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의 맛있는 컬처 레시피 - 책, 영화, 드라마, 음악 속에서 만난 요리 이야기
김선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순간, 서재에 올라오는 글들이 점점 시들시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페이퍼인지 리뷰인지 모를 낙서 따위를 올리지만, 이웃들은 읽을 만한 글들을 올려주시길 기대했었다. 염치없게도 말이다.

서재질은 하면 할수록 책 읽을 시간을 빼앗는다. 더구나 시들한 잡 글이나 읽고, 실망만 할 바엔 얼른 꺼버리고 책 펴는 게 낫다. 그래서 서재에 뜸했냐하면 그건 아니다. 내 집엔 인터넷이 없다. 심지어 TV도 없다. 책 많이 읽으려는 핑계를 대고 애초부터 없앴다. 그러니 집에서는 70년대 소녀처럼 앉아 있다가 집 밖에서 인터넷을 하는 데, 그 대표적인 장소가 직장이다. 직장에서 몰래하려다 보니, 페이퍼를 속독으로 읽을 수밖에 없고 좋은 내용이라도 생각 없이 휙휙 넘겨버린다. 그러니 더욱 서재 글이 시들시들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서재 글에 더 실망하긴 싫고 블로깅은 하고 싶었을 때, 이 책이 눈에 띄였다. 인기 블로그에서 책으로 출간된 요리 책이다. 요리하기 위해 산책이 아니었으므로 요리법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만족이지만, 정말 요리하기 위해 읽는 다면 다른 책을 권한다. 몇 자 검색만 해도 다양한 레시피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똑같은 조리법 따위는 출판할 가치조차 없었을 게다. 요리보다는 그 요리를 하게끔 끌어내는 전개 글이 읽을 만하다. 팬 케이크에서 삐삐를 떠올린다 던지, 감자구이에서 고흐를 이야기하는 게 재밌다. 그렇다고 껄껄 웃을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의 유쾌함을 맛보고 싶다면 고솜이의 <런치브레이크 스토리>를 권한다.

문화를 통한 요리관찰과 소심해보이는 저자의 행동이 귀엽다.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나도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요리 소개가 많다. 워낙 요리를 안 해먹다보니, 가스렌지를 켜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프라이팬에 기름칠 해보려니 다이어트 결심이 걸린다.


ps. 내 리뷰에 대한 경고장

내 리뷰에는 잡담이 많다. 어떤 때는 ‘재미없어요.’가 끝이고, 일기에 가까운 리뷰도 잘 쓴다. 감히 그 따위 잡문을 서평이랍시고 쓰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이게 내 스타일이니까, 맘에 안 들면 다음부터 안 읽으면 그만이다.

사실, 페이퍼에 가까운 리뷰를 쓰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완독 후, 내 생각이 없음을 포장하기 위해서이다. 생각이 없으니, 일의 기록이 될 수밖에. 책은 단순히 읽어 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독자의 재해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 그게 없다. 무조건적인 수용이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지엽적인 수준에서 머문다. 그러니까 사고 확장의 스위치이기 보다는 일기의 건덕지로 책이 활용되는 거다. 나도 스크롤 압박이 들어찬 빽빽한 서평을 쓰고 싶다. 그러나 어느새 잡문으로 변해 있더라. 수양이 덜 된 된지, 이따위의 잡문을 끼적이니 점점 멀어지는 건지 알 수 없다.

둘째, 난 이런 잡스런 리뷰가 좋다. 알라딘을 돌아다니다 보면 객관의 그릇에 정갈하고 담백하게 리뷰를 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는 경험의 그릇에 사담의 고명을 얻은 리뷰가 더 맛깔나더라. 책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는 게 진짜 책의 리뷰(review=되돌려 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표적인 분이 흠모해마지 않는 *님-내가 알라딘에 정착하게 될 결정적 이유가 *님 때문이다. 그의 삐* 소설을 읽고 팬이 되었으며 우연히 그의 서재를 알게 되어 나도 여기에 정착한 거다.)

셋째는 적당히 숨기 위해서이다. 자발적으로 쓴 것이긴 하지만 내 페이퍼들은 내가 봐도 위험하다. 리뷰는 책의 경계를 넘어가더라도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끔 한다. 사담으로 빠졌다 돌아오면 재미있게 봤다는 칭찬도 듣는다. 그러나 페이퍼는 겁난다. 페이퍼에 쓰다보면, 혼자 도취되어 내 속의 벙어리 한을 풀고 있다. 그게 걱정되는 거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쏟아내니, 속 시원하긴 한데 등골도 싸한 거.

그런데 알라디너들은 그런 리뷰만 보고도 내가 어떻게 사시는지 잘도 찾아내더라. 그래서 안심이다. 적당히 숨겠다는 건 알라디너들이 아니라 외부인사에게 숨겠다는 말이었다. 알라딘을 책 구매 사이트로만 이용한다면 페이퍼보다 리뷰가 훨씬 노출이 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잘 산다는 말은 하고 싶고, 말하자니 페이퍼가 두렵다. 정확히는 페이퍼에 타이핑하는 나의 벙어리 씨가 두렵다.

앞으로도 쭉 잡스런 리뷰는 쓸 거다. 리뷰을 편하게 써버리니 리뷰 부담도 적고, 뭔가 근황을 알리려니 책을 더 읽게 되는 덤도 있었다.

내 리뷰는 페이퍼에 가까울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럼 페이퍼에 상품 올려놓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봐도 리뷰보다는 페이퍼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이거 읽었다’는 자랑도 하고 싶다. 5년 가까이 지켜온 알라딘, 서재 매인 화면에 찍히는 마이리뷰 편수를 보며 5년간 혼자 흐뭇 거렸다. 이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하란 말이냐. 산타 마냥 별점도 하나하나 새 알려 꼭꼭 챙겨주는 착한 나에게?

고작 100편도 안 되는 것들이, 주인장을 히히덕거리게 하는 선한 리뷰들. 새 서재로 이사 갈 때 다 싸들고 갈 거다. 책읽기의 시작도, 끝도 다양하듯이 리뷰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심각하게 비평가 마냥 쓸 필요는 없다. 서평단이라면 받은 책 값은 하게 잘 써라. 하지만 난 내 돈 주고 사보고, 내 시간 들여 쓴다. 그러니 내 스타일 대로 써도 아무 구박 없으리라 믿겠다. 그런데 너무 니 스타일로 밀고 가는 리뷰들은 뭘까. Thanks To를 위한 리뷰도 새 서재로 따라 갈까 걱정된다.

ps 2. 리뷰가 잡스럽다고 해서, 그 책을 읽기도 전에 잡스러울 것이라고 지레 평가하신다면 난감입니다. 제 리뷰 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이 읽기 싫어졌다고 해도, 다른 이들이 좋게 평가했다면 읽으세요. 그 후에 모과양은 이렇게 말하던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쓰면 됩니다. 이까짓 잡문에 흔들려서야 되겠습니까. 많이 읽으세요. 양심 없는 리뷰는 사양입니다. 책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읽은 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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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1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7-06-1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어머 무슨 말씀을... 겸손하셔라. 님의 페이퍼를 재미있게 보는 걸요. ^^ 누추한 서재에 놀러도 와주시고, 영광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