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1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정재승.전희주 지음 / 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그를 본 건 고등학생 때 본 잡지<페이퍼>에서였다. 든든한 풍채에 둥글둥글한 이목구비, 안경에 감춰진 야무진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대중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재미난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다고. 실제로도 그는 그렇게 하고 있는 중었다.

중학생 때부터 과학잡지<과학동아>를 즐겨봤는데, 내가 좋아했던 칼럼이 그의 것이었다. SF영화의 오류를 집어내고 재해석해주는 내용이었는데 글이 참 알찼었다. 영화와 과학, 둘 다 좋아했기에 술술 읽히기도 했지만, 다른 분야를 잘 버무려내는 글 솜씨 때문에 더 챙겨 보았다. 덕분에 당시 최고의 칭송을 받던 황우석, 노련한 컬럼리스트 이인식, 젊은 과학자 최재천을 제치고 내게 있어 최고의 과학자, 훈훈한 과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 시절, TV강연에도 자주 얼굴을 비쳤는데 책을 통해 다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넋 놓고 챙겨 봤었다. 고3때는 우연히 본 YTN 사이언스 뉴스에 그가 객원 기자로 나오는 걸 보고 매주 금요일마다 TV 앞에 앉아 있기도 했었다. EBS 교육방송도 안 보던 고 3이. 그는 과학을 읊어주는 남자 싸이렌이었다. 그도 은연중, 싸이렌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라디오를 통해 읊고 있지 않는가. 
 
<도전 무한지식>은 과학 대중서 이상의 내용은 없다. 신문 기사정도의 수준이고 과학을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다. 지하철 출퇴근길에 읽으면 좋을 듯하다. 그의 전작<과학콘서트>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 책에 비하면 다소 실망감이 든다. 라디오 방송 분량이려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바로 재승님의 재치인 것 같다.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 알맞은지 미리 예측해서 분량을 맞춰 놓았다. 나 같은 과학 팬이 아니고서는 어려워서 접근하기 실은 부분은 과감히 없애 버렸다. 그렇다고 중심이 빠진 것은 아니고,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듯한 부분은 부드럽게 넘기고, 쉽고 흥미로울 부분만 풀어놓았다. 개인적으론 책이 생각보다 가벼워 아쉽긴 하지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재승님의 다른 시도가 아닐까 싶다.

ps. 재승님은 어렸을 때부터 소설책을 넘겨보던 문학 소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학 동이가 되었고 이후 Kist 교수가 됐다. 그동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직장 진로를 고민 하던 한 때, 정재승님이 Kist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전 갈 뻔도 했다. 5년 전쯤, 책을 통해 결혼해서 딸 낳고 잘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대전 안 갔다. --;)그 여자 아이가 재승님을 이해할 때 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과학자가 되길 빈다. 그리고 다 큰 여자인 나에게도 훈훈한 과학자로 남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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