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네 아이들과 놀이터와 각 집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놀았다.
오늘은 해가 너무 좋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는데 아이들이 한 아이 집으로 우르르 몰려 갔다.
거기에서 7세 남아 하나, 6세 여아 둘, 6세 현준이가 신나게 어지럽히며 놀았다. 볼풀장에서 갖고 노는 공을 거실 한가득 늘어놓으며 놀았는데 7세 아이가 정리하자고 했나보다. 갑자기 현준이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며 정리하는데 왜 다시 엎으냐고 화를 냈다. 너무 놀란 현준이가 바짝 굳었다. 급기야 같이 놀던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현준이랑 놀지 말라고 말하고는 여아 둘을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엄마들은 수다떠느라 바빴다. 나는 현준이와 붙은 시비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들어간 방으로 현준이가 따라 들어갔다. 7세 아이 현준이에게 왜 오냐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나가라고. 현준이가 울기 시작했다. 대성통곡을 했다. 솔직히 나도 울고 싶었다. 뭘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다른 아이들에게 같이 놀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우선 현준이를 달랬다. 계속 울면 집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잠시뒤 그 집을 나왔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 아이가 넷이서 놀던 곳에서 왕따를 당하는 위기에 처했으니까......
집으로 돌아와 아이 둘을 먼저 씻기고 저녁을 먹였다. 현수 먼저 잠이 들고 현준이는 아빠가 오길 기다렸다가 저녁을 더 먹고 잠이 들었다.
남편은 아이들이 그럴 수 있지. 뭐. 그리고 대수롭지않게 넘기라고 한다.
물론 나도 아이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너무 속상했다. 그 아이 엄마랑 나이도 같아서 친하게 지내자고 했는데, 매번 놀때마다 우리 현준이를 무시할거라고 생각하니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문자를 보냈다.
그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는 다른 엄마들이랑 얘기하느라 상황을 잘 몰랐다며 아이에게 잘 말했다고 한다. 내가 보낸 문자를 보여주었단다. 그 얘기 들으며 또 속상했다. 그냥 그 상황에 대한 얘기를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일뿐이었는데 그 문자보고 아이가 울었단다. 에구, 어쩌라고...... 아이도 현준이 상황이었다면 많이 속상했을 것 같다고 미안해서 운다고 했단다.
그 아이도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의 상황에서 잘못된 점을 짚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또다시 상처를 줄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다행히 그 엄마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고 아이도 말을 잘 알아들었단다.
속상하지만 그렇게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깊이 잠이 들었던 현준이가 엉엉 운다. 아까 낮의 상황이 생각난 모양이다. 엄청나게 울어댔다. 그 바람에 현수가 깼다. 그래도 현준이를 꼭 끌어안고 다시 재웠다. 좀 안정이 되었는가보다. 지금 옆에서 현수가 찡찡거린다. 이젠 현수를 재워야겠다.
아이가 속상할때 나도 같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아이 대신 나서주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고 기다린다. 현준이도 대처방법을 터득했으면 좋겠다.
"내가 미안해. 난 정리하는 줄 몰랐어." "나한테 소리지르지 마, 작은 소리로 말해도 알아 들어."라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는데 워낙 소심한 녀석이라 말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란다는 걸 알면서도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나때문에 얼마나 속상했을까를 생각하니 더 많이 속상하다.
아까의 상황을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 그래도 참아야한다는 걸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