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네씨, 속터지네...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4월

처음 앞부분을 읽는데, 속이 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어찌나 어리버리하게 사기꾼 2인조한테 지붕을 맡기고 한달여를 넘게 멍청하게 당하기만 하는지 ...

날강도 사기꾼 2인조를 쫒아버리고 나서야 제대로 낄낄거리며 나머지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타네씨의 어벙벙한 모습을 어디선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본 듯해서 더했는지도 모른다.(눈치채셨겠지요...)

 타네씨는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안락한 저택에서 홀로 살면서 지극히 시청률이 낮고 지루한 방송을 하는 다큐멘터리PD이다.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삼촌에게서 대저택을 유산상속받게 되면서 잔잔하던 타네씨의 일상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대저택을 유산받았다는데 너무 기뻐 찬찬히 저택을 뜯어볼 여유가 없었던 타네씨는 다 쓰러져가는, 그래서 절대적으로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저택을 떠안게 되었다. 하물며 조용히 세상과 마지막 인사만을 나누기를 기다리고 있던 저택을 소생시키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었고 자신의 아름다운 저택을 팔게 되었다.

그날부터 타네씨는 처음으로 '노가다 인생판'에 발을 디디게 되었고 그 와중에 세상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온갖 괴짜들을 다 만나게 된다.

보일러공, 미장공, 도장공, 수도관공 등등 그들이 보여주는 놀랍고 기발한 행동들은 때론 타네씨를 속타게 하고, 때론 그들에게 따뜻한 애정과 존경심을 느끼게도 된다.

타네씨의 일년에 걸친 기괴하고 힘들었던 대저택 복구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게 되고 소원대로 평화롭게 홀로 남게 된 타네씨는 저택에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서서히 동화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낸다.

그저 스쳐가는 손님이 아닌 진정한 동반자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며...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틀에 걸쳐 읽으며 타네씨의 속타는 심정에 같이 속터지고, 같이 짠해지기도 하면서 보냈었기에 나에게도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애증(?)이 다소 섞이게 된 재미난 책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타네씨는 그 징글징글맞던 공사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상하고 야릇하게도 한때나마 그 끔찍한 무리 속에 속해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어보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