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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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코야마 히데오... 세상에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데도 나는 제대로 알지를 못했다.

그가 쓴 책의 제목들은 많이도 들었지만 그의 이름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한번도 듣지도 못했는지.. 일본소설을 좋아한다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사람이라고 말하기가 뭣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아, 이런 이런.. 이래서 이사람 상 받았구나.. 이래서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큰 사건들을 파헤치고 깊이를 들어가는 것보다 사람들을 뒤통수 치는 얘기들로 미스테리물을 풀고 있었다.

특히나 경찰을 내세우면서 경찰들이 확실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것보다, 경찰은 주변에 머무르며, 마지막은 다른이들을

풀어내는 특이한 방식의 글이었다.   경찰이나 탐정들이 사건을 풀어가는 것에 익숙해 왔던 나에게 이런 글은 정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경찰내 조직의 인사이동을 담당하는 후타와타리... 그는 인사이동 퍼즐을 맞춰가며 경찰의 조직을 교묘하게 움직이는 담당자

였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경찰계의 거물인 오사카베란 인물이 경찰내의 조직의 질서를 파괴하면서까지 은퇴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후타와타리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가는데, 의외로 미제의 사건인 살인사건이 엉뚱하게 풀어진다.

이건 미스테리라기 보다 일상의 조직세계에서 참 어이없는 상황의 얘기들이 미스테리로 버무려지는 요코야마 히데오 만의

매력인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외 비리 밀고 사건을 파헤치는 얘기들, 현의원의 질의 내용을 미리 알아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을 각각 묘사하면서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조직내에서 살아 가는 이야기들이 교묘한 추리로 이어지는 미스테리라 하기엔

어쩌면 허무할지도 모르는 얘기들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뭐야 이거? 라는 실망보다.. 와~ 정말 색다르고 재밌다... 라는 호기심이

나를 사로 잡을 정도였다.

과연 상을 받을 만한 필력이라는 생각과 추리소설계의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져 신선함마져 느껴졌다.

요코야마 히데오..그의 글들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의 글을 하나씩 찾아내 읽어봐야할듯하다.

신선함의 미스테리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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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프
마쓰다 미치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리에는 사랑이 담긴다.  그건 참 간단하면서 이미 알고 있는 진실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늘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을때마다

그것에 대한 정성과 감사와 사랑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당연한 일이었고, 먹으면서 맛없다라고 투정하는 것 역시 아무렇치

않게 받아들였었다.

그런 나에게 요즘 며칠째 엄마의 부재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이며,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새삼느끼고 있었다.  그러던차에 나에게 날아온 "천국의 수프"

그냥 요리 얘기이겠거니 했다. 음식 준비가 힘들지만, 역시 책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수프를 만드는 장인을 그리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내용이 전부 틀렸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실연에 상처받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언어장애 언니의 마지막 유언처럼 되어버린말..정말 맛있는 수프와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말에만 의지하여 딸을 잃고 삶의 의욕을 놓아버린 엄마를 위해 그 수프를 찾아 나서는 유이코.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기 보다 상처주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상처들만 감싸안고 상대를 서로 배려하지 못하고

이혼을 택해야만 했던 "수프의 집" 보조 주방장 료스케..

그들은 각각의 받아들이기 힘든 크나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유이코는 제목 그대로 "천국의 수프"를 찾아 헤맸고, 료스케는

자식과 아내를 동시에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마음으로 아픔을 삭여야 했다.

하지만, 료스케는 아픈만큼 최선을 다해 온갖 정성을 요리에 쏟아 부었다.  보조로 일하던 "수프의 집" 사장이 지병으로 가게를

비운 사이 장인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매일매일 맛있는 수프를 정성스레 내놓았고, 가게는 여전히 잘돼 가고 있었다.  료스케 자신의

아픔 많은 생활을 제외하곤...

 

책 속 구석구석에 가족의 아픔으로 상처받은 그들이 숨쉬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하나 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될수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상처가 크지만 그 상처보다 더한 가족의 사랑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직접 수프를 만드는 유이코가 있고, 아내만을 생각해 수프를 만드는 료스케가 있었다.

