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촌동생의 수업을 끝냈다.
1월부터 우리집으로 공부를 하러 오던 사촌동생의 수업을 어제 끝냈다.
주말마다 적당한 양의 숙제를 내주었는데 녀석은 한번도 제대로 해온적이 없었다. 주말마다 집에서 무얼하며 지내는지 그것까지 내가 신경써야한다는 건 정말이지 지독하다 싶다.
주말마다 읽으라고 건냈던 책들도 하나도 읽지 않았고, 아이가 책을 읽는지 검사해달라고 작은엄마께 부탁드렸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달에 시험기간이 잡혔고 그러니 저도 어쩔 도리없이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시험기간이 잡힌 것과 상관없이 녀석은 숙제를 제대로 해오질 않는다. 처음부터 잘못 잡은 내 탓일 수도 있다.
사실 전번 월요일엔 화가 많이 나서 이런식으로 할거면 우리집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 물론 작은엄마께도 전화드렸다. 미안하다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 금요일에 신신당부를 했고, 녀석은 알겠다고하고서는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그동안 해온 습관대로 해오지 않았던 걸 수도 있고, 정말 우리집에 오기가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이라고 우리집에 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의 거래는 빨리 끝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그 녀석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다만, 화를 내며 마무리 지은 것이 못내 아쉽다.
남편은 말한다. 세상의 공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고. 내 돈 주고 문제집 사고 우리집에서 내 가족들이 희생하며 공부를 했지만 그게 결국엔 공짜여서 열심히 안 한거란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마무리가 너무 안 좋았다. 끝을 아름답게 마치고 싶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