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방명록 -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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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를 떠올리니 시계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밖에 없군요. 스위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는 전혀..단순한 여행서가 아닌 스위스의 내면을 보여주는 알찬 인문여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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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2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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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밝히는 건 촛불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곧 촛불 대신 어둠에 익숙해진다. 어둠을 온전히 걷어내려면 더 많은 빛이 필요하다. 자신을 태우며 빛을 발하는 수많은 촛불의 희생 말이다.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촛불을 불러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버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것은 학습이나 세뇌가 아니라 깨달음이다. 스스로 깨쳐야 만 가능한 일이다.

 

 삶의 진리를 깨우치는 게 쉽다면 신과 구도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이 아닌 어떤 이상을 꿈꾸지도 않았을 것이다. 산다는 건 고행이라는 말은 맞았다. 화랑이 되기 위해 서라벌에 온 원효가 화랑 대신 출가를 선택한 이유는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다. 왕이나 귀족, 진골, 성골을 위한 나라가 아닌 백성 모두를 위한 신라로 태어나기 위해 스스로 촛불이 되는 혜공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라를 이끌 수 있는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고통이라는 진리, 고통이 생기는 원인을 말하는 진리, 고통이 소멸된 진리, 고통을 소멸시키는 길인 진리. 이 모든 진리를 깨달은 부처의 님이 바로 중생이다.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부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죄 없이 죽어 간 저 소녀의 가슴 위에서 자고 깨어날 것이다. 거기가 내 감옥이 될 것이며 해탈문이 될 것이다.’ (1권, 254쪽)

 

 왕실을 위해 점점 화려해지는 황룡사를 보면서 과감히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원효뿐이었다. 백제, 고구려와 싸움으로 지쳐가는 백성들의 절망을 원효는 해결해주고 싶었다. 그런 원효를 김춘추를 비롯한 왕실에서 곱게 보지 않았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원효를 반역의 주동자로 몰아내고 싶었다. 의상에게 국사라는 거대를 제시해 함께 서라벌에서 당으로 보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해골물 일화로 원효는 백성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들의 고통 속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킨 한 여자, 요석이 있다. 신라 전부를 다 가질 수 있는 김춘추의 딸 요석.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딸에게 정략결혼을 요구하는 아버지에 반기는 드는 요석. 원효라는 운명을 위해 전부를 내어주기로 작정했다.  

 

  “나는 말이다. 목숨을 바쳐도 좋을 만한 일을 하면서 살 거다. 사랑도 그렇게 할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2권, 83쪽)

 

 병자와 약자를 돌보고 원효와 함께 새로운 신라를 만들고 싶었던 요석. 요석과 원효의 사랑은 신분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이었다. 그것은 불교의 사랑과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김선우가 재탄생시킨 원효의 일대기가 빛을 발하는 이유다. 단순히 요석과 원효의 사랑만 그려냈다면 김선우에 대한 애정이 멈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선우는 달랐다. 1400년 전 원효를 현재로 불러와 법문을 들려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문장 하나하나 아름답게 갈고닦아 성찰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을 통해 나를 보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고정된 나가 아닙니다. 나라는 실체가 따로 존재한다는 환각을 벗어나면 우리 모두가 나입니다. 당신이 바로 나입니다. 남과 내가 둘이 아닙니다. 귀족과 평민이 둘이 아닙니다. 본래적 깨달음은 나에서 남을 보고 남에서 나를 봅니다. 나의 이익과 남의 이익이 별개의 것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나 자신과 내 가족과 가문을 소중히 여기듯 우리 모두가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2권, 163~164쪽)

 

 역사적 사건과 실제의 인물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는 건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역사적 배경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논픽션으로만 어떤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는 황룡사와 분황사, 첨성대와 같은 역사적 공간과 비담, 김유신, 의상, 선덕여왕, 김춘추란 인물의 등장만으로 <발원>을 역사 소설과 불교 소설이라 선을 그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감히 철학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김선우는 원효와 요석과 불교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각각의 당신이 내가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김선우는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촛불이 되기를 발원한다. 그리하여 1400 년 전 원효가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촛불이 발을 맞추어 걸어가고 상처에 약을 바르고 함께 밥을 먹고 단잠에 빠지는 세상을 소망하는 것이다. 촛불이 사라진 시대 소설로 촛불을 만드는 김선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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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컬러링북 시리즈
이재은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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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줄 것 같아요.컬러링북을 통해 내가 앨리스를 만드는 느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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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도 사들이는 책에 비해 읽는 책은 적다. 읽고 싶은 책은 사두기만 하고 읽어야 할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결국 정리하고, 사라진 책을 찾고 주문하기도 한다. 엊그제 도착한 요리책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두껍지 않은 소설책의 첫 장도 만나지 않았다. 주말에 강하게 불어닥친 태풍의 흔적을 기억하면서도 텁텁한 오후가 싫어 비를 기다린다.

