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아이들 데리고 유치원 버스 태우러 나가는 게 너무 싫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아이들과 버스 타는 곳까지 가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조금 천천히 준비하고 엄마 차 타고 데려다주면 안 될까?" 하고 묻는다. 그럼 아이들이 "좋아요."하고 말해주길 바라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싫어요." 한다.

내가 데려다주면 그만큼 유치원에 늦게 가야하고, 함께 차 타고 가는 친구들을 만날 수 없어서 싫다는 것이다. 애초에 차 타고 유치원 다니는 것 싫어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엄마의 걱정과는 전혀 다르게 아이들은 차 타고 다니는 것을 즐거워한다.

보통 다른 아이들도 그럴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준이를 생각할때마다 마음이 흐뭇해진다. 태권도 차를 태우러 나가면 관장님께 깍듯하게 인사하고 엄마에게도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한다. 그렇게 인사를 할때 관장님도 현준이를 흐뭇하게 바라봐주신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따라 마음이 뿌듯해진다. 처음 몇번은 끝나는 시간에 마중을 나갔는데 이제는 끝나고나면 혼자서 집으로 돌아온다. 다행히 같은 동에 사는 아이가 함께 태권도를 다니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이 피아노에 관심이 많다. 특히 현준이의 경우 유치원에서 여러가지 악기 수업을 하고나서부터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그 전에 피아노 학원에 다니겠냐고 했을때는 시쿤둥했는데 지금은 멜로디언을 꺼내 건반 연습을 한다. 이 참에 남편에게 피아노를 사야겠다고 했더니 겁부터 낸다. 물론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살 거면 빨리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차피 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현수도 오빠따라 덩달아 피아노 배우고 싶다고 학원에 보내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우선 피아노를 구매하고 학원이든 가정방문이든 결정을 해야겠다. 피아노도 보러 나가야하는데 날씨가 추워 계속 웅크리고만 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실천력이 부족하다.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으면 좋은데 멀리 나가야하니 조금은 귀찮다. 그래도 아이들이 관심을 보일때 서둘러야겠다.

 

오전에 잠깐 EBS생방송 60분 부모를 봤다. 처음부터 본 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란다. 순종하는 아이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은 결정력이 부족하단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어릴때부터 어른들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라고 배워서 그런가 뭔가 결정을 내려야할때 갈팡질팡한다. 누군가 대신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의 삶에 있어서 아이들 자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남았다.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대로 따라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실패를 모른다고, 실패하면 안된다고, 상처받으면 안되는 것처럼 아이들을 키운단다. 그게 문제란다. 얘기를 듣다보니 정말 그렇다. 아이들이 실패하고, 상처받는 일에 대해 엄마인 내가 오히려 더 겁내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성공을 향해 가고, 상처를 통해 치유를 배우고, 더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아이의 인생의 밑그림을 내가 그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크게 자라길 바란다면 그만큼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또 아침에 잠깐 아이들 가방 가격이 엄청 비싸다는 걸 봤다. 인체에 맞추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여 30만원이라나.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가방 가격 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했다. 이름이 생각 안 나는데 여 기자 하는 말이 학교에서 비싼 가방 매고 오지 않게 가방 가격 상한선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그런 것까지 학교에서 정해줘야하는가 싶었다.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가방으로 서열화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나는 한술 더 떠서 유치원처럼 학교 자체 가방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우리는 서열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부모의 재력이 나의 서열이다. 가방때문에 순간 울컥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비싼 옷, 비싼 가방을 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입학준비물들에 대한 감사함을 기억하게 하고 싶다.

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빨간색 가방을 사주셨다. 직사각형이었고, 여자아이가 좋아할만한 그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그 가방이 얼마나 비쌌는가를 기억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기 전 빨간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거울 한번 들여다보며 설레하던 날이 기억난다. 빨간 가방을 메고 언니 뒤를 졸졸 쫓아 학교에 갔던 기억과 같은 반에 똑같은 가방이 있어서 서로 바꿔 들고 왔던 기억도 난다. 운동장 스텐드 한 곳에 모아두었던 가방을 다른 친구가 먼저 메고 가버리고 남은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 가방이 아니어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학교에 가기 전 엄마 손 잡고 가방 사러 갔던 날도 기억이 난다. 유독 내 마음에 들었던 그 빨간 가방을 꼭 사야겠다고 고집을 피웠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그렇게 그 가방은 지금은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방송에서 가방 가격 천차만별, 이런 기사를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가 싶다. 방송에서 알려주니 궁금해진다. 대체 어떤 가방이길래......실험을 통해 알아봤는데 비싼 가방이든 싼 가방이든 오랫동안 메고 다니면 척추에 무리가 된단다. 가끔 앞으로도 메주면 좋단다. 다음 달에는 현준이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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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1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학교에 가는 거에요?
엊그제 유치원 간다고 행운의 주인공이었던 거 같은데 벌써~ ^^

