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광기는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광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그 아슬한 경계 선 위에 있지만 얼마만큼 잘 조절을 하고 제어하느냐에 따라 표출되거나 잠재되거나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돌고 마음에 맺혔다. 더구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집안에서 자라고 마음의 상처가 계속 쌓인 상태에서 감춰야만 했다면 그 누가 아우구스티나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 같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편견 가득한 아버지, 가족과 자신의 행복보다는 남들에게 보여 지는 것을 더 중시했던 차가운 어머니, 폭력과 광기가 난무하는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는 오빠, 여자처럼 말했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수시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불쌍한 동생, 여동생을 배신하고 제부와 불륜 관계였던 소피 이모, 그 숨막힐 듯한 관계 사이에서 억눌린 공포와 이중적인 마음을 가진 아우구스티나는 지칠 대로 지치게 된다. 광기는 이미 아우구스티나에게 이미 깊이 잠복해있던 무서운 결정체였다. 어느 시기에 드러날지 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은 콜롬비아의 비극적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온갖 사치스러운 상류생활을 하고 명예를 중시하며 자신들은 다른 콜롬비아 인들과는 다른 계층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우쿠스티나 가족들과 그 주변인들은 실상은 지금의 콜롬비아를 좀 먹고 있는 무서운 현실에 최대한 적응하고 비리를 이용하는 집단들이다. 비리와 폭력 위에 세워진 유리 성 같은 곳에서 아우구스티나의 삶은 시작되었고 광기는 그녀와 함께 자라나기 시작한다. 

가족을 해체시킬 수 있는 추악한 진실을 동생 비치가 터트린 날,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외면했던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실망한 비치가 집을 떠나던 날 모든 것은 일시적으로 멈추었고 아우구스티나도 가출을 한 후 한 때는 문학교수였지만 지금은 개 사료를 배달하는 아길라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한 때 가졌던 모든 것을 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광기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고 드러나는 것은 순간이었다. 아길라르가 아우구스티나를 떼어 놓고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지내기 위해 출장을 갔다 돌아온 그 짧은 나흘 간은 그녀와 그의 인생을 송두리 채 바꿔놓게 된다. 광기에 휩싸인 아우구스티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적대감으로 아길라르를 대하게 되고 아길라르는 소피 이모의 도움으로 아우구스티나의 과거를 되집어 보면서 그녀의 광기를 이해보려 노력하게 되면서 숨겨진 무자비한 폭력과 광기, 피폐된 삶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광기'는 한 개인이 겪게 되는 광기는 주변인들에 의해, 사회 상황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콜롬비아가 처해 있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상류층이 결탁된 비리와 폭력은 상흔처럼 대대로 이어지고 숨겨야만 치부로 남게 된다. 여전히 이러한 상황들을 치부로 광기로만 여기고 숨기고 억누르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대물림 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 속 광기일 것이다. 아우그스타나에게서 표출된 광기는 결코 무시해서도 덮어 두어서도 안 되는 우리의, 나의 자화상일 것 같아 읽는 동안 마음이 답답했고 그녀의 광기의 경계선에서 함께 마음의 길을 잃기도 했고 속이 상하기도 했었다.   

'광기'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너무나 생소한 문법과 서술규칙에 당혹스러웠다.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서술과 독백, 대화를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형식을 취해서 헷갈리기도 했었다. 그러다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의 심리상태에 근접하는 방법이겠구나 싶으면서 오히려 익숙해졌다. 처음 읽게 된 콜롬비아 출신의 작가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광기'는 모든 면에서 독특하고 마음에 뭔가를 꾸욱 눌러주는 듯한 느낌을 준 소설이었고 아우구스티나의 슬픈 광기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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