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오오오, 황작가님 하마터면, 전 황작가님을 버릴(?)뻔 했지요.  <심청>을 읽고, <강남몽>을 읽고,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아아.....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 작가님이시구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은 아니다.  그래, 세권이나 나를 실망시키셨으니 더이상은 읽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생각이었지요.  주위분들도 그러셨어요.  한작가의 작품 세권을 읽고도 맘에 들지 않았다면 됐다고 그냥 맞지 않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찾아 읽지 말라고 말이죠.  네네, 그래서 전 늘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이놈의 <개밥바라기별> 표지만 침흘리며 보면서, 나랑 맞지 않는데 뭘, 더이상 보지 않겠어. 라며, 단호하게 생각을 굳혀버렸지요.  어쩌다 가격인하가 걸려도 꾹꾹 참아내왔다고요.  근데, 말이죠.  개인적으론 황작가님의 입담이 참 재미나고 좋았습니다.  아마도 이책을 출판하셨을쯤 독자와의 만남에 지인과 참석을 했었더랬는데, 어차피 저는 책을 읽지 않는터라 뭔말인지도 모르지만, 황작가님의 걸쭉한 입담을 듣는게 무척이나 재미지더군요.  그래도 어째꺼나 이제 저는 황작가님의 책과는 바이바이 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참 운명은 얄구지더군요.  책모임에 나갔더니, 누군가 이 책을 가져왔습니다.  아아, 이런 난 보지 않을테야.  라고 눈을 돌렸지만, 다른 분들은 이책을 다 읽으셨다고 그러시고, 결국 내가 읽어야하는건가? 라는 엉뚱한 의무감으로 이책을 집어들었지요.  그리곤 집으로 오자마자 이상하게도 이책이 자꾸만 눈에 밟혀 다른책을 뒤로하고 먼저 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건, 이건..... 그동안 내가 생각했었던 그런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그토록 싫어라하던 처절한 여인네의 삶도 아니고, 방황하는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참 오랫만에 성장소설을 접했지요.  황작가님도 말씀하셨지만, 우리나라 작품중엔 그다지 재미난 성장소설이 없는게 사실인거 같았습니다.  외국 특히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저는 일본소설의 성장소설은 꽤나 접했었는데 말이지요.  우리나라 성장소설은 그다지 많이 읽지도 못했지만, 혹여 읽었다해도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아, 제가 그토록 바라던 성장소설이, 방황하는 유준, 인호, 영길, 상진등이 마치 옆에 있는듯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더란 말입니다.  세상에......  저랑 맞지 않던 황작가님의 글이 맞던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전 정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네네, 제 시대랑 맞진 않아요.  제가 살아온 시대랑 맞진 않치만, 그래도 우리네 인생 젊음을 살아내가는 정신은 거기서 거기가 아닐런지요.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전 정말 기뻤습니다.  삼세판이라고 딱 이제 손놓고자 했던 황작가님께 다시금 기대감이 생겼고, 왠지 또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픈 욕심이 생겼거든요.  이런, 이런..이렇게 기쁠수가.  

근데, 물론 아쉬운점도 있었습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유준이긴 하지만, 여러명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되다보니, 어? 이건 누구얘기? 라며 한참을 헷갈려하다가 아하~하고 뒤늦게 주인공을 알아내야하는 고달픔이 있었습니다.  음..... 제가 너무 머리가 안 돌아 가서일까요?  암튼, 그런 부분은 좀 헷갈렸습니다.  그런점만 아니었다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뇌를 백배 공감하며 좀더 재미나게 읽었을 듯 합니다.  아무튼 말이죠.  좋았습니다.  그들의 갈등이, 고민이, 고뇌가 마치 제 얘기인듯 그렇치만 제가 될수는 없는 그런 부분이 맘에 들었습니다.  아아, 이거 그래서, 황작가님을 대가라고 하나들 봅니다.  음음..... 이번 신간도 찾아 읽어야겠지요?  아무튼, 방황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은 기분이 마구마구 드는 소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