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베리아 - 시베리아 아이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여행
리처드 와이릭 지음, 이수영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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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으면서 비로소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갖지 않고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경험하며 경이롭고 신비로움에 감동하고 감탄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아이가 내 안에서 나올때의 경이로움, 세상밖에서의 첫울음, 탯줄을 자르고 처음 입을 벌려 젖을 찾아대던 아이의 본능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10달을 고스란히 뱃속에 넣어두고 기다리면서 늘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바랐었다. 그 아이가 어느새 가방을 매고 유치원에 다니며 고래고래 노래도 부르고 기합 넣어가면 태권도를 한다고 발차기를 해댄다. 이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온게 아니었다. 나의 삶 어딘가 아이의 존재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일테다. 그 순간의 찰나에 아이는 내 안에서 서서히 자라고 이제는 세상을 알아가며 배우고 또 그렇게 자라나고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흐뭇함 그 자체이다. 

모든 아이들이 엄마와 자신과의 유대관계 속에서 자라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끊임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다. 또 그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누군가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래도 더이상은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소련,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나라의 아이들은 수없이 버려진다. 결혼 비율은 내려가고 이혼율은 증가하고 폭정의 멍에가 대물림 되고, 혈연관계는 해체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책임질 수 없는 부모들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좋은 양부모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들은 잡범이나 마피아, 소녀의 경우 사창가와 콜걸이 될 것이란다. 계속해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고아원 아기들은 똑같은 보살핌을 받는다. 모두 '동시에'이건 '아무에게도'다. 개인적인 관심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278쪽)

 
   

세상 그 어떤 아이 누구라도 개인적인 관심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권도 없이 그들은 그렇게 익명의 누군가로 모두에게 흡수되어 버린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어느 누구라도 특별한 누군가가 되어야만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멜리아는 행운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가족이 생겨나고 그 부모는 새로운 딸을 얻기 위해 시베리아를 여행하고 시베리아에서 태어난 딸을 위해 시베리아의 문화와 자연, 민담, 전설들을 기록하여 선물하려고 한다. 아멜리아를 만나던 첫날을 기억하고 그녀의 까르르 웃는 모습에 방안 전체가 들썩였다고 한다. 아멜리아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아이와의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만난 것을 중심으로 아이의 이야기로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써놓았다면 이 입양기는 그냥 그런 입양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나라를 기록하여 선물하려는 부모의 마음이 너무도 아름답다.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어도 그녀가 태어난 곳은 시베리아일테니 말이다. 그녀가 태어난 곳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너무도 소중하다. 아이의 출생지조차 소중하게 끌어안는 그의 마음을 읽으며 내 마음이 덩달아 흐뭇하고 따뜻해진다. 

   
 

 '나는'하고, 갓 태어나 비틀거리는 어린 양이 말한다. '나는 하나뿐이다. 나는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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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와 행복하지만, 이런 책과 글을 보면 미안한 맘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참 공평하지 못 하죠.. 아멜리에는 행복한 가정을 얻어서 참 다행이네요.

꿈꾸는섬 2010-08-19 10:03   좋아요 0 | URL
입양하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들어요. 전 사실 입양은 자신없거든요. 다만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버려진 아이들은 이미 상처로 시작되는 것이기에 그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악순환의 고리가 끊겼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8-1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뿐만 아니고,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받아야 하겠죠~
하찮은 풀들도 관심을 받는 순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걸 보면여~^^

하지만,관심과 사랑도 지나치면...또는 번지수를 잘못 찾으면...병이 될 수도 있는 거겠죠~

꿈꾸는섬 2010-08-19 14:58   좋아요 0 | URL
ㅎㅎ번지수를 잘 찾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