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계획없이 저지른 방송대 청소년교육과 편입은 험난했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공부는 쌓여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 할애를 많이 못했다. 6과목의 16주차 동영상을 보고 전공서적을 읽어야 했지만 생각만큼 열심히 하지 못했다.
중간과제물 3개와 출석수업 3개의 출석시험까지, 하고자 마음 먹으면 다 잘 해낼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들과 보낼 시간을 더 확보하려고 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지쳐서 도움을 주기보다 도움받고 싶어했다.
안 하던 공부한다고 덤볐다가 몇날며칠 끙끙 앓기도 하고 그래도 어찌되었든 한 학기가 마무리 되었다.
그 와중에도 10여곳의 초중학교에 봉사를 하고 9곳의 초중학교에 수업을 나갔었다.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는 즈음 아들은 요새 유행하는 A형 독감에 걸려 5일간 타미플루 복용하고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다. 아들 덕분에 남아 있던 일정들은 다른분들께 부탁하고 정말 오랜만에 여유부리며 알라딘 쇼핑을 감행하고 오늘은 한 상자 가득 탐내던 굿즈들과 집에 도착했다.
아들은 상자를 열자마자 허클베리핀 빼지는 자기가 갖고 싶다며 애교를 부리고 딸애는 페미니스트 책베게와 크리스마스 테그 틴케이스에 잔뜩 눈독을 들였다. 남편에게 김탁환님의 <거짓말이다>를 안기고 나는 정이현님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읽기 시작했다.
내일 친정에서 가족들 연말모임하자고해서 이번에 수능본 조카에게 주려고 정여울님<공부할 권리>를 샀다. 수능 보기 전날엔 이병률님 여행컬렉션3권(구판이긴해도 너무 좋은)을 탐내했어서 주고 왔었다.
그리고 그동안 살까말까했던 나쁜페미니스트를 담고 얼마전 제대로 다 읽은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에서 눈여겨본 엄기호님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를 읽어보고 싶어서 담았다. 그리고 황인숙시인님의 신간시집<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를 얼른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했다.
알라딘 북플에도 오랜만에 기웃거리고, 여유부리며 글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늦게 알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싶은 건 더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예전만큼 충분치 않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들 역시 새록새록 배울 것을 던져주는 사람들이다. 함께 자원봉사하며 청소년을 만나는 선생님들을 봐도 그렇고, 뒤늦게 편입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언니들과 베트남새댁까지, 요즘 내 주변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하나의 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움 가득 안고 있는 이들을 만나지 못해 영 아쉽긴 하지만 그게 재빠르게 행동하지 못하는 성격 탓인 것도 같고, 올 해가 가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며칠 전 동네 서점에 갔다가 이병률님의 <안으로 멀리뛰기>가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 동네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신간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그 인기가 저절로 실감났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이병률님편을 보는데도 어찌나 반갑던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시인님과 동석하여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들이 꿈만 같았달까, 이현우님편에서도 내가 느꼈던 느낌 그대로 기자도 느꼈던 것에 웃음지었었다. 키가 커서 놀랐던 것, 단정하고 과묵해보이며 날카로운 눈매에 압도 당했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보니 두서없이 주절대고 있다. 그런데 너무 좋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주절거릴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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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4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4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4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4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2-24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즐거운 성탄 되세요^^:

꿈꾸는섬 2016-12-24 03:11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도 즐거운 성탄되세요.^^

2016-12-24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4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12-24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소식 들으면 오랜만이라서 더 반갑기도 합니다.
방송대 편입하셨군요. 무슨 전공이신지... 아이들에게 엄마 손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공부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워 보이겠어요. 시간 날때 공부하자고 생각하면 그런 시간은 영영 안올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첫학기 보내셨다면 제일 힘든 한 학기를 이미 패스하신 셈이고 앞으로도 정진하시리라 믿습니다. 대단하세요!

꿈꾸는섬 2016-12-24 09:06   좋아요 1 | URL
나인님 정말 반가워요.
청소년교육과 3학년에 편입했어요. 생각보다 공부는 정말 어렵던데요. 전 놀기 좋아하는 유형이라는 걸 깨닫는 학기였어요. 다음학기부터 술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