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정에서 모여서 대게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영덕에서 대게를 택배로 받아서 온 가족이 푸짐하게 대게를 먹었다. 친정에 가면 대개는 잠을 자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수를 낳은 이후로는 줄곧 집으로 돌아와서 자게 되었다. 아무래도 잠자리는 친정보단 집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집에서 친정에 가기 전에 병원에 들러서 갔는데, 현준이의 경우 많이 좋아져서 이번에 처방받은 약 먹고 약을 끊어도 될 듯 하다고 의사가 말했다. 현준이랑 나랑 모두 그 얘기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밤에 한알씩 먹는 알러지성 비염약은 아직 더 복용을 해야할 것 같단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었다. 조심하고 노력한 보람이 있는 듯 싶다.
할머니네 집에 가서 사촌들 만나서 왁자지껄 노는 건 좋지만 친정에 도착하기 전에 현준이가 잠은 집에 와서 자자고 그런다. 왜? 하고 물으니 민재랑 할머니가 하도 돌아다녀서 잠을 못자겠다고 그러는게 아닌가. 민재는 엄마 아빠랑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늘 늦으니 늦게 잠을 자서 우리 아이들과 잠자는 시간이 잘 맞질 않는거라고 얘길해줘도 잠잘때 어수선한게 싫다고 내게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서 알았다고 해주었다.
저녁을 좀 늦게 먹게 되었다. 대게가 기다려도 오질 않아 확이했더니 택배기사가 8~9시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 언니 저녁 먹을 건데 그렇게 늦게 가져다주면 어쩌냐고 화를 버럭내고, 난 옆에서 그래도 좋게 말해주지 좋게 부탁하면 오히려 빨리 갖다 줄 수 있지 않을까? 화내서 더 늦게 가져다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택배기사님 7시반쯤 가져다 주셨다.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했는데 계속 술을 푸는 남편. 난 아이들 살 발라주느라 제대로 된 대게 맛도 못 봤는데 초저녁에 큰언니랑 수산물시장가서 광어회랑 산낙지 사온거에 술만 마셔서 어찌나 얄미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이들 밥은 남편이 챙겨서 먹여주었다. 형부가 친구들이랑 송년모임이 있다고 빠지는 바람에 큰언니네 애들 3명을 같이 챙겨주느라 더 바쁘고 분주했다. 사실 대게 살은 형부가 잘 발리고 처제 먹으라고 통통한 살도 잘 챙겨주시는데 없으니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한참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집에 가자고 옷을 입으라고 했더니 안가겠다고 버팅겨서 삐질뻔했는데 현수가 순순히 옷을 챙겨 들고와서 입었다. 그랬더니 현준이도 그제서야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왔는데 그때 시간이 벌써 10시 40분이었다. 아이들 평소에 한참 잘 시간이라 바로 차 태우니 곯아떨어지고, 집에 도착해서 남편이랑 아이들 하나씩 안아들고 집에 왔다.
그런데 꼭 남편과 엘리베이터를 타야할 때는 늘 엘리베이터가 19층 아니면 20층에 가 있다. 어쩜 그리 시간들을 잘 맞추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 곯아떨어져서 자고 있다. 내일은 사촌언니 딸이 결혼한다고해서 다녀와야하는데 어느새 조카가 자라서 결혼을 한다니 믿기질 않는다. 아, 나도 늙어가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