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2시, 종로 피아노거리, 대학동기들과의 오랜만의 만남.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종로로 갔다. 나의 이십대가 숨어 있는 종로의 곳곳이 많이도 변했다. 우선 피아노거리, 예전 코아아트홀이 있던 그 길이 피아노 길로 바뀌어있었다. 문화의 거리를 만들려고 한 걸까? 조금은 낯설지만 나름 익숙한 곳, 골목 골목마다 나의 스무살 젊음이 베어 있는 거리를 걸었다. 중학교 1학년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에서 책을 보고, 책을 사고, 친구들과 시내에 나갔다 모든 경비를 잃고 친구의 과외선생님이 데려간 오백냥하우스, 물론 지금은 없어졌다.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니 골목마다 들어선 것들이 많이도 달라졌다. 자주 커피를 마셨던 커피하우스, 몇년뒤 아지트화되었던 마젠트,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 곳에 있었던 나의 추억의 장소. 첫사랑을 만나기도 했고 첫키스도 했었던 그 거리를 나이가 들어 오랜만에 찾아가니 그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십년지기들의 책을 고르기위해 모여 앉은 티포트라는 곳, 차 마시는 곳도 이제는 너무도 럭셔리해졌구나. 차한잔 값이 밥값보다 더 비싼 곳에 모여앉아 자신들이 들고 온 책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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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의견을 종합하여 우선 세권을 선택 -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
마지막 결정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과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 둘중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책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둘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신입생들이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정도는 읽어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모여앉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9명, 남자 4명, 여자 5명. 대부분 괜찮은 직업들을 갖고 있었고 스무살 철모르던 녀석들이 어느새 성큼 자란 걸 보니 마음 한편으론 짠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미혼, 결혼한 녀석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았고, 참석하지않은 몇몇은 아직도 취업 준비생이라는 이 시대의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하니 마음이 또 짠했다. 그래도 다들 어른들이 되어 만났는데도 스스럼없이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소문은 즐거운 소문도 슬픈 소문도 무성했다. 의외의 인물이 무협지를 쓰고 있다는 소식과 임용고시 1,2차에 붙었는데 3차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은 후배의 이야기도 있었고, TV를 통해 공개적으로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멋진 후배녀석의 소식까지 참 별별 희한한 얘기들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게다가 반가웠던 건 9명이 모인자리에 단 한명만이 흡연자였고 우리 모두를 위해 기꺼이 흡연자가 희생하는 반가운 일도 있었다. 또 아직까지 만남이 저조했던 우리학번들의 정기적인 모임을 갖자는 반가운 제안도 있었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그렇게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늘 나이가 많아도 친근하게 대해주는 동기녀석들 정말 좋구나.
3월말 잡혀있다는 동문, 신입생, 재학생 모두의 M.T까지 챙겨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준비한 작은 선물을 전할 수 있게 되니 마음 한구석 뿌듯하다. 가끔 생각나는 학교, 사람들, 모두가 보고싶고 함께 술잔도 나누고 얘기도 하고 싶다.
오랜만에 외출한 아줌마의 수다를 견뎌준 동기 경아야, 정말 고마웠다.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설프게 환승해 세번을 갈아타고 겨우 12시가 조금 넘어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데 눈을 비비며 마중나온 아들 현준이, 아무말없이 엄마손 꼭 잡고 다시 들어가 잠을 자던 아들아, 엄마 많이 기다렸구나. 많이 늦어서 미안,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렇게 오랜만의 외출은 끝이났지만 한동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