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훈 소설 <퀴르발 남작의 성>을 가뿐하게 읽고나서였을까? 오락가락하던 마음들이 조금은 정리가 된 듯도 하다. 내 속에도 톰과 제리와 강우빈과 강철수가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며칠이었다. 좋을때는 한없이 좋다가 우울할땐 또 한없이 우울해지는 마음을 스스로가 다스리기가 힘겨웠다. 아이들 보면 좋다고 웃다가도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도 한방울 흘렸다가 그랬다. 남편과 특별히 나쁠 것도 없었는데 뭐가 그렇게 허무했던 것인지 자꾸만 우울해지려고만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건 이럴때 재밌는 소설 책 하나 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톡톡 튀는 작가들을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설레인다. 표지의 저 남자, 표정이 참 밥맛이다. 뭘 그렇게 노려보는지, 나도 한참 노려보았었다. 가슴에 꽃힌 붉은 장미, 피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부터 다시 책읽기를 시작할 마음이 생겼다.
나도 그처럼 통통 튀는 글을 써봐야지라는 마음도 생겼다.
아이들을 데려오고, 큰 아이 태권도장 보내고 현수를 재워두고 아이들 책 두권을 집어 들었다.

역시 요즘 아이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내용들이었다.
<좋은 엄마 학원>에는 4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참 좋았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소녀의 마음도, 자신만 생각하던 아이가 친구를 생각하게 되는 마음도 모두가 소중하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던 아이가 자신에게도 좋은 엄마가 필요하다고 엄마를 좋은 엄마 학원에 보낸다는 설정은 또 어찌나 재미나던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일테다. 바쁜 엄마때문에 늘 이모네 신세를 져야하는 아이의 마음은 또 어떠한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긴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늘 불편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기도 했다.
<딱지, 딱지, 코딱지> 정말 귀엽다. 이름만큼이나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였다. 누구에게나 한가지씩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관이 있을 것이다. 고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그것으로 남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된다는 귀여운 메세지도 함께 한다. 아이들이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한동안 마음이 오락가락하여 심란했던 날들을 보냈다. 그럴때면 책을 읽었는데 그때마다 책이 읽히지 않아 고생 좀 했다. 하지만 다시 책을 읽는다. 아이들 책을 읽으며 맘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그런 날이다. 아이들 책 몇권 더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