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생의 가방 속에서 <마미야 형제>가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놀랐었다. 동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미야 형제의 일러스트를 보는 순간 느껴지는 긍휼심은 동생과 맞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불멸의 카사노바>가 어울렸다. 홍대 클럽을 논하던 아이가 “에쿠니 가오리는 남자심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오늘 그 <마이야 형제>를 읽었다. 마미야 형제의 행적에 슬며시 웃기도 하고, 덤덤한 일상에 공감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일본소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참 잘 살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형제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야구 중계를 보고,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가고, 같이 비디오영화를 보고 산책하는 모범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이었다. 거기에 짝사랑이 끼어들고 소소한 감정이 얽히면서 형제들의 한 여름 밤의 꿈이 시작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혼마 자매가 돼 보기도 하고, 이혼에 분한 사오리, 내 남자의 그녀 미요코가 되기도 했다. 그녀들의 눈엔 마미야 형제가 어떤 모습일까를 떠올려보니 딱 이거다. 예절 바른 그냥 아는 사람. 마미야 형제의 엄마 쥰코는 놀랍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불리어지는 그 들은 섭섭할지 몰라도 섭한 티는 내지 않을 듯하다. 둘이서 직소퍼즐을 풀고 책의 날을 정해 책을 꺼내 읽는 일상 부럽다. 소소한 스트레스야 있겠지만, 세상과는 약간 거리를 둔 듯 형제는 그렇게 평화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 주는 엄마표 홈스쿨링 - 표현력 훈련 엄마표 홈스쿨링
진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거, 육아 교육 책을 너무 많이 읽어버렸구나”
<엄마표 홈스쿨링>을 다 읽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망설이고 있다. 솔직한 평을 쓸까, 적당한 예의 평을 쓸까.

비전공자면서도 육아에 관심이 많아, 평소 다양한 대중교육서를 읽어왔다. 그 중 하나가 오래 전에 본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이다. 그 때는 진경혜씨가 꽤 근사해 보였다. 천재 아들과 홈 스쿨링을 하는 어미의 성정과 자존감을 설명하는 부분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은 감명이 덜하다.

우연히 천재를 기른 것 아닐 거다. 천재성을 잘 살려 주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을 텐데, 그게 기대보다 적다. 에세이가 아니었기에 기대를 말았어야 했을까. 시리즈로 나누어 지다보니 분류따라 흩어진 걸까.

교육학 개론을 기대 한 것은 아니지만, 이론 설명 없이 경험만으로 쓴 주먹구구식 글이란 느낌을 받는다. 솔직하게 말해서 물탄 느낌도 난다. 6권의 시리즈물의 1권을 봤을 뿐인데도, 합치면 2~3권으로 압축해도 될 것 같다. 진경혜씨가 미술학도 이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교육학적 이론도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험까진 좋았는데 이론받침이 성실치 못하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접근했다면 책이 팔릴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데, 다음 기획물에는 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 제목 만큼의 책인지 묻고 싶다. 홈스쿨링을 택한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홈스쿨링의 훈련 책보다는 다른 교육서적 정도의 가볍게 참고 할 정도가 맞지 않나싶다.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줄 수 있다’면 책을 읽은 그 이가 천재다. 

책 편집은 잘 됐다. 챕터별로 분류해 놓은 것도, 큰 활자에 넓은 띄어쓰기도 읽기 편하다. 간간히 보이는 진경혜씨의 신념에도 흔들림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을 정치인이나 토론을 잘해야 하는 어떤 특정 직업인으로 키우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하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헤게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p. 181)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진경혜씨의 표현력 훈련 철학은 여기에 방점이 찍힌다.

 ‘대화의 적절한 한계선 정하기’, ‘인터뷰 게임으로 대화 이끌기’는 활용해 보고 싶다. 경청을 강조한 부분도 나름 좋았다. 어미 된 자는 맡은 일에 성심하고, 주어진 과제에 겸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리뷰 한 편에 너무 요란 떨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애새끼 한번 낳아보질 못한 년이 뭐 대단한 충고를 하는 양 떠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는 사람도 쇼와 같은 천재를 낳을 확률은 극히 적다. 내가 천재 아들을 낳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송유근 엄마처럼 해줄 자신도 없다. 그래서 더 발끈한 지도 모르겠다. 부러움 반, 시기심 반. 벌써부터 애 낳기 겁먹은 처자의 넋두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스타일>이 신간정보에 떴었을 때,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바자>의 피처 에디터로 일한다는 ‘김경’이다. 그녀는 <뷰티풀 몬스터>와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통해, 통쾌한 글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예술 철학에 대해 논하다 연애학을 늘어놓기도 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얻은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김경은 좀 뻔뻔하다. 뻔뻔해서 더 매력적인데  주제에 따라 다른 이로 변신하는 두꺼운 안면을 가지고 있다. 명품에 대해 쓴 글을 볼 때는 속된 말로 순진한 된장녀이다가, 현실적인 내용에선 냉철한 지성인으로 변한다. 그녀는 유아적 환상이 없이 똑 부러지게 말한다. 나처럼 내 자신도 잘 속이는 사람은 이런 이에게 홀딱 넘어간다. 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추하다고 말하고 이왕이면 예쁜 게 좋다는 그녀의 글에서 시원함을 느낀다. 그녀는 명품 백 사느라 허덕이면서, 오지 난민 아이들에게 기부금을 보내고 있었다. 그 게 <스타일> 광고를 보고 김경을 떠올린 이유다. 다른 점이 있다면 김경은 기왕이면 잘생긴 난민 아이한테 기부금을 보태주겠다는 까탈이 더 있었다.

