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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안야 프뢸리히 지음, 게르겔리 키스 그림, 유혜자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동화라는 건 어린아이들이나 읽는책, 그도 아니면 아주 유치한책 이라는 인식이 머리속에 있었다. 그래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다 자란 내가, 아니 이젠 늙어가는 내가 동화를 읽을 일은 없을꺼라는 단언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요즘 참.... 동화 읽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고 동화속의 상상의 세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라는 깊이를 따라 들어가다보면 또 그만큼 재밌고, 감동적이 이야기가 없다 싶다. 사실, 동화를 가까이 한 계기는 그야말로 뱃속에 아기를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읽고 우리 꼬마에게 좋은 옥석(?)을 가려주고자 하는 맘에 출발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동화책이 오면 일단 아직 책을 읽지 못하는 꼬맹이를 대신해 내가 읽는건 당연하지만 좀 멋진 동화책은 행여나 우리 꼬맹이가 찢을세라 책장 높이 올려놓고 꺼내주지 않는다. 이 좋은 좋은 책을 아직 글도 모르는 우리 꼬맹이가 찢어버리고 접하지 못하게 될까 안타까운거다. 그래서, 글을 읽을 줄 알게 될때까지는 일단 꽁꽁 숨겨두기로 한다. 그대신, 적당한(?) 보드북 정도는 늘 꼬맹이 손 가까이 두려고 노력하고, 찢어도 상관없는(?) 정도의 동화책들은 늘 주변에 늘어두고 있다.
어쨌거나, 그런의미로 동화책을 읽고, 가려내는 내눈은 언제나 매눈처럼 날카롭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화를 읽을때의 나는 늘 엄마미소를 짓고있다. 아, 이거 왜 이렇게 웃기고 재미난건지, 또 왜 이렇게 감동적이고 기발한건지...... 동화의 세계란 정말 무궁무진하다.
이책도 사실, 처음 제목에서부터 박장대소를 하고 들어갔는데, 책을 읽다보니, 이런 기막히기도 멋지고 재미난 글을 상상하고 그리고 써냈다는 사실에 아주 감탄하고 있다.
동물들에게도 화장실이 생긴다면?? 오호~! 정말 누가 그런 상상을 해볼수 있단 말인가? 정말 단순하게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상상은 정말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작가 안야 프뢸리히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하고..그림속의 동물들은 어느날 숲속에 생긴 화장실에서 우리에게도 멋진 화장실이 생겼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과연 동물들에게 화장실이 정녕 필요한걸까? 그들도 그들만의 방식이 있고, 그들이 취하는 방식이 있는데 말이다. 결국, 그런 방식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더랬다.
이런 멋진 이야기책을 만나면, 내 손은 또 높은 책장쪽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읽어주는 것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 꼬맹이가 아직은 좀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을 늘 가까이 두는걸 좋아하고, 책만 보면 덤비는 걸 보니, 영 책을 안 볼 꼬맹이는 아닌거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어서 자라서 이런 재미난 동화책을 엄마랑 읽어보자꾸나. 이책 정말 재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