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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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로서 오쿠다 히데오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야하다던 <라라피포>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면장선거>까지 다 챙겼었는데, 이 책 <걸>을 빼먹고 있었다. <라라피포>의 막장인생까지도 냉소하지 않는 그의 따뜻한 시선을 좋아한다. 그는 당황스럽고, 억지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생각할 거리 숨겨놓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그의 뻔하고 뻔뻔한 엔딩을 나는 좋아한다.

<걸>은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모두 서른을 넘긴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첫 단편인 <띠동갑>은 서른네 살의 요코가 신타로라는 띠동갑 신입사원을 지도사원으로 맞으면서 겪는 이야기 이다. 신타로에게 접근하는 여자 후배들을 질투하는 주 내용인데, 더 이상 젊은 여성은 아니라는 자책과 함께 쏟아내는 요코의 독백이 솔직하다 못해 눈물겹다. 그리고 친구의 권유로 나가게 되는 사교모임에서 그녀가 들게 되는 말은 이거다. "자기는 분명히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구실과 지금 이 상태로는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마음이 우리를 미팅 자리로 내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p.62) 책에서는 모라토리엄(지불불능 상태, 사회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결국 요코는 모라토리엄을 해지한다. 사교모임에서 만난 남자의 데이트 신청이 온 것이다. 그에 대해, 요코는 가주기로 했다(p.73)고 쓴다. 마지막 문장의 기막힘이란! 히데오는 여자를 알고 있다.

처음 <히로>라는 제목을 봤을 때, 히어로 Hero를 제목으로 쓴 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공 세이코의 남편, 히로키를 지칭하는 말임을 곧 깨달았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인 세이코는 회사에서 관리자로 진급하게 된다. 그녀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팀을 끌어가려 하는데 나이많은 부하직원 때문에 골탕을 먹게 된다. 전형적인 가부장에 인맥주의자이기에, 세이코와는 애초에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세이코에게는 일 욕심은 덜한 오디오 마니아 히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그 부하직원을 굴복시키는데 그 방법이 꽤 통쾌하다.) 세이코는 남편에게 양가감점을 느끼면서도 결국 인정하게 되는데, 난 그 남편이 제일 큰 승리자란 생각이 든다. 무심한 듯, 부드러운 조언으로 세이코를 다시 직장으로 뛰어들 힘을 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Hero는 그 부하 직원처럼 가부장적이고 꽉 닫힌 자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즐기며 주변인을 부드럽게 바라 볼 수 있는 자인 것 같다. 덤으로 그는 아내의 높은 수입 덕에 자기가 좋아하는 오디오에 더욱 집중 할 수도 있게 되지 않겠는가.

<걸>은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걸’스러워도 되는 시기가 있고, 자제해야 하는 시기가 있지만 마음엔 늘 ‘걸’이 살고 있다는 내용이 주다. 주인공 유키코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원색 옷도 과감히 입는 선배, 같이 소심해져가는 친구, 그와는 대조적인 백화점 담당자가 나온다. 마지막 상황에서 히데오의 뻔한 무대가 등장하는데, 백화점 직원이 그 무대를 걷는다. 뻔한 결론도 좋다. 히데오식 결론은 나를 편안케 한다. 

이 외에도 순차적으로 <아파트>, <워킹맘> 단편들이 나오는데 결론은 밝지만, 과정은 편안하지 않다. 가볍게 썼지만 가볍게 다가오질 않는다. 노처녀 여성이 직장에 대해 가지는 의미와 싱글 맘의 직장생활 분투기가 나오는데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해 질까. 특히 <아파트>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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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6-2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결론은 밝지만 과정은 편안하지 않다.... 와닿아요.
결론이 급밝아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만족하지 못했다가도..
편안하지 않은 과정을 떠올라면 만족스러운...그런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모과양 2007-06-2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e님도 읽으셨군요. ^^

nautila 2007-07-0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이 책 읽고 싶어요! 이전에 공중그네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인터폴은 약간 시들했거든요. 근데 그거 말고도 책을 많이 내셨네요. 추천 고맙습니다.