여러 설정과 등장인물을 보니, 책속 주인공 ‘이서정’은 김경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여러 정황이 그렇다. 김경과 백영옥이 동일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서로의 회사명이 비슷한 것도 찝찝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른 인물이었지만 백영옥이 김경의 책을 보긴 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게이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식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비슷하다. 같은 일을 한다니 비슷한 소재가 등장할 수 밖에 없고, 문학적 상상력을 언급한다면 완전 틀린 내용이겠지만.
책장을 한두장 넘기기 시작했을 때 가독성이 있는 책임을 직감했다. 문장도 그러거니와 전문직 서른 살 여성의 일과 사랑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본 탓도 있다. 이런 장르가 칙릿(chic-lit)이라지. 이런 류가 읽고 나면 ‘재미있었다’는 느낌은 확실히 가진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다. ‘백영옥, 가벼운 작가일 세’하는 건 다음 작품으로 판단하련다. 꼴랑 스무 살 먹은 내가 칙릿 속, 혹은 현실 속 그녀들을 논하긴 아직 어렵다.

책 속에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없다. 살 빼고자 제니칼 좀 먹고, 성수대교에 대한 이야기를 빼면 해결과정이 너무 쉽다. 연애는 일사천리다. 알고 보니 그놈이 날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내용에선 황당했다. 부럽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어찌 그렇게 쓸 수가 있나. 청소년용 로맨스 소설 같다고 말하겠다.

소설같이 않은 구석이 딱하나 있었다. 직장 이야기가 나오자 쓴 웃음이 났다. 상사의 만행이 소설이나 여기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차라리 인과 설명이라도 해주지, 현실은 인과조차 떠올리기 싫다. 이러니 결국 직장에서 승리하고, 멋진 남자와 연애하는 칙릿 소설이 유행할 수밖에 없다.

1억원짜리 문학상이라 뒷말이 많다. 재미만 있지, 문학성 없는 작품에 줬다고 말이다. 대중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시키는 소설이 있다면, 이런 소설도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이 그런 면에서 1억 원짜리 유연함과 적응력을 가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만에 엄마가 서울로 올라왔다. 근처 지하철 역에서 만난 엄마의 첫 마디는 ‘기다렸는데 왜 안 나왔냐?’였다. 머슥해진 내가 했던 대답은 ‘귀찮아서’였다. 마중 나가겠다는 약속을 내가 먼저 했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자 모든 게 귀찮게 느껴졌다. 방바닥에 누워 있다가 엄마 전화를 받고서야 옷을 챙겨 입었다. 함께 집으로 가던 길, 마흔 넘으면 자살해야겠다는 말을 툭하니 해버렸다. 옆에선 미친년소리가 들렸다.

3일 뒤 집으로 돌아가셨다. 서울에 다시는 안 온다는 말을 남기셨다. 그 것도 우시면서. 비올 듯 흐렸던 그날, 엄마는 전화 좀 해달라는 내 문자에 답해 주질 않았다. 못이기는 척 적당히 넘어가주면 보내는 자식 마음이나 가는 애미 마음이나 그나마 좀 낫지 않았을까. 고집스런 엄마의 등을 보면서 20년 뒤의 내 모습이 그려졌다. 나도 저런 등을 가지겠구나 싶은 생각과 동시에 우울해졌다. 엄마가 가고 나서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직장 좀 나가고 먹고 자다보니, 엄마가 가져온 김치는 반통쯤 없어졌고 손에는 <천개의 공감>이 들려 있었다.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에 대한 지극한 적개심과 살해 욕망의 뒷면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이 자각하지도 못하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누군가에 대해 죽이고 싶을 만큼 무서운 분노를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분노는 내면으로 돌려져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기 자신을 죽입니다. (p.263)

도대체 뭔가. 그놈의 자살이야기가 왜 엄마 앞에서 튀어 나왔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 이유를 알게 될까봐 무섭다. 사소한 오해였다면 다행이지만, 잔인한 추억이 숨겨져 있다면 그 다음엔 어쩌나. 그래도 별 수 있겠냐만은 억지로라도 떠올려 보자면 오랜 시간 축적 된 무관심과 좌절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무심한 엄마, 예민하지 못한 부모에게 숨겼던 분노는 나이를 먹어서도 많이 서운했던 거다. 부모님께서 그것까지 헤아려 주기엔 힘드셨을 거란 걸 안다. 부모님께서는 그 게 최선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내 새끼한테는 그러지 않으려고 발악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서는 그렇게 못 된다. 그렇지만 또 누웠다. 누워서 화를 냈다. 알면서도 누워 있는 것 까지 엄마를 닮아 있었다.

