0 | URL
긍께요.
생각은 삶이 나물 같으면 좋겠는디
입맛은 역시 수육 쪽입니다.=3=3=3

balmas 2008-12-29 16:26   좋아요 0 | URL
나는 삶은 고구마 ... 3=3=3

로드무비 2008-12-29 21:58   좋아요 0 | URL
삶은 달걀.=3=3=3

(발마스 님, 반가워요.^^)

poptrash 2008-12-2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어쩜 이승훈 선생님 시 답네요. (말장난이 훨씬 더 줄었긴 하지만) 벌써 연말이에요... 행복한 새해 되세요!

2008-12-29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8-12-2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어요~~ ㅋㅋ
아궁. 나물하니깐 생각나네요. 고사리를 사두었는데, 어제 무쳐야지 했는데..안 했거든요.
오늘도 하기 싫은데.. 어쩌죠.-_ㅠ

많이 웃으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께요! :)

로드무비 2008-12-29 21:5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 님, 제 기억이 맞다면 전 고사리를 한 번도 안 사봤습니다.
(아, 글고 보니 몇 년 전 대보름에 한 번 샀던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저녁 상엔 고사리나물이 오르는 건가요?ㅎㅎ

가시장미 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치니 2008-12-2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에 이런 뒷글이라니, 정말 로드무비님은 천재에요. 하하. 덕분에 유쾌하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로드무비 2008-12-29 21:51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 때문에 치니 님이 유쾌하시다니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하는 짓이 하도 띨해서 책장수님께 반푼이 취급을 받고 있는데
님의 댓글이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3=3=3


2008-12-3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9-01-0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랑하시는 로드무비님의
로망이 될 만한 서재그림을 보았습니다.
한번 보세요. 벌써 보셨는가 모르겠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shelf/story.nhn?startmonth=200901

로드무비 2009-01-01 22:28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덕분에 멋진 서재를 구경했습니다.
오오래 전 신경숙 작가가 독신일 때 자취방에서 찍은 사진 중
뒷배경의 책 무더기에서 <죽비소리>라는 책을 발견하고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 책은 끌렸어요.

서재가 크고 훌륭하니, 책이 자세히 안 보이는 단점은 있네요.^^









roadmovie 2009-01-02 12: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곰 생각해 보니 죽비소리가 아니고 장군죽비네요.ㅎㅎ
갑자기 생각나 달려왔습니다.=3=3=3

2009-01-01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1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