모과양 2007-07-1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utila님. <걸>읽어보세요, 제게는 재미있었어요. <인터폴>보다 <면장선거>는 더 시들하답니다. 나름 의미를 찾아 읽는다면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요.

2008-07-13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18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런~의 맛있는 컬처 레시피 - 책, 영화, 드라마, 음악 속에서 만난 요리 이야기
김선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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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서재에 올라오는 글들이 점점 시들시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페이퍼인지 리뷰인지 모를 낙서 따위를 올리지만, 이웃들은 읽을 만한 글들을 올려주시길 기대했었다. 염치없게도 말이다.

서재질은 하면 할수록 책 읽을 시간을 빼앗는다. 더구나 시들한 잡 글이나 읽고, 실망만 할 바엔 얼른 꺼버리고 책 펴는 게 낫다. 그래서 서재에 뜸했냐하면 그건 아니다. 내 집엔 인터넷이 없다. 심지어 TV도 없다. 책 많이 읽으려는 핑계를 대고 애초부터 없앴다. 그러니 집에서는 70년대 소녀처럼 앉아 있다가 집 밖에서 인터넷을 하는 데, 그 대표적인 장소가 직장이다. 직장에서 몰래하려다 보니, 페이퍼를 속독으로 읽을 수밖에 없고 좋은 내용이라도 생각 없이 휙휙 넘겨버린다. 그러니 더욱 서재 글이 시들시들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서재 글에 더 실망하긴 싫고 블로깅은 하고 싶었을 때, 이 책이 눈에 띄였다. 인기 블로그에서 책으로 출간된 요리 책이다. 요리하기 위해 산책이 아니었으므로 요리법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만족이지만, 정말 요리하기 위해 읽는 다면 다른 책을 권한다. 몇 자 검색만 해도 다양한 레시피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똑같은 조리법 따위는 출판할 가치조차 없었을 게다. 요리보다는 그 요리를 하게끔 끌어내는 전개 글이 읽을 만하다. 팬 케이크에서 삐삐를 떠올린다 던지, 감자구이에서 고흐를 이야기하는 게 재밌다. 그렇다고 껄껄 웃을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의 유쾌함을 맛보고 싶다면 고솜이의 <런치브레이크 스토리>를 권한다.

문화를 통한 요리관찰과 소심해보이는 저자의 행동이 귀엽다.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나도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요리 소개가 많다. 워낙 요리를 안 해먹다보니, 가스렌지를 켜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프라이팬에 기름칠 해보려니 다이어트 결심이 걸린다.


ps. 내 리뷰에 대한 경고장

내 리뷰에는 잡담이 많다. 어떤 때는 ‘재미없어요.’가 끝이고, 일기에 가까운 리뷰도 잘 쓴다. 감히 그 따위 잡문을 서평이랍시고 쓰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이게 내 스타일이니까, 맘에 안 들면 다음부터 안 읽으면 그만이다.

사실, 페이퍼에 가까운 리뷰를 쓰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완독 후, 내 생각이 없음을 포장하기 위해서이다. 생각이 없으니, 일의 기록이 될 수밖에. 책은 단순히 읽어 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독자의 재해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 그게 없다. 무조건적인 수용이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지엽적인 수준에서 머문다. 그러니까 사고 확장의 스위치이기 보다는 일기의 건덕지로 책이 활용되는 거다. 나도 스크롤 압박이 들어찬 빽빽한 서평을 쓰고 싶다. 그러나 어느새 잡문으로 변해 있더라. 수양이 덜 된 된지, 이따위의 잡문을 끼적이니 점점 멀어지는 건지 알 수 없다.

둘째, 난 이런 잡스런 리뷰가 좋다. 알라딘을 돌아다니다 보면 객관의 그릇에 정갈하고 담백하게 리뷰를 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는 경험의 그릇에 사담의 고명을 얻은 리뷰가 더 맛깔나더라. 책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는 게 진짜 책의 리뷰(review=되돌려 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표적인 분이 흠모해마지 않는 *님-내가 알라딘에 정착하게 될 결정적 이유가 *님 때문이다. 그의 삐* 소설을 읽고 팬이 되었으며 우연히 그의 서재를 알게 되어 나도 여기에 정착한 거다.)

