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아아.. 나는 이런 이야기였다면 덥석 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정말 꿈에 볼까 두렵지 않은가? 너무 표지에 혹해서, 그리고 콩쥐팥쥐등 고전을 재 해석 했다는 것에 혹해서 나는 아무생각없이 읽기 시작해버린것이다.
사실, 나는 겁이 엄청나게 많은 인간중 한명이다. 그야말로 공포증이 심하다고 할 정도로 겁이 많고, 남들도 쉽게 읽어낼수 있는 이야기도 나는 읽으면서 늘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기 일쑤다. 심장 벌렁거리는건 필수. 그런 나이기에 잔인하거나 무서운 얘기는 멀리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책은 <모던팥쥐전>은 사실 그런 이야기인줄 몰랐던거다. 물론, 여기저기 소개글이 많아서 힐끔힐끔 보긴했지만, 책을 읽기전에 많은 내용을 알아버리면 재미없을거 같아 대충 훑어본 정도다. 그래서, 그저 고전을 재해석했다는 것에만 혹했다. 얼마나 재밌는가. 모든 이들이 콩쥐에 관심을 가지고, 착한이에게만 관심을 가질때 팥쥐에 대해 한번더 궁금증을 가지는 것이 말인가.
일단 이책은 콩쥐팥쥐, 여우누이뎐, 우렁각시등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을 약간 으스스하게 재해석해서 색다른 이야기를 자아내는 단편들이 몇편 실려있다. 그야말로 으스스하다. 머리끝이 쭈뼛거리니..... 이책을 읽기시작했을때 그 무서움때문에 대낮에만 읽기로 결심하고 저녁에는 다른 책을 읽어야했다. 난 정말 죽어도 으스스한건 싫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너무 재미나다는데 있다. 무서운데, 읽을수록 깊이 빠져든다. <모던팥쥐전>이기에 콩쥐팥쥐 이야기를 먼저 소개해야하지만 나는 "자개함"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여우누이뎐이 상당히 흥미로웠고 으스스했으며 반전마져 대단했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타나는 아이완의 삽화는 그런 으스스함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했으니, 심장 약한 내가 읽으며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 그런데도 꾸역꾸역 재미나서 다 읽어낸 내 자신이 대단하다. 아니, 그 만큼 책이 재밌고 흡입력이 있다.
줄거리를 설명해야하지만, 이야기의 반전 묘미가 깊어 스포성이 돼 버릴 우려가 있어 줄거리를 소개하기가 영 어려워진다. 자고 일어났더니, 1년이라는 기억이 사라져 버리고, 오른쪽 팔마져 잃어버린 남자 이야기. 20년전 죽은 친구에게서 편지를 받고 친구의 약속을 지키는 이야기, 죽은 남자친구의 영혼을 불러내는 이야기등등 간단한 줄거리 소개만으로 섬뜩하지만 재미가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차라리 실체가 있는 살인이야기라면 좀 무섭더라도 나는 섬뜩하진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실체가 없이 상상을 해야하고 뭔가 으스스한 기분마져 느끼게 하는게 오히려 더 무서웠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으스스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는 데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기 아쉬울정도로 가독성 역시도 대단하다. 조선희 라는 작가, 솔직히 나는 처음 들어봤는데 이번 기회에 머리속에 각인이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럼에도 완벽한 별다섯을 주지 못하는건 내 겁많은 성격탓이니 어쩔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