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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인이 내게 책을 왜 읽냐고 물어 본 적 있었다. 지적유희라고 답했었는데 훗날, 이 말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졸지에 내가, 읽는 ‘척’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때 그냥 쉽게 설명해줄 걸하고 피식 웃었다. 난 진짜 ‘읽는’ 사람이고, 지인이 정말로 ‘척’할 수 있는 사람을 못 본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책아, 네게 묻겠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 책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책은 매사에 감사할 줄 알뿐더러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인간을 감성적이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p.115)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자기 생각’의 회로 안에서만 머물게 된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 상대의 회로로 드나들 수 있다. (p.47) 아직 내 회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서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다. 내가 가장 놀란 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책벌레들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대단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p. 11) 딱 이 구절에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책을 읽으려면 얼마나 시간소요가 많은 줄 아나? 거기다 책 읽다가 확장된 생각까지 정리하려면 내공 단련시간까지 필수다. 대단히 열정적으로 살아 올 수밖에.
독서모임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체활동에 대한 찬반양론과 연결된다. 토론으로 식견을 넓히고 싶다면 그 대신 개인의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 독서를 하는 목적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이라면 모임에 참여해 자유를 희생할 가치가 있다. (중략) 헬스클럽에 가면 평소보다 많은 운동 에너지를 쏟게 되듯이, 독서모임에 나가면 평소보다 더 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p. 202)
한동안 좀 읽는다는 사람들과는 이야기하기를 힘들어 했던 적이 있다. 대화 중 인용되는 책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 저 책 못 읽었는데 하는 조급함으로 먼저 지쳐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올시다. 나도 당신나이쯤 이면 그 정도의 책을 읽었을 테니까.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만큼 독서는 쉽고 즐거워진다. 이렇듯 성장해 가는 독자 안에서 차츰 꽃을 피워 가는 것이야말로 책이 갖는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나이를 헛먹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한 위안이 된다.(p.172) 그래서 오늘도 열나게 읽는다.
책을 읽다가 줄치고 싶은 구절이 나오면, 포스트잇을 붙인다. 어떻게 감히 책에 줄을 칠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절대적 원문보호주의자가 나인데, 책에서는 용기를 내라고 한다. 그리고 메모를 권한다.
어째서 책을 읽는 데 메모가 꼭 필요한가? 첫째, 메모는 단순히 책을 일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지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둘째, 적극적인 독서는 곧 사고의 과정이며 사고는 말이든, 글이든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셋째,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을 적어두면 저자의 논점을 기억하기가 쉬워진다. 책에 무엇인가를 쓴다는 건 말 그대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적어두는 것이다. 이는 저자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존경이다. (p.162)
책을 읽다가 중간에 멈추면 다시는 손을 대지 않는 나의 못난 습성에 대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우리는 극히 일부분밖에 읽을 수 없다. 소믈리에는 맛보는 와인을 모두 삼키지 않는다. 다 읽지 않은 책을 옆으로 치워놓을 줄 모르면, 평생 정말 보고 싶었던 책과 만나지 못하게 된다.(p. 224)
책 읽는 사람들은 고리타분하다고? 절대 아니다. 그대와 관심분야가 달라서 무심케 보일 수는 있겠으나, 신간과 베스트셀러에 달려들고, 전문분야를 파고들며, 치열하게 떠드는 자들이다. 나도 말이나 꺼내보고 싶지만 짧은 식견에다, 입 다물고 있으면 본전은 된다하여 조용히 살고 있다. 조용히 책이나 넘겨보면서 할랑할랑 말이다. 대단하고 떠들고 싶지는 않지만, 내게 책에 대한 부담감을 한방에 날려 준 책이었다.
나 읽고 나서 <습지생태보고서>의 이 컷이 떠올랐다.
딱 내 심정. 부담감을 날려주었다. 스티브 레빈, Thank you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