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남편 친구의 어머님이 결국 명을 다하셨다. 위암으로 고생하시다가 완치되었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암이 자궁쪽으로 전이되어 손을 쓸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들었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던 어머님은 매일 기도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고 계셨는데 정말 돌아가실때가 되어가니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더 커지셨더란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던 자식들 심정은 오죽이나 아팠을까. 기독교에서는 주일을 지켜야한다고 3일장이 아닌 4일장으로 내일 발인을 한다고 남편이 관을 들어주지 못할 것 같아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단다. 어젠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집에 돌아와 하루종일 잠을 자며 틈틈이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 논산에 살고 있는 친구의 어머니는 우리 남편이 일하는 곳의 구내식당에서 일을 하셨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보이질 않았단다. 왜 그만두셨을까 궁금은 했지만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는데 이번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데, 그 어머님이 췌장암이라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데 아버님이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셔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가 더 문제라고 친구가 넋두리를 했단다. 아버님을 위해서 자기 부인을 본가로 올려보내야하는게 아니냐고. 물론 우리 남편 함께 오는게 아니라면 말도 안된다고 부인 입장에서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는데 얘기 들어보니 걱정없는 집이 없는 것 같다. 

또 한 친구는 아버님이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계신다는데 의료기기를 떼어낼 수 없다고 했단다. 우리 부부가 예전에 뵈었을때는 건강하셨는데 그게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의의 사고에 아버님을 그냥 놓아드리질 못하겠다고 했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소식이 모두 우울하고 가슴 아픈 얘기들이라 밤을 새워가며 서로를 위로하고 염려하는 자리를 가졌었다며, 근심없는 가정이 없는 듯 하다는 남편의 얘기에 정말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우리 친정 아버지께서도 며칠 바깥 출입도 안하시고 내내 침대에 누워 주무시기만 하시고 식사도 제대로 안하신다는 엄마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돌아가실때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에 열심히 걸어다니시라고 얘기했는데 걷다가 자꾸 넘어지신다는 것이다. 심지어 침대에서 일어나시려다가 벌써 여러차례 바닥에 떨어져 고생을 하셨단다. 아무래도 올 봄에 할머니 돌아가시면서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신게 큰 타격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 

어릴땐 날 예뻐해주시던 아버지가 참 좋았는데, 점점 자라면서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가 많이 미웠었다.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들로 가족들이 힘든 시절도 겪었기에 아버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들이 더 많았었다.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가 어떤 존재였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어리고 부족한 마음에 미워하고 원망했던 마음을 품었던게 부끄러워졌다. 좀 더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 계셨으면 좋겠다. 물론 엄마 힘들지 않게 거동도 잘 하시고 식사도 잘 하시면서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힘도 약해지시고 아버지의 자리도 점점 좁아졌었다. 아버지가 다시 회복되셔서 좀 더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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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1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히 살다가 명을 다하는 건 축복이에요. 그렇게 이 생 다하는 분을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삶을 함께 소망해요...

꿈꾸는섬 2009-12-14 14:44   좋아요 0 | URL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몸이 늙어가니 여기저기 자꾸 잔병이 늘어가시는 것 같아요. 노년까지 건강할 수 있게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노아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같은하늘 2009-12-1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아이들이 커갈수록 우리의 부모님들이 나이들어 가심을 기억 못하고 있다니...
오래오래 우리들 곁에 계셔 주시는 것 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될텐데요...

꿈꾸는섬 2009-12-14 14: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걸 전 결혼하고나서야 알았어요.ㅜ.ㅜ 살아계실때 더 잘 해드려야죠.^^

무해한모리군 2009-12-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참 저도 요즘은 결혼식보다 장례식에서 지인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지는듯 합니다.
어머니께 저도 더 자주 찾아뵈야 되는데 맘 뿐이고..
꿈꾸는섬님 책과노니는집 아직 안사셨지요?
제가 오늘 보내드릴게요 ^^

꿈꾸는섬 2009-12-14 14:4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어머님께 좀 더 애정을 표현해주세요. 멀리 살면 자주 찾아가기가 쉽지 않으니 전화라도 자주 드리세요.^^
요새 책주문은 거의 안하고 담아만 놓고 있었어요.^^
휘모리님 책과 노니는집 잘 볼게요.^^ 아마, 오늘 미강이 도착할거에요. 피부가 얼른 좋아지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다음에 시골에서 더 얻어 올 수 있으면 얻어 드릴께요.^^

후애(厚愛) 2009-12-1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께서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꿈꾸는섬님 힘내세요 화이팅~!^^

꿈꾸는섬 2009-12-14 14:4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애님과 후애님 옆지기님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2009-12-14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4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