셋째는 적당히 숨기 위해서이다. 자발적으로 쓴 것이긴 하지만 내 페이퍼들은 내가 봐도 위험하다. 리뷰는 책의 경계를 넘어가더라도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끔 한다. 사담으로 빠졌다 돌아오면 재미있게 봤다는 칭찬도 듣는다. 그러나 페이퍼는 겁난다. 페이퍼에 쓰다보면, 혼자 도취되어 내 속의 벙어리 한을 풀고 있다. 그게 걱정되는 거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쏟아내니, 속 시원하긴 한데 등골도 싸한 거.

그런데 알라디너들은 그런 리뷰만 보고도 내가 어떻게 사시는지 잘도 찾아내더라. 그래서 안심이다. 적당히 숨겠다는 건 알라디너들이 아니라 외부인사에게 숨겠다는 말이었다. 알라딘을 책 구매 사이트로만 이용한다면 페이퍼보다 리뷰가 훨씬 노출이 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잘 산다는 말은 하고 싶고, 말하자니 페이퍼가 두렵다. 정확히는 페이퍼에 타이핑하는 나의 벙어리 씨가 두렵다.

앞으로도 쭉 잡스런 리뷰는 쓸 거다. 리뷰을 편하게 써버리니 리뷰 부담도 적고, 뭔가 근황을 알리려니 책을 더 읽게 되는 덤도 있었다.

내 리뷰는 페이퍼에 가까울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럼 페이퍼에 상품 올려놓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봐도 리뷰보다는 페이퍼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이거 읽었다’는 자랑도 하고 싶다. 5년 가까이 지켜온 알라딘, 서재 매인 화면에 찍히는 마이리뷰 편수를 보며 5년간 혼자 흐뭇 거렸다. 이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하란 말이냐. 산타 마냥 별점도 하나하나 새 알려 꼭꼭 챙겨주는 착한 나에게?

고작 100편도 안 되는 것들이, 주인장을 히히덕거리게 하는 선한 리뷰들. 새 서재로 이사 갈 때 다 싸들고 갈 거다. 책읽기의 시작도, 끝도 다양하듯이 리뷰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심각하게 비평가 마냥 쓸 필요는 없다. 서평단이라면 받은 책 값은 하게 잘 써라. 하지만 난 내 돈 주고 사보고, 내 시간 들여 쓴다. 그러니 내 스타일 대로 써도 아무 구박 없으리라 믿겠다. 그런데 너무 니 스타일로 밀고 가는 리뷰들은 뭘까. Thanks To를 위한 리뷰도 새 서재로 따라 갈까 걱정된다.

ps 2. 리뷰가 잡스럽다고 해서, 그 책을 읽기도 전에 잡스러울 것이라고 지레 평가하신다면 난감입니다. 제 리뷰 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이 읽기 싫어졌다고 해도, 다른 이들이 좋게 평가했다면 읽으세요. 그 후에 모과양은 이렇게 말하던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쓰면 됩니다. 이까짓 잡문에 흔들려서야 되겠습니까. 많이 읽으세요. 양심 없는 리뷰는 사양입니다. 책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읽은 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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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1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7-06-1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어머 무슨 말씀을... 겸손하셔라. 님의 페이퍼를 재미있게 보는 걸요. ^^ 누추한 서재에 놀러도 와주시고, 영광이여요.
 
한밤의 운동장 달리기 - 식욕, 다이어트 그리고 인생의 비밀을 가르쳐 준
정서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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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에 온지 딱 1년이다. 그리고 딱 5kg쪘다. 애정중추와 식욕중추는 같은 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외로웠으며, 고팠으며 채우려 했지만 늘 허기졌다. 작년 겨울, 직장 동료가 “프레그 했냐?”고 했지만 웃고 말았다. (preg. / 임신 pregnancy의 약어) 맘만 먹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기에 씩씩하게 웃어 주었다. 그리고 동면에 들어가는 곰처럼 겨울을 지냈다.

