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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평점 :
오늘은 알라딘굿즈 베트맨컵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하고 여유있는 오후를 맞았다.
<안녕 다정한 사람> 을 읽기 시작한다.
글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여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사진 이병률.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기대를 한다. 좋아하는 작가와 감독 그리고 가수들의 여행이야기와 사진.
와인에 흠뻑 취했다는 은희경 작가님, 난 그녀의 글에 흠뻑 빠져들었다.
겨울의 와이너리, 포도밭을 가만히 놔두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와이너리 매니저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긋는다. 가만히 놔두는 일...가만히 놔두는 일...중요하지만 매번 놓치는 일인 것 같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난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낯가림도 심하고 낯선 장소 낯선 사람을 불편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점점 낯선 것들의 매력에 빠져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그 깊이가 깊어지는 것 또한 두려워한다. 그래도 닮고 싶어서 그들의 취향을 따라해보기도 한다.
˝똑같은 와인이 담긴 같은 병이라고 해도 와인은 마시는 순서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맛이 다르다.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와인을 즐겨 마시지 않는 나는 와인에 대해 정말 모른다. 가끔 남편이 와인을 선물받거나 사오더라도 난 굳이 맥주를 마시는 편이다. 고급 와인은 가격도 어마어마하다는데 그런 건 아직 구경해본 적도 없다.
한달 전쯤 와인 마실 일이 있었는데 그날도 차를 가져가야만 하는 형편이라 와인 맛도 못 봤다. 정말 아쉬웠다. 그날 와인 안주로 치즈를 부탁받아 마트에 들러 사는데 정말 착한가격의 와인을 팔고 있었다. 저녁 모임에서는 마시지 못할테니 밤에 집으로 돌아와 마셔 볼 생각으로 착한가격의 와인 한병을 구매했다. 그런데 그날 생각보다 늦게 귀가하게 된 탓에 같은 방향 동행인을 내려주기로 했는데 하필 차에 남겨둔 와인병이 조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와인과 난 역시 궁합이 안 맞나`하고 동승자에게 마시라고 건넸다. 선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착한 가격이라 부끄럽긴 했지만 흔쾌히 받아주어 다행이었다.
은희경님의 글을 읽으니 오늘은 와인 한병 따서 남편과 나눠 마시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와인의 그 시금털털하며 텁텁한 듯 새콤 달콤한 듯 톡 쏘는 그 오묘한 맛을 아직도 즐길 줄 모른 사람이지만 그윽하고 우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마셔봐야겠다. 치즈를 좀 사러 가야겠다.
한달 전 여럿이 마시던 와인과 안주가 떠오른다. 두병의 와인을 미리 따놓은 것도 두개의 와인을 번갈아 마시던 것도 색달랐다. 그날 와인과 함께 먹은 안주들 레시피를 받아서 따라해보고 싶다. 올리브오일 한병이 필요하다는 그 안주 이름이 뭐였는지 생각은 안나는데 파프리카와 구운 마늘 새우살의 맛이 끝내줬다.
다시 모여 와인 마실 일이 있을때는 정말 내일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그냥 실컷 즐기고만 싶다. 하지만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그 모든 것을 맘껏 즐기지 못하고 아쉬움에 허탈해할 것이다.
`혼자라면 가능했을까`하고 생각해보지만 그렇게 열혈청춘이 아니고 술도 약한 탓에 그냥 웃고 만다.
자, 이제 이명세 감독님편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