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었던 어제는 지구의 날 소등행사가 있었다. 작년에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올해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동참했다. 저녁 8시에 시작해 10분간 불을 끄는 일, 그 잠깐의 10분이 꽤 오래 느껴졌다. 10분의 침묵과 어둠이 가능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침묵과 고요, 그것이 주는 평온함을 가만히 떠올렸던 시간이었다.


목요일이다. 목요일의 아이는 길을 떠난다고 했던가. 정확하지 않다. 아무튼 목요일이고 오늘은 세계 책의 날이다. 그리고 내 생일이다. 세계 책의 날과 생일이 되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다 보니 이렇게 좋아하는 책과 생일이 같은 해도 맞이한다. 그러니 세계 책의 날을 축하하며 도착한 책을 기록한다.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가 보낸 책 선물과 커피. 쨍한 핑크 책등이 인상적인 『언어의 무게』. 나는 읽지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라 하니 언니는 다행이라며 좋아하면 좋겠다고 했다. 읽기 전이지만 나는 벌써부터 좋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이다. 그러니 이 글을 쓰는 지금이 참 좋다.





박상수 시인의 시집 『메신저 백』과 이름도 어려운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소설 『슬픔의 물리학』은 믿고 읽는 이들의 리뷰 덕분에 구매로 이어졌다. 『메신저 백』은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수록된 시가 모두 긴 시라서. 마지막에 산문도 한 편 실렸다. 박상수 시인의 시집을 구매한 기억은 있는데 시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그 시집도 책장에 없다. 왠지 찬찬히, 오래 읽어야 할 것 같다.


꽉 차올라서 더 채울 게 없는데도 채우지 못한 것 같은 이런 이상한 슬픔과 빛, 소금과 허브로 잘 절여두었다가 건조시킨 후에 꽁꽁 싸매두자 일 년 뒤에 연잎 껍질을 풀면 비로소 오늘의 이 기분이 손에 배어나오도록, 우리 두 사람에서 시작해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반짝이며 풍기도록, 양손을 활짝 펼쳐서 서로를 기다려주는 사람, 한 사람이 품에 들어오면 다른 한 사람이 날개뼈를 잡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녹아버리는 마음, 바람이 세서 피크닉은 어려울 것 같은 날에도 키 큰 나무 아래에서 눈을 감고 같이 누워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흩어지는 머리칼을 서로 정돈해주며 웃어주는 우리가 되자, (「다하지 못한 마음」 일부)


나는 이제 실패를 아는 사람으로서 돌아보면서 가기로 한다 돌아보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믿음은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써 생겨나는 것, 그렇다면 있다 나는 벌써 있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감사를 반복하기로 한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고 나는 강을 뒤로 하고, 이제 로비를 지나 숙소까지 돌아가는 일이 남고, 이것은 갔다가 돌아고는 구조, 회귀의 여정, 성숙의 파노라마를 완성하는 일에 실패할까 봐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만 돌아보기로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중얼거림을 반복하는 사람은 되지 못한 사람,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되지 못한 사람으로서 나는 증명할 수 없는 실패의 말을 받아 적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그때에도 강물은 녹고 빛은 부서진다. (「증명할 수 없는 사람」 일부)


'세계 책의 날'이니 오늘은 여느 때보다 책을 만지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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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6-04-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쨍한 핑크색의 <언어의 무게> 책이 눈에 확 띄네요. 자목련 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충만하고 행복한 날 되세요.

자목련 2026-04-24 10:18   좋아요 0 | URL
그쵸, 핑크에 자꾸 눈이 가요!
축하 감사드려요. 화가 님, 맑고 환한 하루 보내세요^^

잠자냥 2026-04-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생일 축라해요! 🥳
책의 날 생일이라니…! 더 의미 있네요!

자목련 2026-04-24 10: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음력 생일이라 겹칠 수 있었어요 ㅎ

망고 2026-04-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맛있는 거 드시고 좋아하는 책과 함께 하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자목련 2026-04-24 10:20   좋아요 0 | URL
책보다는 맛있는 거랑 함께 한 시간이었어요 ㅎㅎ
망고 님, 감사합니다!

blanca 2026-04-2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날 태어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박상수의 시를 공유할 수 있어 더 특별한 날입니다.

자목련 2026-04-24 10:26   좋아요 0 | URL
4월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ㅎㅎ
박상수의 시집은 블랑카 님 덕분이고요. 잘은 모르지만 시집 전체가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곰돌이 2026-04-2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는 삶을 사랑하는 자목련님, 생일마저 책의 날이시군요! ‘참 좋은’ 오늘이 되시길요. 생일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6-04-24 10:29   좋아요 0 | URL
올해는 남다른 생일로 기억할 것 같아요. 이렇게 알라딘에서 축하도 많이 받고요!
곰돌이 님, 즐겁고 신나는 하루 이어가시길 바라요^^

건수하 2026-04-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 책과 함께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자목련 2026-04-24 10:30   좋아요 0 | URL
건수하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겁고 맛있는 하루 보냈습니다~

hnine 2026-04-2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해요.
<언어의 무게> 저는 인상깊게 읽었어요.

자목련 2026-04-24 10:31   좋아요 0 | URL
나인 님, 감사합니다.
<언어의 무게>에 대한 기대가 커지네요!

다락방 2026-04-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자목련 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6-04-24 10:31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감사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1등 축하드려요.
다락방 님은 정말 멋지고 대단해요!!

페넬로페 2026-04-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축하 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자목련 2026-04-24 10:3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을 가득 느낍니다.

단발머리 2026-04-2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편안한 생일 저녁 되시길요! 🎉

자목련 2026-04-24 10:3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배부르고 달콤한 저녁을 보냈습니다!

잉크냄새 2026-04-2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6-04-24 10:38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