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두 아이를 다 보내놓고나면 오전내내 내 자유시간을 갖는다. 4시간동안의 자유시간.
막상 자유시간이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던가보다. 황금같은 시간을 보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 보내놓고나서 집안 정리하다보면 반나절이 뚝딱 간다. 오히려 아이들이 없으니 그 시간에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곳들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니니 반나절도 오히려 모자른 것 같다. 남편도 사실 집안일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 높아졌다.
방학동안에만 봐주기로 했던 사촌동생이 여전히 오고 있고, 아이들이 함께 있는 시간에 한참 저녁준비하고 저녁을 먹어야할 시간에 오니 이것도 참 못할 노릇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음달 말일에 중간고사까지 본다는 아이를 지금와서 돌려보내는 것도 참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게 내맘같지가 않아서 당장 공부해야 할 녀석은 공부하기 싫어하고 주말동안 내준 숙제는 거의 해오질 않는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시켜야한다는게 오늘은 정말 신경질이 났다. 그래서 한마디했더니 소심한 녀석이 훌쩍훌쩍 운다. 집으로 그만 가라고 보내고 싶지만, 여기까지 꾸역꾸역 찾아온 걸 그냥 돌려 보내기도 뭐해서 공부를 시키긴 한다만, 오늘은 유난히 짜증이 난다.
다섯살에 유치원에 잘 다니던 현준이는 또다시 아침마다 울기 시작하고,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멀쩡히 옷 입고 나서, 신발을 신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 내 속이 내 속이 아니다. 도무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막상 유치원에서는 생활을 또 열심히 잘 한다는데, 아침이면 현준이와 실갱이를 한다. 작년에 잘 다녔으니 걱정없다고 생각했던 내 불찰이다. 걱정 많이했던 현수는 아무 탈없이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는데 큰아이가 내 속을 헤집어 놓는다.
오늘 유난히 짜증이 난 이유는 무얼까?
아무래도 내일 현수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인 것 같다. 함께 있을때는 몰랐는데 막상 어린이집에 보내고보니 편안하고 좋았다. 그런데 내일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을 한단다. 아직 아이들이 야외활동하기에는 서늘한 날씨인데, 원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실내활동이라면 좋을텐데 어린애들 데리고 굳이 야외활동 할 필요가 있을까?
주말에도 쉬지않고 일한 남편은 결국 몸살이 났다. 콧물도 줄줄 흐르고 온몸이 저릿저릿 아프단다. 그 덕에 남편의 도움을 못 받으니 나도 좀 힘들다.
사는게 참 재밌다가도 없고 즐겁다가도 슬프고 그런거라는 걸 알면서도 또 미련스럽게 심술을 부린다. 언제쯤 철이 드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