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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운동장 달리기 - 식욕, 다이어트 그리고 인생의 비밀을 가르쳐 준
정서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여기에 온지 딱 1년이다. 그리고 딱 5kg쪘다. 애정중추와 식욕중추는 같은 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외로웠으며, 고팠으며 채우려 했지만 늘 허기졌다. 작년 겨울, 직장 동료가 “프레그 했냐?”고 했지만 웃고 말았다. (preg. / 임신 pregnancy의 약어) 맘만 먹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기에 씩씩하게 웃어 주었다. 그리고 동면에 들어가는 곰처럼 겨울을 지냈다.
늦었지만 이젠, 잠에서 깰 때임을 알겠다. 작년 여름 큰맘 먹고 산 옷들이 오늘 보니, 모조리 쫄쫄이가 되어 있었다.
일 년 독서 목표치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려한다. (1년에 52권. 6개월 만에 해치워 버렸다. 52란 숫자는 1년이 52주라서 정한 거다.) 실은 이 독서 목표를 핑계로 방구석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주전부리를 했다. 이 주전부리만 없앴어도 덜 찌는 건데, 공복감이 두려워 마구 먹었다. 밤마다 사내의 싱싱한 간을 찾는 구미호마냥 밤마다 밥통을 찾았다. 먹으면서도 내가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을 했다. 정확히는 걱정‘만’ 했다. 숟가락을 꼭 그려 쥔 채로.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욕망의 억제에서 시작되죠. 식욕, 무절제하고 나태한 본성과의 싸움이에요. (p.44) 욕망의 억제라는 말에 깊이 공감이다. 난 그동안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 최소한 포장이라도 할 줄 알았어야 했는데, 전혀다.
예전에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 욕심을 가져. 하지만 누난, 그 걸 말해 버려서 문제야.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을까를 생각해보니, 내 욕심을 채우지 못했을 때부터 인 것 같다. 어긋나는 직장생활, 삐그덕거리는 연애, 그래서 위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살 찐 이들을 보면 눈살 찌푸리면서도 내 뱃살은 보지 못했다. 오늘 밤, 운동장을 달리면서 안녕이다.
ps1. 책을 다 읽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리뷰를 쓰셨나 싶어 알라딘에 접속했다. 어라? **님은 이 책에 대한 어떤 리뷰나 페이퍼도 없다. 왜 **님이 이 책을 읽었을 거라 생각했을까. 서재에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시니 **님과 겹쳐져 버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님이 책 속 주인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득 알라딘 속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을 까 궁금해진다.
ps2. 이 책이 다이어트에 관한 실용상식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대로 책을 읽으시던 지 읽는 자의 몫이지만, 요가 비디오처럼 생각한다면 비 추천이다. 이 책은 몸에 대한 것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니다. 직장생활과 다이어트 철학을 접목시켰다. 그래서 내겐 더 신선하고 좋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싶으나 그 계기를 찾는 이들에게 딱 이다. 조나선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그려 보기도 하고 말이지.
나선 씨가 고통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면 그건 나선 씨가 한 발 한 발 달리며 삶의 진실에 다가갔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삶=행복’이라는 등식은 온갖 상업적인 이해에 의해 조작된 허상이에요. 사람들은 ‘삶=고통’이라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죠. 하지만 진실은 고통스러운 법이에요.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에게 주어진 범사에 감사 할 수 있게 되죠. (p.121)
삶이 행복에 가득 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작은 고통도 견뎌내질 못해요.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애는 바로 그런 사고방식이죠. 사람들은 포만감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열심히 배를 채워요. 왜냐하면 허기는 고통스러운 거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요?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과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죠. 고통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삶이 열려요. 바로 허기를 끌어안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될 때 비로소 사람들의 삶 또한 바뀔 거예요. 잊지 마세요. 자연스러운 것은 포만감이 아니라 바로 허기예요.
(p.122~123)
“삶은 행복이다. 삶이 고통이라는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는”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