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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 2월 22일 오후 8시30분~ 독서모임.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사람들이 켜 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 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갔다. 그것이 내 생의 황금빛 시절이었따. 여행은 내게 진정한 행복의 척도를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신반을 신고 나서면 언제나 그 순간에, 그리고 그 장소에 존재할 수가 있었다. 과거와 미래,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것을 가슴 아프도록 받아들여야만 했다. 매 순간을 춤추라. 그것이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생의 방식이었다. 바람을 춤추라, 온 존재로 매 순간을 느끼며 생을 춤추라. 자신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춤을 추며 신에게로 가라. 학교는 내게 너무 작은 것들을 가르쳤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었다. - P4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것이오. 좌절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여행을 계속하라는 것이오." - P40
"숙박비를 깍는다고 해서 방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잖소. 당신이 지금의 이 방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방 값을 깍는다해도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할 것이오." - P43
"신이 준 성스러운 아침을 불평으로 시작하지 마시오. 그 대신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해서 무얼 얻을 수 있겠고? 당신이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이오." - P45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일이오." - P47
"그대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대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걱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뀌진 않을 테니까!" - P48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 P63
"걱정하지 말아요. 난 원래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에요. 그러니 본전보다 밑지진 않은 거에요. 지금까지도 그랫뜻이 앞으로도 신이 모든 걸 보살펴 줄 거예요." - P72
"진리는 단순한 것이오. 마살라 도사(야채를 다져 넣은 인도식 팬케이크)를 먹을 때는 마살라 도사만 생각하고, 탄두리 치킨(닭고기에 향료와 요구르트 등을 발라 진흙 화덕에 구운 요리)을 생각하지 말것!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행복할 것이오." - P101
삶의 중요한 것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자신의 것이 되는 법 - P103
"음식에 소금을 집어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 넣으면 안 되는 법이오!" - P105
신은 그 거지 여인을 통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은 서로 만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이든 문둥병 여인이든 누구나 만져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아무도 만져 주지 않는다면 길에 버려진 망고 열매처럼 영혼이 쪼그라들어 버린다는 것을...... - P125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아무리 가벼운 것도 무거운 법이다. - P129
"신이 창조한 날은 단지 오늘뿐이란 말이오. 어제와 내일을 만드는 건 바로 우리 자신들이오. 안 그렇소?" - P143
잔티는 대답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 "이곳 바라나시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게 될 거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내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을 떠나와 하릴없이 여러 날을 보냈지만, 나 역시 그 어느 시간보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은 유일하게 시간만이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의 삶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한두 개의 꿈을 되찾으려는 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 P165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의 삶에는 봄이 왔나요?" - P167
"그대는 왜 부처가 아닌 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언제까지 그렇게 부처가 아닌 것처럼 가장하며 살 것인가? - P196
"당신들은 언제나 다음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다음이란 없어요. 내 말을 잘 들어요. 우리도 항상 다음으로 미루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라를 빼앗기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집을 잃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우리가 뒤로 미루기만 하던 일들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중략) "우리의 삶에 다음이란 없어요. 지금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중 하나일 뿐이에요. 늦기 전에 그걸 깨달아야 해요." - P203
"당신들 여행자들은 왜 그렇게 맨날 바쁘게 돌아다니죠?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는 여기 하루는 저기. 그렇게 빨리 다녀서 얻는 게 무너가요? 다람살라를 3일 만에 떠난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못 본 거나 마찬가지예요." - P204
"나는 내 고장어인 마르와리어와 내가 기르는 낙타들의 언어, 그리고 신과 대화를 나누는 영혼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안다오. 뒤의 두 가지는 아마도 당신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일지도 모르겠소." "당신들이 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해도, 신과 대화를 나눌 줄 모른다면 그 모든 것은 쓸모없는 일일 것이오." - P217
인도는 내게 무엇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세상을 사람들을, 태양과 열기에 들뜬 날씨를, 신발에 쌓이는 먼지와 거리에 널린 신성한 소똥들을, 때로는 견디기 힘든 더위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적막한 기차역에서 잠들어야 하는 어두운 밤까지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서은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가 누구이든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여행자로서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였다. - P246
‘인도를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 (중략) 인도에서든 삶 속에서든 나는 신비를 발견하는 눈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고자 했다. 따라서 나는 신비주의자라고 나무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신비를 찾아가는 자이고,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당신의 삶이 외로울 때, 그 외로움을 소란스러움과 친교로 채우기보다는 평화로움과 인상적인 대화, 진리에 근접하는 경험들로 채우려 한다면 마따히 인도로 갈 일이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릴 일이다. 진정한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나는 자유라 부른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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