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꿈인 선생님이 되었다면 참 좋았겠단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공부에 흥미가 없다는 사촌동생이 방학동안 우리집으로 공부를 하러 온다.
중1 영어, 수학을 봐달라고 부탁하시는데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봐줄 수 있는 한 봐주겠단 약속을 덜컥 해버린거다.
결혼초만해도 잘 사시던 막내작은아버지, 몇해전 부도를 맞은 이후로 생활형편도 여의치 않고 신혼부부가 살만한 집에서 다큰 아들녀석이랑 볶아대며 사신다. 사실 우리 어릴때야 학원다니던 녀석들이 몇명 되지도 않았다. 집에서 참고서(이것도 있는 집만 있었다) 하나 끼고 공부했었는데 요새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닌단다. 물론 동생도 학원은 다녔었단다. 근데 학원이라는 공간이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수학같은 경우에는 잘 못하는 아이들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영어도 선생님 강의 듣고 제대로 복습해야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말이다.
며칠을 오겠다고 사람 기다리게 하면서 안와서 안오는가보다 했는데 오늘 아침에 작은아버지가 데리고 오셨다. 우선 미리 구입해두었던 수학책 내주고 설명해주고 문제 풀까? 했더니 그냥 푼다고 하더라. 기초적인 문제들은 어느정도 푸는데 역시 난이도가 조금 들어가면 틀린다.
너를 정말 어찌해야하냐.
영어로 자기소개서 쓰는 란이 있었는데 자기 생일 쓰는데 달을 영어로 잘 모르는 듯 숫자로 써두었다. 내일은 달이랑 서수랑 기수 먼저 익혀줘야겠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완전 먹통은 아니다. 설명해주면 알아듣는 듯, 근데 이건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좀 갖고 있다. 내일 숙제해오는 거 보면 알겠지.
요즘들어 나를 생각할때 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어릴때 놀이도 꼭 선생님 놀이하면서 동네 꼬맹이들 참 잘 데리고 놀았었다. 그리고 뭔가 가르칠때 뿌듯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요새 좀 아쉽다. 학교 다닐때 공부 좀 열심히 해둘걸 그랬다. 근데 내가 선생이 될 팔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드는데 그전 학번까진 8명에게 교원자격증을 주었는데 우리학번부터는 4명만 주었다. 근데 내 등수가 5등이었다. 그중 한녀석 미리 포기하고 재입학 좀 해주지 포기도 안하고 소리소문없이 재입학해버렸었다. 그때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물론 다 지난 일이니까, 내가 너무 안일했으니까 모든 책임은 다 내게 있는 거라 그냥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아이들 좀 자라면 교육대학원이라도 입학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선생님 되는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기에 쉽게 도전하지도 못할 것 같다.
그냥 좀 아쉬워만 할뿐이다. 그래도 가르치는 건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