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이 되어가는 현수. 

분명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아들이냐고 묻는다. 아무리 분홍색 옷을 입혀놓고 분홍색 신발을 신겨 놓아도 현수의 얼굴이 여자아이처럼 갸름하고 예뻐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아이에게 못생겼다는 말은 대놓고 하지 못하고 모두들 귀엽다고는 하는데 우리 부부가 생각해도 요즘의 미적기준에는 너무도 못 미치는 게 사실인 듯 싶다.(그래도 우리 자식이니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얼굴 찡그리고 울어도 예뻐보인다.) 

오늘 남편이 심각하게 물었다. 현수 기저귀는 언제쯤 해치울거지?  

현준이때는 16개월 무렵에 거의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 계절상으로 그 무렵은 여름이었고 12개월부터 시작했던 대소변가리기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현수는 대소변을 가리는게 쉽지가 않다. 계절상으로 추운 겨울인 것도 있고 쉬와 응가 소리를 아직도 잘 못한다. 

보드북을 보여주고 다시 되물으면서 동물을 가르쳐보길 권해도 잘 하지 못하고 과일도 잘 구별해내지 못한다며 현수는 현준이 같지 않다는 남편, 현수에게 신경 좀 쓰지? 그런다. 

하지만 현수와 현준이는 엄마 하나를 두고 경쟁을 벌인다. 거의 힘도 세고 나이가 많은 현준이의 기세에 현수가 압도되기 때문에 현준이 책을 더 많이 읽어주고 현준이의 얘기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는 것이 사실이다. 두달 뒤면 현준이를 유치원에 보낼거고 그러면 현수에게 좀 더 많은 애정을 쏟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는 했는데 남편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너무 현준이에게 치우쳐 있는 건 아니었나하는 미안함이 생겼다. 

오늘 나의 다짐은 현수에게도 보드북을 완정정복할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것, 어느 날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할 날을 만들어줘야겠다.  

아이 둘을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 셋을 낳아 키우는 분들은 얼마나 더 힘이 드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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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1-0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8개월 해람, 아직도 기저귀 차고 있슴다. ㅠ.ㅠ

꿈꾸는섬 2009-01-07 21:23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아무래도 둘째가 늦는 걸까요? 해람이가 아직이라니 저도 여유를 가져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자꾸 남편이 옆에서 보채니까 저도 같이 조급하게 생각되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1-0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세째인데 세째는 혼자 큰다던데요 히히
제가 어렸을때보면 얼굴이 넙쩍하니 진짜 머슴애처럼 생겼어요. 장군감이란 소리 제일 많이 들었구요 ^^ 저희 오빠는 저랑 똑같이 생겼는데 또 이상하게 계집애처럼 곱상해요. 그래도 자라니 오빠가 더 곱상하긴 해도 저는 동그란 여자얼굴을 가지게 되었어요.. 사춘기가 지나면서 바뀌는거 같아요.(물론 지금도 예쁘다는 말보다 잘생겼다는 말을 더 많이 들어요 --a)

꿈꾸는섬 2009-01-08 23:5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ㅎㅎ 제가 괜한 걱정을 하며 사는 거군요. 저희 아이들도 스스로 잘 자라고 있을 거라는 말씀으로 들을게요. 저희 현수랑 현준이도 많이 닮았는데 현준이는 여자같고 현수는 남자같단 말을 많이 들었는데 휘모리님 어릴때도 그러셨군요. 현수도 휘모리님처럼 잘생기게 자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