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일이 나에게도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아마도 없을 거야하고 단정 지었다. 그러고나니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도 필요없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막상 윤승철 작가와 이병률 시인의 북콘서트에 다녀오고나니 당장이라도 무인도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안으로 멀리 뛰기>를 집어 들었다. 아이들의 방학생활에 지쳐 있던 나는 개학을 맞아 다시 활기를 되찾는 중이고 그에 걸맞게 흥미로우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는 만족감에 젖어 들었다.
이병률은...이라는 책날개를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던가보다. 맞은편에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던 남편이 질투 섞인 말투로 뭐가 그리 좋아? 하고 말했다.
난 당연하게도 뭐가 좋긴 다 좋지! 했더니 살짝 눈을 흘겼다.
내가 만나본 이병률 시인은 막연한 상상과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으로 사는 건 관심없는데 인간적으로 사는 거에 비중은 많이 둡니다.˝ 라고 한 것처럼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니 사막을 5번이나 완주한 청년에게 반한 게 아니었을까. 그들이 마셨다던 러시아산 보드카를 공수해와서 그곳에 모인 독자들과 나눠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 또한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자유와 자발적 고립이 시작되는 곳 무인도˝, 꿈꾸는섬이라는 닉네임을 정하면서 막연히 섬을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무인도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완벽한 자유와 자발적 고립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난 지금 현재도 섬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때가 많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편안히 누리지 못하고 주변인들과의 공통의 관심이 다르고 마음 편히 나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쉽지 않으니 난 이미 섬에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바람처럼 흘러다니며 살았을까 싶을때도 있다. 아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내게 매달릴 때는 정말 숨통이 죄어드는 느낌이 들곤 한다. 게다가 남편의 눈치를 보는 일까지 생기면 그땐 정말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갇혀 있는 신세가 섬에 갖혀 있는 것만 같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고 기회가 될때마다 외출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무인도에서의 불편한 며칠이 생활공간에서의 익숙함과 편리함을 위한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무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보통사람들보다 더 많이 느꼈다고 했다.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을 이제 펼쳐 읽어야겠다하고 휘리릭 넘기다 발견한 신발 사진들, 해안가에 밀려 온 신발들을 모으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왜 꼭 한 짝씩만 떠내려오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고 궁금하다. 나머지 신발 한 짝은 어디에 있는 걸까? 마치 헤어진 연인들처럼 어느 하나는 바다 건너 무인도로 찾아들었지만 어느 하나는 아직도 바다를 건너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하나는 육지에서 무인도로 건너 간 하나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인도에 갈 때 난 무엇을 가져가야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하겠다. 무작정 그곳을 떠나는 배낭을 챙겨야 알게 될 것 같다. 아마도 거대한 짐을 잔뜩 넣으려고 진땀을 흘리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자, 이제 그럼 신나게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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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6-08-25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들 개학해서 한결 여유로와지셨죠? 전 아직 무인도는 무서워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6-08-25 23:36   좋아요 0 | URL
어제 개학했어요.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온 거죠.ㅎㅎ
수퍼남매맘님은 수업하시느라 고생많으실텐데ㅎㅎ 더운 여름 잘 지내셨나요? 건강하고 즐겁게 새로운 학기 맞이하시길요~^^

저도 여전히 무인도에 가고 싶진 않아요.ㅎㅎ

2016-08-26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6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8-28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시인님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 사람 중에, 근래 만난 그 많은 남자 사람들 중에, 탑 파이브 안에 드는 사람이다.
착한 걸로다가 ㅎㅎㅎㅎ

그러고보니 꿈꾸는 섬님, 아이디가 꿈꾸는섬님이네요.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게 너무 멋져요.
저도 그냥 그런 아줌마가 되지 말아야지, 자주 자주 결심했지만,
결국에는...
세상사 다 그렇지, 말하는 아줌마가 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꿈꾸는섬 2016-08-28 23:27   좋아요 0 | URL
우와~~~탑 파이프 안이라니......ㅎㅎ글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었을까요?
허세라거나 그런척이라거나 하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전 만났을때 정말 글에서 느꼈던 분위기 그대로구나했거든요.
다시 만난 느낌도 정말 좋았어요.^^
ㅎㅎ저도 그저 그렇게 나이들어가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