 

 책을 사는 것도 즐겁지만 책을 선물하는 것도 기쁘다. 괜히 책 어딘가에 나의 마음이 함께 붙어있을 것 같다고 할까. 읽지 않았지만 그 책의 제목만 봐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그래서 선물은 좋은 것이다. 뭔가 줄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작가는 한은형이다. 우선은 제목 때문에 더 끌린다. 노희경의 드라마 <거짓말>로 시작한 나의 거짓말 사랑은 끝이 나지 않는다. <거짓말>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기대가 크다. 그 기대가 조금 크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는 기대만 키운다. 이장욱의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은 여름보다는 다른 계절에 읽고 싶은 소설집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이 소설집을 당장 읽지 않을 거라는...) 김태형의 <고백이라는 장르>는 예쁜 동생에게 안긴 시집이다. <처음 만나는 그림>은 표지 속 소녀가 나를 유혹했다.

 

 나희덕의 <그녀에게>는 곧 만나려고 한다. 여자를 말하는 시집, 그것만으로도 곁에 둘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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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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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속상하다. 그것을 대신한 물건이 있다 해도 잃어버린 자신을 탓하는 속상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다. 그저 실수일 뿐인데, 비난을 받을 만한 잘못이 아닌데도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실을 안겨준다. 그래서 그것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는 방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저당잡힌 삶을 사는 것이다.

 

 미술관 폭발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세 살 시오의 삶을 붙잡는 건 엄마와 그림이었다. 피할 수 없는 사고였고 폭발  당시 반지를 주며 파브리티우스의 그림 <황금방울새>을 가지고 나가라는 웰티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엄마를 찾을 수 없었던 시오는 무작정 그림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어쩌면 엄마가 집에 먼저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은 채 말이다.

 

 몇 년 전 시오와 엄마를 떠난 아빠와 연락이 닿는 건 어려웠고 고아가 된 시오는 친구 앤디의 집에서 지낸다. 주변의 보호와 상담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황금방울새>를 준 죽은 웰티와 조카 피파의 소식도 궁금했다. 시오에게 남은 건 그림과 피파에 대한 관심이 전부였다. 웰티의 낡은 골동품 가게를 찾아 호피 아저씨와 사고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피파를 만났지만 이별로 이어졌다. 그림과 함께 아빠가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이제 시오에게 가장 소중한 건 <황금방울새>였다.

 

 ‘그림을 꺼내고 만지고 바라보는 것은 가볍게 할 일이 아니었다. 그림을 향해 손을 뻗는 단순한 행동에도 뭔가가 팽창하는 느낌, 공기가 흔들리고 흥분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차갑게 냉각된 사막 공기 때문에 건조해진 눈으로 그림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신비로운 어느 순간 나와 그림 사이의 공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고,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실재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그 그림이었다.’ (1권, 412쪽)

 

 새로운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 보리스를 사귀지만 아빠와의 삶은 시오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는다. 도박에 빠진 아빠를 떠나 뉴욕의 호피 아저씨와 만났을 때 교통사고로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여전히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오는 호피 아저씨를 선택하고 골동품 가게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다. 아무도 모르게 약에 취하고 아무도 모르게 그림을 생각하고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피파를 그리워한다.

 

 호피 아저씨를 도와 가게를 운영하는 시오의 삶은 제법 안정된 듯 보인다. 가혹하게도 만난 앤디의 가족에게 앤디의 죽음을 들은 시오는 점점 더 약에 의지한다. 그러니까 가면의 삶이었다. 가면을 쓴 삶은 잘 나가는 사업가였고 가면을 벗는 삶은 마약 중독자였다. <황금방울새>를 찾는 사람들과 그들을 피해 달아나려는 시오. 시오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니 왜 웰티 할아버지는 죽음과 직면한 순간까지 그 그림을 시오에게 부탁했을까? 그건 호피 아저씨의 말에서 듣을 수 있다.

 

 “어떤 물건을 좋아하면 그 물건은 생명을 갖게 돼, 안 그러니? 물건들―아름다운 물건들―이 우리로 하여금 더욱 큰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는 거 아닐까? 처음으로 마음을 활짝 열고서 평생 쫓아다니게 만드는, 혹은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되찾으려고 애쓰게 만드는 그런 이미지들 말이야.” (2권, 460쪽)

 

 사랑을 주면 생명을 주는 것이다. 어쩌면 시오는 그 그림을 통해 엄마를 기억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와 함께 한 미술관의 시간, 엄마와 함께 본 그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엄마를 잃은 한 소년에게 그림이 주는 위안을 알 수 없다. 감히 그 슬픔과 절망을 짐작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아이들은 모두 치유하지 못한 상처와 함께 성장한다. 엄마와 외삼촌의 죽음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시오와 피피, 보호나 사랑이 아닌 방임된 보리스. 도나 타트는 그들의 내면을 소설 곳곳에 아주 치밀하게 담아낸다. 파브리티우스의 그림 <황금방울새>의 역할도 그러하다.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들을 이어주고 서로가 서로의 고통을 달랜다.

 

 ‘크나큰 슬픔, 내가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한 슬픔은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좋은 것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을 억지로 원할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선택할 수 없다.’ (2권, 465쪽)

 

 삶을 상실한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주문일까? 아니다. 그건 어쩌면 나와 누군가를 이어주는 어떤 대상인지도 모른다. 시오에게 <황금방울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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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7-14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궁금했는데 자목련님 덕분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15-07-14 15:44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묘사가 많은 소설이에요. 예상하지 못한 반전도 있구요. 해피북 님도 시원한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