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기가 참 오랜만이에요.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정도로 오한이 들고, 거의 사경을 헤매듯이 사흘을 꼬박 누워서 지냈어요.
우편함에는 어제부터 온 우편물이 틀림없는데 그걸 오늘에서야 발견하고 가져왔어요.
예쁜 편지봉투를 보면서 마음이 환해지더라구요. 요즘은 누군가에게 부쳐보지 못한 편지를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예쁜 손글씨 편지를 보내주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용산전쟁기념관에서 다빈치전을 한다는군요. 초대권 2장도 함께 보내주었어요. 아이들 데리고 나들이 한번 해야겠어요.
마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