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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평점 :
이런 한심한 나라와 한심한 왕이 있었나. 이런 미련스런 왕을 믿고 우리 조상들은 살아야 했던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생각이 그랬다. 한마디로 한심하고, 한탄스런 몰락해 가는 조선의 형상이었고, 이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 충신들에 그저 한숨과 함께 고마움이 밀려들었다.
최근 <명량> 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며 다시금 불멸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기대가 커지나 보다. 그런데 나는 어째 이순신 장군보다 그를 천거해 올린 류성룡에 대한 관심이 더 갔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시기가 이순신, 류성룡, 선조, 뭐 이런걸로 맞춰져 버렸나보다. 난 그저 옛날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번에 집어 들었건만.
자, 어쨌든 이쯤 선조시대의 상황을 살펴보자.
안일함에 뭍혀 있다 왜구의 침략을 받고 망설임 없이 백성과 궁을 버리고 달아난 선조. 무조건 명만이 구원해 줄 것이라는 의존증에 시달린 선조와 신하들. 하지만, 실지 명은 자신들만의 실리만 내세우고 오히려 우리나라를 도와주러 왔다는 허울속에서 백성들을 더욱 괴롭혔다.
여기서 사실 그동안은 간과했었던 우리나라 시대상황을 이 책은 다루고 있었다. 물론, 류성룡의 업적 위주이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실려있다.
첫번째가 군량미다. 어렴풋하게 <칼의노래>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 듯 한데, 이순신 장군도 우리 장수들의 먹거리를 걱정했었던 장면이 있었던것 같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 군인도 군인이지만 명나라 군인들의 군량미가 문제였다.
몇천, 몇만명이 와도 군량미가 부족하니 영의정인 류성룡이 이리뛰고 저리뛰어봤자 뾰족하게 나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선조에게 올린 글에서 그당시의 다급함과 우리나라의 척박한 현실이 잘 나타나 있었다. 구해도 구해도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의 한계에 부딪히는 판국이었다.
두번째. 명과 왜의 서로간의 실리를 위해 우리나라를 배제한 협상이었다. 명은 명대로 왜가 자신의 나라에만 쳐들어 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실지 망해가는 명은 왜를 겁내고 있었다.) 남부지방을 왜에게 분할해 주고 자신들은 북쪽지방만 지키겠다는 심사로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를 눈치챈 류성룡이 발벗고 나서지만 어디 류성룡 한사람 만의 힘으로 될 일이던가. 만약 이 시기에 여러 정황들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이어졌다면 우리는 이미 한일합방이나 청일전쟁 이런건 차치하고라도 임진왜란때 이미 남,북으로 나뉘고 남쪽은 일본이 북쪽은 명이 지배하는 세상을 맞이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째는 전혀 선조라는 임금 자체가 나라를 지키겠다는 애국이 아니라 오직 왕권만을 사수 하겠다는 어이없는 마음을 지녔다는 데 있다.
의병들이 일어나 명보다도 더 우리나라 국민들이 나라를 수호하고 있는데도 백성들을 믿지 못했고, 무조건 명! 명! 명만을 외쳐댄 안일하고도 의존적인 왕. 게다가 어느정도 땅을 떼어주더라도 자신의 왕권 수호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것이라고 생각하는 한심스런 왕이라니.......
오죽하면 이나라를 떠나 명으로 망명해 살아가겠다 생각했으니 한심해도 이런 한심한 경우가 있을까.
이외에도 총체적 문제들은 너무도 많았다. 왜구가 떠나가고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무조건 명을 위해 충성해야 하고, 그들만 믿으면 된다고 하는 왕과 신하들의 한심한 작태. 세계를 넓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맹신하는 의리만 강조하는 듯한 아쉬움.
충신인 류성룡이나 이순신 같은 이들보다는 다른 간계에 홀랑 넘어가는 임금. 그리고 신하들.
게다가 제대로 된 훈련이나 무기도 없는 정말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나라를 빼앗기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지닌 우리의 병사들. 군량도 무기도 훈련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진정 하늘이 도우지 않고서야 이 망해가는 나라를 지켜주는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이와 류성룡이 오직 탄식했을고.
책을 읽어갈 수록 울분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과거 역사 이야기지만 마치 현재로 이어지는 듯한 기분도 들고, 이에 비해 딱히 지금의 우리는 변화고 있는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류성룡 한사람의 업적을 다루긴 했으나, 그 속에 쓰인 이야기는 더 깊이있는 시대상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 깊이있게 생각치 못한 역사를 끄집어 내 이야기 해준 책이다. 안일하게 임진왜란은 이순신장군이 승리를 거둔 전쟁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그 깊이에 또다른 이야기들이 무수히 도사리고 있었다. 진정 그 시기를 이겨낸 것이 기적만 같은 순간이었다. 다시는 선조같은 임금과 그런 신하들이 나타나지 않길...... 백성들을 믿지 못하는 그런 임금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길.....
무조건적인 류성룡 찬양은 문제있지만 어쨌거나 그 어려운시기 영의정으로서 발벗고 이리뛰고 저리뛰었던 그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