늦었지만 이젠, 잠에서 깰 때임을 알겠다. 작년 여름 큰맘 먹고 산 옷들이 오늘 보니, 모조리 쫄쫄이가 되어 있었다.

일 년 독서 목표치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려한다. (1년에 52권. 6개월 만에 해치워 버렸다. 52란 숫자는 1년이 52주라서 정한 거다.) 실은 이 독서 목표를 핑계로 방구석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주전부리를 했다. 이 주전부리만 없앴어도 덜 찌는 건데, 공복감이 두려워 마구 먹었다. 밤마다 사내의 싱싱한 간을 찾는 구미호마냥 밤마다 밥통을 찾았다. 먹으면서도 내가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을 했다. 정확히는 걱정‘만’ 했다. 숟가락을 꼭 그려 쥔 채로.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욕망의 억제에서 시작되죠. 식욕, 무절제하고 나태한 본성과의 싸움이에요. (p.44) 욕망의 억제라는 말에 깊이 공감이다. 난 그동안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 최소한 포장이라도 할 줄 알았어야 했는데, 전혀다.

예전에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 욕심을 가져. 하지만 누난, 그 걸 말해 버려서 문제야.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을까를 생각해보니, 내 욕심을 채우지 못했을 때부터 인 것 같다. 어긋나는 직장생활, 삐그덕거리는 연애, 그래서 위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살 찐 이들을 보면 눈살 찌푸리면서도 내 뱃살은 보지 못했다. 오늘 밤, 운동장을 달리면서 안녕이다.

ps1. 책을 다 읽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리뷰를 쓰셨나 싶어 알라딘에 접속했다. 어라? **님은 이 책에 대한 어떤 리뷰나 페이퍼도 없다. 왜 **님이 이 책을 읽었을 거라 생각했을까. 서재에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시니 **님과 겹쳐져 버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님이 책 속 주인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득 알라딘 속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을 까 궁금해진다.

ps2. 이 책이 다이어트에 관한 실용상식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대로 책을 읽으시던 지 읽는 자의 몫이지만, 요가 비디오처럼 생각한다면 비 추천이다. 이 책은 몸에 대한 것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니다. 직장생활과 다이어트 철학을 접목시켰다. 그래서 내겐 더 신선하고 좋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싶으나 그 계기를 찾는 이들에게 딱 이다. 조나선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그려 보기도 하고 말이지.

나선 씨가 고통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면 그건 나선 씨가 한 발 한 발 달리며 삶의 진실에 다가갔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삶=행복’이라는 등식은 온갖 상업적인 이해에 의해 조작된 허상이에요. 사람들은 ‘삶=고통’이라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죠. 하지만 진실은 고통스러운 법이에요.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에게 주어진 범사에 감사 할 수 있게 되죠. (p.121)

삶이 행복에 가득 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작은 고통도 견뎌내질 못해요.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애는 바로 그런 사고방식이죠. 사람들은 포만감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열심히 배를 채워요. 왜냐하면 허기는 고통스러운 거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요?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과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죠. 고통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삶이 열려요. 바로 허기를 끌어안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될 때 비로소 사람들의 삶 또한 바뀔 거예요. 잊지 마세요. 자연스러운 것은 포만감이 아니라 바로 허기예요.
(p.122~123)

“삶은 행복이다. 삶이 고통이라는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는”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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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0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기를 자연스러운 것이라 받아들여야 하군요. 허기, 적당한 부족함, 갈망..
그런 것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정하고 내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공감됩니다. 식욕은 뭔가 덜 찼다고 느끼고 마음이 허할 때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스트레스나 욕망과 식욕이 정비례하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자제하지
못할 때 더 스트레스가 생기죠. 악순환... 좋은 내용, 잘 읽고갑니다.^^

2007-06-0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7-06-1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혜경님도 같은 생각이시다니.... 맞습니다. 이래서 악순환이죠. 이번엔 악순환을 끊어 볼려구요.^^

