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욕심이 참 많다.
욕심이 많은 사람에 대해서 보통은 나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이 많다는 걸 남들에게 들키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아이에 대해 갖고 있는 욕심들에 대해서도 얼렁뚱땅 아닌척 포장하려고 했다.
'아이들 공부 좀 못하면 어때'
'아이들은 노는 게 최고지'
'아이들 글자는 다 알때되면 알아'
하고 위선을 떨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보니 마음이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못 쫓아가면 어쩌지?'
'선생님께 더 예쁨 받으면 좋겠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하면 좋겠어'
'단원평가를 다 맞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마음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면서도 애써 괜찮은 척, 괜찮아, 괜찮아, 하다가 아이고 이래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시켜야겠다고 선언을 하게 되었다.
책만 많이 열심히 읽는다고 모든 게 다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책 읽기만은 꼭 욕심껏 읽히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보니 현준이는 방학생활계획표대로 아침 1시간, 저녁 1시간 책 읽기를 실천하게 되었다. 1시간 꾹꾹 눌러 채우진 않아도 다독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 그림책뿐만아니라 줄글 책까지도 읽을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책 읽기가 점차 쌓이다보니 아이는 점점 자신감이 쌓여가고,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졌다.
책 읽기가 어느 정도 잡히니 드는 생각, 역시 모든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그러니 이제 학습적인 부분도 잡아줘야겠지, 하는 마음에 영어 학원까지 등록했다.
처음엔 영어를 왜 해야 해? 하던 아이가 자기보다 앞서 다닌 친구들 모습을 직접 보니 자기는 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역시 아들도 나를 닮아 욕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이는 욕심 많은 엄마때문에 피아노를 시작하고 영어를 시작하는데 처음엔 하기 싫다고 하다가도 금새 재미를 찾고, 하고 싶은 마음을 가져주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태권도를 그만두고 탁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탁구가 최고라고 하더니, 요샌 영어가 제일 재밌다고 한다.(탁구는 현준이가 정말 배우고 싶어해서 시켰는데 잘한 것 같다.)
그래서 드는 생각, 아이들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없는 것들은 부모가 찾아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현준이 기말시험 보고, 방학하면서 교실청소하러 학교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 왈, "현준이 어머니, 현준이 공부 많~~~이 시키셨나봐요." 하신다.
그래서 나도 "네, 현준이 공부 많~~~~~이 시켰어요." 했다.
그랬더니 다들 웃는다.
현준이의 단원평가 시험지가 초반에는 한 두개 틀리더니 중반에는 일곱개 이상도 틀리는 거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아이도 자기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데 더 놀랐다. 그래서 그때부터 학습도 시켜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해야하는데, 어째서 난 공부를 못해.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내가 솔직히 미안했다. 그 이후 현준이가 공부 하기 싫어하던 날도 다독여가며 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 1학년 성적이 뭐 그리 대수겠냐마는 이건 자신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공부했고,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아이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뭐든 열심히 하면 다 잘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한다. 난 그걸 원했던 거고, 현준이는 그것을 이루어주었다. 마냥 '괜찮아'만 했다면 아마도 현준이는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꾸준히 생활계획을 실천하면 좋겠다.
다섯친구들의 꿈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꾼 희철이, 자신을 잡아 먹으려는 사마귀를 피해 도망가다 사마귀 입 속에 잡아 먹힌 아빠를 본 지현이,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놀림거리가 된 연우는 꿈에서만큼은 자신이 짱이 되고 싶어하고, 오줌 멀리 누기 내기에서 당당히 이기는데 그것이 꿈이다. 꿈에서 오줌을 싸고 진짜 이불까지 적신 연우, 현준인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단다. 그리고, 아빠를 잡아가려는 저승사자와 싸운 한별이, 한밤 중에 자다 깨서 부모가 없을 때 아이들이 느낄 공포에 대해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정호는 소아마비 친구를 놀리고, 그 아이에게 시달리는 꿈을 꾸고 괴로워한다. 그 이후 정호와 선우는 친구가 되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교육적이라 좋았다.
다섯 친구들의 꿈 이야기를 읽고는 자기도 가끔 꿈을 꾼다는 현준이, 어떤 꿈을 꾸니? 하고 물으니 방학동안 못 보고 지내는 친구들 꿈을 꾼단다. 방학하고는 시간이 맞질 않아서 친구들과 만날 시간이 없었다. 친구도 만나면서 지내야하는데 날마다 생활계획표에 맞춰 시간을 보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한다. 그래도 떨어져 지내는 동안 그리움도 쌓아가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권장도서, 반납하기까지 몇번씩 읽어주니 고맙다.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는 전집으로 사주지 못해서 요새 도서관에서 틈나는대로 빌려 보는 중이다.
<피노키오> <성냥팔이 소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아이교육에서 나온 책들인데, 알라딘상품 검색이 어렵다. 여하튼 현준이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단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욕심내는 부모들, 그 마음은 다 똑같을 것 같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좀 더 노력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