2012-01-14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2-01-14 00: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현준이 유치원 간다고 순오기님 이벤트 선물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네요. 시간이 참 빠르죠.^^
수정했어요.^^

블루데이지 2012-01-1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하네요..그 비싼 가방이요..하다하다 이젠 아이들을 상대로 되도않는 상술을 쓰네요..
정말 반성해야할 어른들...이세상에 참많아요!!
저도 아이 학교 보내기전에는 몰랐는데..요즘아이들 자기네 집 평수, 심지어는 아빠월급도 자기네들끼리이야기하대요..참~

60분부모 저도 봤는데...요즘아이들 똑똑하잖아요^^선을 정해놓은 후 주도권쥐도록 해야할것같아요^^
아이 본인 삶이니까..그안에 들어가 휘젓기보다는 뒤에서 바라봐주는게 좋을것같죠?..ㅋ

꿈섬님 글 읽으면서 깜짝놀랬어요. 유치원보내는일, 현준이 태권도 다니는이야기, 피아노구입이야기,,추억의 빨간가방이야기까지 저희집이랑 너무 닮았거든요^^와우~~

꿈꾸는섬 2012-01-17 13:23   좋아요 0 | URL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늙어가는 증거라는데...ㅜㅜ)

블루데이지님네랑 비슷하다니 정말 놀라워요.^^ 아이들 자라는 걸 바라보는 엄마들 마음이 비슷한가봐요.^^

책가방 2012-01-1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가방은 역~~시 아이와 함께 사러 가야된다니까요.
제 큰아이도 초등입학때 이모가 가방 사준다고 데리고 갔었는데.. 엄마맘과는 다르게 기어이 자기맘에는 들지만 가격은 저렴하고 엄마맘에는 안드는 걸 고르더라구요.ㅋ
그 30만원짜리 가방도 아이마음에는 절대 들지 않을거예요..^^

꿈꾸는섬 2012-01-17 13:24   좋아요 0 | URL
엄마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다르죠. 현준이 경우 작년까진 신발의 경우 꼭 캐릭터 상품을 사고 싶어하더라구요. 올 해부터는 안 그러지만요. 가방살때도 비슷할 것 같단 생각이......
아이들 마음에 드는 가방을 사줘야겠네요.^^

잘잘라 2012-01-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와 책가방.. 초등학교때를 떠올리면 항상 커다랗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와 책가방입니다.
'비싼 가방이든 싼 가방이든 오랫동안 메고 다니면 척추에 무리가 간다, 가끔 앞으로 메주는게 좋다.' 요 문장이 좋아서 베껴갑니다. ^^

꿈꾸는섬 2012-01-17 13:26   좋아요 0 | URL
피아노와 책가방...초등학교때 준비하게 되는가봐요.ㅎㅎ
피아노 사러 가야하는데 아직도 안 나갔어요. 게으른 엄마에요.ㅜㅜ 봄 되기 전에 사야할텐데 말이죠.
가방은 가끔 앞으로 메주어야 척추에 무리가 안간다네요.^^

소나무집 2012-01-1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현준이가 학교 입학을 하는군요. 입학할 때 사는 캐릭터 가방은 1~2년 쓰면 다시 사게 되더라구요. 지네들이 봐도 넘 유치한가 봐요. 가방 두 개로 초등 학교 졸업했어요.

꿈꾸는섬 2012-01-18 21:49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현준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들어가요. 시간이 참 빠르단 생각을 했지요.
가방은 큰언니가 선물해준다고 연락이 왔어요.^^
현준이는 무난한 편이라 보통 선물받는 것들 모두 만족해하더라구요. 크게 걱정 안돼요.^^
고학년때 한번 바꿔주면 좋겠네요.^^

마녀고양이 2012-01-1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많이 컸군요.. 너무 기특하고 예쁘고 자랑스럽네요.
학교 입학 축하드려요! 꿈섬님, 초등 1학년 때 신경이 은근히 많이 쓰이거든요, 그래도 당차게! 아자!

책가방으로 서열화를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거죠. 저는 코알라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나 부모 자체가,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거야 라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물건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자신을 내세우려 한다구 말이죠. 그렇지 않나요? ^^

꿈꾸는섬 2012-01-18 21:51   좋아요 0 | URL
현준이가 기특하고 예쁘고 자랑스러워요.ㅎㅎ
정말 은근 신경 많이 쓰여요. 이사 온지 얼마 안되고 유치원도 전에 살던 곳에서 졸업하니 이 동네에 아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신경이 더 쓰이는 것도 같지만, 괜찮을거에요. 저도 현준이도.

마녀고양이님 말씀이 전적으로 맞아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물건으로 내세우는 것. 그런 것 생각하면 우린 자신감충만이에요.ㅎㅎ

2012-01-19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2-01-21 21:10   좋아요 0 | URL
ㅎㅎ 남편에게 은근슬쩍 가방은 고모가 사줘야 공부를 잘한다는 말이 있다고 흘렸어요. 알았다네요. 하나밖에 없는 고모가 가방을 사줄까 싶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