속삭이신 님. 어머나~~오랜 만이셔요. 실은....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님(**님)이 속삭이신 님이여요. 결국 완주하는 모습에서 속삭이신 님이 오버랩되더라구요. 역시, 헛 생각한게 아니군요. 축하드립니다. 더 분발해야 겠어요. ^^


2007-06-13 0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7-06-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은 딱 보기 좋은 풍채시던데^^ 그러나, 저는 다이어트해야 됩니다. ㅠ.,ㅠ 많이 쪘다구요. 우리 날씬해져서 만나요~

nautila 2007-06-21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맨, 마지막 인용문 때문에 이 책이 읽고싶어졌습니다. 당연히 행복해야되는데, 왜 아닌걸까, 아닌걸까 해서 괴로운 건가요? 출근 전에 이 포스트를 보고는 일하는 내내 떠올렸어요.

아아 로그인않고도 글을 쓸 수 있으니 좋으네요. ^^

모과양 2007-06-2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utila 님의 블로그에 다녀왔다가 깜짝 놀랐어요. 행복해 보이시던데요 ^^ 같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아 더욱 반갑네요.
 
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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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 갔었다. 민음사 부스를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철지난 책을 사면 신간도 할인해준다는 소리에 세계문학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끼워 30% 할인가로 샀다. 사고 보니, <걸 프렌즈>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나 모두 여류작가의 여성과 사랑이야기였다. 피싯 웃음이 났다. 이게 모두 정이현 작가 때문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고 난 후, 주인공이었던 서른 한 살의 싱글녀 오은수를 찾는 버릇이 생겨 있었다.

<걸 프렌즈> 제목만 보고도 느낌이 왔다. 서른 살의 직장녀와 연인 남, 그리고 양념장처럼 따라 나오는 막역한 친구. <달콤한 나의 도시>와 큰 설정은 같다. 그 설정이 좋아서 고른 책이었지만 중간에 회사 짤리는 것까지 똑같다니, 정녕 서른 살이 넘으면 독립 하던가 결혼을 해야 하나 싶다. 그리고 둘 다 세계관을 열고 균형을 잡아간다. 소설 속에서만 가능하다면 어린 내가 할 말은 없다만 그 과정들이, 한 마디로 짠하고 쿨하다. 짠하다는 건, 소설속의 비루한 일상과 고민이 이젠 내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고 쿨하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란 판의 기지로 잘 조율해가기 때문이다.

연애관에 있어 더 쿨한 사람은 <걸 프렌즈>의 한송이다. 그녀는 직장동료 진호와 연예를 시작하는데 그 시작부터가 화끈하다.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한다. 그의 혀 끝은 피켜스케이팅 선수 같다. (p.9)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의 첫 문장은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이다.

그래서 시작한 남자친구를 보니, 딸린 여자 친구가 자기 외에도 2명이나 더 있다. 기찰노릇이지만, 송이씨는 그녀들과도 친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서로의 연애를 공유하고, 질투한다. ‘걸 프렌즈’라고  명해가면서 말이다. 세 여인의 꿍꿍이들은 다 다르다. 모든 걸 가졌지만 자신이 가진 걸 가지지 못했으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세진 씨의 꿍꿍이가 제일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 건 가진 자의 여유다. 그래서 중간에 낀 송이 씨의 질투와 합리화에 더 공감 간다. 

읽다보니 그들의 남자, 진호가 제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녀들의 ‘걸 프렌즈‘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작당하고 한 번 골려줄 것 같은데 ‘걸 프렌즈’는 진호를 골리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해버린다고 할까, 주어진 역에만 만족 한다고 할까. 온전히 내 것이 아닌 사랑, 하지만 인물들 모두 그런 사랑을 선택 했는걸. 송이도, 보라도, 세진도, 진호까지도.

소설은 꽤나 유쾌했다. 그러나 이젠, 싱글녀의 아등바등 류는 사양이다. 입맛이 변했다. 남자 등골 빼먹고 등짝까지 후려치지만 추앙이 끊이질 않는 언니들 한 번 만나고 싶다. 현실에선 찾기 쉽지 않을 테지만, 소설 속에선 분명 한 분쯤은 있을 게다. 뵙게 되면 멘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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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 2007-06-0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예'가 아니라 '연애'입니다.

