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 역사 이야기 - 1980년 오월 광주 맹&앵 동화책 5
김현태 지음, 김정운 그림 / 맹앤앵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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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 나는 비록 어렸고 광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80년 5월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날을 배우고 기억한다. 어린시절 아니 내가 머리가 크기 전까지 나는 1980년 5월의 진실을 알지 못했다. '전라도 깽깽이', '전라도 빨갱이', '폭도', '괴수', '간첩'......온갖 나쁜 말을 그들에게 갖다 붙였다. 지금도 간혹 나이가 많으신 분들 중에는 잘못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군인들에게 짓밟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뭉쳐서 싸웠던 시민군들을 모조리 싸잡아 빨갱이, 간첩, 폭도라는 이름으로 더럽히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기에 그것이 더 가슴아프고 속상하다. 

학교에서도 근현대사는 제대로 배워 본적이 없었기에 갓 스물살이 되기전까지도 나는 우리 현대사의 왜곡된 진실을 참된 진실인줄 알며 살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950년 남과 북의 전쟁의 상처로 인해 수많은 양민이 학살당했던 우리의 역사 위에 또다시 전라도라는 한 지역의 사람들이 무차별 공격을 받아 사망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단절된채 연일 방송에서는 전라도 폭도, 간첩들이 말썽을 일으켜 진압을 한다는 거짓 방송을 일삼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었다. 그게 우리의 역사였던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겠는가 말이다. 당시의 모든 병력과 언론을 통제하던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폭력은 우리의 또다른 부끄러운 역사가 되었고 결국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이런 상황을 마음껏 얘기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맹앤앵> 출판사에서 참 장한 일을 했단 생각을 했다. 100쪽도 안되는 짧은 동화 속에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금남로의 행렬이 눈에 훤히 보인다.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수위의 내용과 상황의 전개는 읽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수가 바라 본 5월 광주의 참담한 모습과 아버지의 죽음, 광주에 내려와 있는 군인 삼촌, 가해자와 피해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 그들 모두를 아우르며 5월 광주의 이야기를 끌어간다. 민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80년 5월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더이상 왜곡된 진실앞에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며 자라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5월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던 아빠, 눈이 오면 아픔도 상처도 눈물도 다 덮어준다는 아빠의 말을 떠올리는 민수, 비록 아빠가 곁에 없을지라도 오월이 되면 아빠를, 그 날을 꼭 기억하겠지. 

임철우 선생님이 쓰신 <봄날>(전5권), 황석영 선생님이 쓰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를 읽었던 감동 그대로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맹앤앵> 출판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5월, 어느새 벚꽃들도 제각각 흩날렸고 좀 더 있으면 시커멓게 익은 버찌들이 바닥을 물이들이겠지, 5월을 생각하면 버찌들이 물들인 시커먼 물들은 늘 핏빛이 검게 변한 듯 느껴지고 나만 혼자 소름돋아 버찌를 밟길 두려워했었다. 그것들을 짓밟아 바닥을 물들이는 것이 마치 누군가의 핏물을 밟고 지나가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월에,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라도 있었으니 눈이 내리는 듯 눈은 즐거웠던게 사실이다. 그렇게 마음도 가뿐해졌던게 사실이다. 

5월,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우리에게 진실을 알게 한다.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 그날의 아픔도 슬픔도. 그리고 잔인함도 말이다.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길 기억하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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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가 너무 이뻐요~

꿈꾸는섬 2010-05-04 16:53   좋아요 0 | URL
표지도 글도 너무 예쁘고 감동적인 책이였어요.^^

2010-05-04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5-04 16:54   좋아요 0 | URL
맹앤앵 너무 장해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나 할까요.ㅎㅎ

같은하늘 2010-05-0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신청하면 받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 서평 올릴 시간이 없어 신청 안했네요. 다시보니 아쉬움이 남아요.ㅜㅜ

꿈꾸는섬 2010-05-05 17:07   좋아요 0 | URL
정말 아쉽게 되었네요. 정말 좋은 책인데 말이죠.

비로그인 2010-05-0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어떤 시각이 되었든 영화 [꽃잎] 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해준 영화였습니다... 광주비엔날레 가서 본 사진들과 많이 오버랩이 이뤄지더라고요...

꿈꾸는섬 2010-05-05 17:08   좋아요 0 | URL
<꽃잎>은 저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영화였었죠. 어린 이정현의 소름돋는 연기까지...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