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이 둘을 모두 데리고 집에 있었다.
집밖에 나가면 바로 택시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려야하는데 남편의 몸상태가 안 좋았고 아이들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벽에 남편을 태워다 주고 10분정도 걸려 집으로 왔는데 아이들이 깨서 엄청나게 울었다.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아이들 우는 소리가 우리 동 앞에서 진동을 했다. 고요함 속에 아이들 울음이 울려퍼졌다.
얼른 올라가서 아이들 꼭 안아주고 깜짝 놀랐냐고 묻고 다음부터는 울지말고 전화하라고 알려 주었다.
A4용지에 큰 글씨로 엄마,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큰아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시켰다. 처음에 더듬더듬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아빠에게 시도때도없이 전화를 건다. 물론 엄마에게도.
그리고 오늘 유치원을 잘 다녀오면 할아버지, 할머니 전화번호도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총기가 밝은 현준이 약속을 안지키냐며 얼른 전화번호 적어달라고 졸라서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전화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통화를 한다.
6살이면 이런 일이 어렵지 않구나.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남편을 사무실까지 태워다주고 와도 괜찮다고 현준이가 말한다. 그러면 현수 울지 말라고 위로하고 자기가 전화를 걸겠다고 약속을 한다.
한번도 아이들만 놔두고 나갔다온적이 없었는데 처음 있는 일치고는 아이들도 엄마 말을 알아듣는 것 같고, 현준이는 이제 전화할 수 있으니 걱정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니 한시름 놓인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무지 흐뭇하다.
오늘 현준이는 유치원 가는 길에 울지 않았다. 어제 하루종일 보듬고 좋아할만한 일을 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었더니 마음이 좀 풀렸는가 보다. 비가 오는 길을 우산을 쓰고 뛰어가며 활짝 웃었다.
고맙다, 아들아, 잘 자라주어서. 너무 조급하게 굴었던 엄마가 반성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