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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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 갔었다. 민음사 부스를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철지난 책을 사면 신간도 할인해준다는 소리에 세계문학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끼워 30% 할인가로 샀다. 사고 보니, <걸 프렌즈>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나 모두 여류작가의 여성과 사랑이야기였다. 피싯 웃음이 났다. 이게 모두 정이현 작가 때문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고 난 후, 주인공이었던 서른 한 살의 싱글녀 오은수를 찾는 버릇이 생겨 있었다.

<걸 프렌즈> 제목만 보고도 느낌이 왔다. 서른 살의 직장녀와 연인 남, 그리고 양념장처럼 따라 나오는 막역한 친구. <달콤한 나의 도시>와 큰 설정은 같다. 그 설정이 좋아서 고른 책이었지만 중간에 회사 짤리는 것까지 똑같다니, 정녕 서른 살이 넘으면 독립 하던가 결혼을 해야 하나 싶다. 그리고 둘 다 세계관을 열고 균형을 잡아간다. 소설 속에서만 가능하다면 어린 내가 할 말은 없다만 그 과정들이, 한 마디로 짠하고 쿨하다. 짠하다는 건, 소설속의 비루한 일상과 고민이 이젠 내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고 쿨하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란 판의 기지로 잘 조율해가기 때문이다.

연애관에 있어 더 쿨한 사람은 <걸 프렌즈>의 한송이다. 그녀는 직장동료 진호와 연예를 시작하는데 그 시작부터가 화끈하다.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한다. 그의 혀 끝은 피켜스케이팅 선수 같다. (p.9)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의 첫 문장은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이다.

그래서 시작한 남자친구를 보니, 딸린 여자 친구가 자기 외에도 2명이나 더 있다. 기찰노릇이지만, 송이씨는 그녀들과도 친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서로의 연애를 공유하고, 질투한다. ‘걸 프렌즈’라고  명해가면서 말이다. 세 여인의 꿍꿍이들은 다 다르다. 모든 걸 가졌지만 자신이 가진 걸 가지지 못했으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세진 씨의 꿍꿍이가 제일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 건 가진 자의 여유다. 그래서 중간에 낀 송이 씨의 질투와 합리화에 더 공감 간다. 

읽다보니 그들의 남자, 진호가 제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녀들의 ‘걸 프렌즈‘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작당하고 한 번 골려줄 것 같은데 ‘걸 프렌즈’는 진호를 골리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해버린다고 할까, 주어진 역에만 만족 한다고 할까. 온전히 내 것이 아닌 사랑, 하지만 인물들 모두 그런 사랑을 선택 했는걸. 송이도, 보라도, 세진도, 진호까지도.

소설은 꽤나 유쾌했다. 그러나 이젠, 싱글녀의 아등바등 류는 사양이다. 입맛이 변했다. 남자 등골 빼먹고 등짝까지 후려치지만 추앙이 끊이질 않는 언니들 한 번 만나고 싶다. 현실에선 찾기 쉽지 않을 테지만, 소설 속에선 분명 한 분쯤은 있을 게다. 뵙게 되면 멘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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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 2007-06-0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예'가 아니라 '연애'입니다.

모과양 2007-06-0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