모과양 2007-06-0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
 
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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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인이 내게 책을 왜 읽냐고 물어 본 적 있었다. 지적유희라고 답했었는데 훗날, 이 말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졸지에 내가, 읽는 ‘척’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때 그냥 쉽게 설명해줄 걸하고 피식 웃었다. 난 진짜 ‘읽는’ 사람이고, 지인이 정말로 ‘척’할 수 있는 사람을 못 본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책아, 네게 묻겠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 책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책은 매사에 감사할 줄 알뿐더러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인간을 감성적이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p.115)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자기 생각’의 회로 안에서만 머물게 된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 상대의 회로로 드나들 수 있다. (p.47) 아직 내 회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서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다. 내가 가장 놀란 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책벌레들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대단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p. 11) 딱 이 구절에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책을 읽으려면 얼마나 시간소요가 많은 줄 아나? 거기다 책 읽다가 확장된 생각까지 정리하려면 내공 단련시간까지 필수다. 대단히 열정적으로 살아 올 수밖에.

독서모임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체활동에 대한 찬반양론과 연결된다. 토론으로 식견을 넓히고 싶다면 그 대신 개인의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 독서를 하는 목적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이라면 모임에 참여해 자유를 희생할 가치가 있다. (중략) 헬스클럽에 가면 평소보다 많은 운동 에너지를 쏟게 되듯이, 독서모임에 나가면 평소보다 더 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p. 202)

한동안 좀 읽는다는 사람들과는 이야기하기를 힘들어 했던 적이 있다. 대화 중 인용되는 책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 저 책 못 읽었는데 하는 조급함으로 먼저 지쳐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올시다. 나도 당신나이쯤 이면 그 정도의 책을 읽었을 테니까.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만큼 독서는 쉽고 즐거워진다. 이렇듯 성장해 가는 독자 안에서 차츰 꽃을 피워 가는 것이야말로 책이 갖는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나이를 헛먹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한 위안이 된다.(p.172) 그래서 오늘도 열나게 읽는다.

책을 읽다가 줄치고 싶은 구절이 나오면, 포스트잇을 붙인다. 어떻게 감히 책에 줄을 칠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절대적 원문보호주의자가 나인데, 책에서는 용기를 내라고 한다. 그리고 메모를 권한다.

어째서 책을 읽는 데 메모가 꼭 필요한가? 첫째, 메모는 단순히 책을 일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지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둘째, 적극적인 독서는 곧 사고의 과정이며 사고는 말이든, 글이든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셋째,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을 적어두면 저자의 논점을 기억하기가 쉬워진다. 책에 무엇인가를 쓴다는 건 말 그대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적어두는 것이다. 이는 저자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존경이다. (p.162)

책을 읽다가 중간에 멈추면 다시는 손을 대지 않는 나의 못난 습성에 대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우리는 극히 일부분밖에 읽을 수 없다. 소믈리에는 맛보는 와인을 모두 삼키지 않는다. 다 읽지 않은 책을 옆으로 치워놓을 줄 모르면, 평생 정말 보고 싶었던 책과 만나지 못하게 된다.(p. 224)

책 읽는 사람들은 고리타분하다고? 절대 아니다. 그대와 관심분야가 달라서 무심케 보일 수는 있겠으나, 신간과 베스트셀러에 달려들고, 전문분야를 파고들며, 치열하게 떠드는 자들이다. 나도 말이나 꺼내보고 싶지만 짧은 식견에다, 입 다물고 있으면 본전은 된다하여 조용히 살고 있다. 조용히 책이나 넘겨보면서 할랑할랑 말이다. 대단하고 떠들고 싶지는 않지만, 내게 책에 대한 부담감을 한방에 날려 준 책이었다.

나 읽고 나서 <습지생태보고서>의 이 컷이 떠올랐다.



딱 내 심정. 부담감을 날려주었다. 스티브 레빈, Thank yo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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