성장기에도 남편 분은 집에 들어가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누워 지냈을 겁니다. 그것이 실은 내면에서 들끊는 분노와 불안의 감정들을 억누르는 아이다운 방식이었다는 것을 자신도 자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 남편 분은 대외적으로 선량하고 온순하고 양보 잘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p.314) 

책 내용은 반쯤 알던 내용이었다. 애착의 중요성, 영유아기의 환상과 인식장애, 우울증과 미숙한 방어 기제가 상담형식으로 씌어 있었다. 우울할 때마다 심리학책을 펼쳐보는 통에 꽤 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를 보니 내가 아는 수준은 교양의 정도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이 책을 왜 늦게 발견했는지 후회할 정도다. 정신분석을 통해 알게 됐다는 ‘자기’와 심리서적 400여 권으로 다져진 ‘다식’, 소설가의 섬세함과 공감력이 책을 덮어도 새어 나왔다. 김형경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그녀가 어떤 빛깔의 소설을 써왔는지는 모른다. 허나 치열하게 쓸거라는 짐작은 간다. 그녀를 뵐 기회가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 아주 차분한 대화를 하실 것 같다.

전공서적이든 교양서든 심리학 계열의 책을 보다보면 대부분의 결론 같다. 삶을 겸허하게 보게 된다. 그리고 내 머리에 남는 건 이거다. 나는 이미 태어남으로써 존엄한 존재이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좀 더 사랑받고 싶은 나, 이 책을 덮고 말하겠다.“그때는 몰라서 힘들었을 뿐이야.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라고.

 

a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시장미 2008-05-0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람이 성장하면서... 예전의 과외를 돌이켜볼 때 정말 어리석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왜 그랬을까 후회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몰라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해요.

어쩌면 그래서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는 것 같아요. ^^ 좋은 결론을 얻으셨군요!

모과양 2008-05-12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경험만큼 큰 스승이 없다는 말, 맞는 것 같아요. ^^
아직도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만 겪었으면 단단해지지 않았을 까 싶은데, 막상은 또 헤매요. ㅠ.,ㅠ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1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정재승.전희주 지음 / 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그를 본 건 고등학생 때 본 잡지<페이퍼>에서였다. 든든한 풍채에 둥글둥글한 이목구비, 안경에 감춰진 야무진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대중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재미난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다고. 실제로도 그는 그렇게 하고 있는 중었다.

중학생 때부터 과학잡지<과학동아>를 즐겨봤는데, 내가 좋아했던 칼럼이 그의 것이었다. SF영화의 오류를 집어내고 재해석해주는 내용이었는데 글이 참 알찼었다. 영화와 과학, 둘 다 좋아했기에 술술 읽히기도 했지만, 다른 분야를 잘 버무려내는 글 솜씨 때문에 더 챙겨 보았다. 덕분에 당시 최고의 칭송을 받던 황우석, 노련한 컬럼리스트 이인식, 젊은 과학자 최재천을 제치고 내게 있어 최고의 과학자, 훈훈한 과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 시절, TV강연에도 자주 얼굴을 비쳤는데 책을 통해 다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넋 놓고 챙겨 봤었다. 고3때는 우연히 본 YTN 사이언스 뉴스에 그가 객원 기자로 나오는 걸 보고 매주 금요일마다 TV 앞에 앉아 있기도 했었다. EBS 교육방송도 안 보던 고 3이. 그는 과학을 읊어주는 남자 싸이렌이었다. 그도 은연중, 싸이렌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라디오를 통해 읊고 있지 않는가. 
 
<도전 무한지식>은 과학 대중서 이상의 내용은 없다. 신문 기사정도의 수준이고 과학을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다. 지하철 출퇴근길에 읽으면 좋을 듯하다. 그의 전작<과학콘서트>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 책에 비하면 다소 실망감이 든다. 라디오 방송 분량이려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바로 재승님의 재치인 것 같다.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 알맞은지 미리 예측해서 분량을 맞춰 놓았다. 나 같은 과학 팬이 아니고서는 어려워서 접근하기 실은 부분은 과감히 없애 버렸다. 그렇다고 중심이 빠진 것은 아니고,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듯한 부분은 부드럽게 넘기고, 쉽고 흥미로울 부분만 풀어놓았다. 개인적으론 책이 생각보다 가벼워 아쉽긴 하지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재승님의 다른 시도가 아닐까 싶다.

ps. 재승님은 어렸을 때부터 소설책을 넘겨보던 문학 소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학 동이가 되었고 이후 Kist 교수가 됐다. 그동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직장 진로를 고민 하던 한 때, 정재승님이 Kist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전 갈 뻔도 했다. 5년 전쯤, 책을 통해 결혼해서 딸 낳고 잘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대전 안 갔다. --;)그 여자 아이가 재승님을 이해할 때 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과학자가 되길 빈다. 그리고 다 큰 여자인 나에게도 훈훈한 과학자로 남아주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