요리 책이라고 절대 말할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

 

책속에서 묘사되어지는 요리들이 읽는 순간순간 입속에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료스케가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도

섬세해 마치 내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음식 먹을 준비를 하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향긋한 수프의 향기가 내코를 자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뛰어났다.  그리고, 그런 음식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심리묘사 마져도 맛있었다.

책이 맛있다는 느낌이 비단 요리가 많이 가미됐다고 해서 표현될수 있는 건 아니다.  그만큼 표현력의 맛스러움이 나를 입에 넣으면

스르르 넘어가는 수프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말그대로 정말 천국의 수프인 책이다.

료스케가 만든 수프가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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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힘들어 - 아내 이야기
박경남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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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책을 살때는 분명 그랬다.
몇십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가 서로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주길 바래서

따듯한 말들을 주고 받으며 다시금 사랑을 확인하게 하는 뭔가가 있을거라는

그런 기대감으로, 아직 시집도 안간 처자가 미래의 지침서로 삼고자 넙죽 구입

해버렸다..

"여보 나 힘들어.." 아내이야기와 남편이야기가 있는데 우선 아내이야기를 먼저

읽은 나는... 힘이 빠진 느낌이다.

서로를 다독이며 부부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얘기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부분까진

좋았다고 하지만, 그저 아내들의 푸념을 단편도 아닌것이 단편인것처럼 허접하게

엮어놓은 거 같은 이 썰렁한 기분은 뭐란 말인가.

물론, 한편한편의 글에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살아가야하는

구구절절함이 묻어나오는것도 사실이며 그렇기때문에 힘들다..라는 식의 이해는

해줄수 있지만, 그동안 "사랑과 전쟁"에서 매일 보아오던 얘기들을 그저 한권의

책으로 엮은거 밖에 나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뭘 그렇게 기대한건 아니지만, "여보, 나 힘들어." 라고 말할때.. 그게 제목이라고

정해졌을때는 거기서 분명 위로를 받고 싶어하고 푸념으로서 그 스트레스의 반은

해소하는것이겠지만, 이 글들에선 공감을 얻기보다는 왜 이렇게 유치한 에세이쯤으로

치부되어지는지 모르겠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40대에서 50대를 넘어가는 부부이야기기에

공감하지 못한단 말인가??

아니, 공감에 앞서 글 엮음이 허술한것에 대해서 더 안타까운지 모른다.

 

부부간의 방법론 제시를 딱히 원한건 아니지만, 결혼생활에서 묻어날수 있는

힘듦의 시간들을 극복해가며, 서로 보듬어가며 마음 따듯해지는 얘기들이 좀더

새롭게 와 닿았으면 이 아쉬움은 조금 덜 했을듯 하다.

 

맏며느리로서 시집살이를 해야하는 고충, 고부간의 갈등, 남편의 바람끼..

딱 세가지로 요약되어져 버리는 책인지라 뭔가 더 할 말도 없다.

 

푸념만 늘어놓은 식의 에세이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부부에게

그리고 미래 결혼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게끔 해줄순 없었던 것일까.

그 푸념에서 결혼이란 이런것이면 상대방의 삶이 이렇기에 서로 이해해 줄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인가?  

그러나, 나는 읽고 그런것보단 결혼하면 늘 같은 주제로 살아야할것같은 답답함만

느껴진다..  

남편이야기도 이지경일껀데 또 어찌 읽어내야 하는가..

이런 얘기를 공감못하는건 꼭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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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가쿠타 미츠요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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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얇은 책에 진저리를 치면서 읽었던 기억이 얼마전 야마다 에이미의 책이었던가?

그래도, 이토록 숨이 막힐정도는 아니었던것 같다.

단지, 기대했던 만큼의 야마다 에이미 글이 아니어서 실망했다는 정도였었다.

 

요즘 늘 일본소설들의 띠지를 보면 한번씩 "나오키상 수상작가"라는 수식어.

나오키상이 무슨 의미인지, 어떤상인지도 모른체, 굳이 검색해서 알고자 하는 느낌도 없이

그저 상받을 정도는 되는군..하는 식의 약간의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도 그 나오키상이니, 아쿠타카와상이니 하는 수식어들이 내가 책을 고르는데

영향을 끼친적은 없다...  그저 띠지에 그렇게 적혀있으면 그런것일뿐이다.

 

어줍짢은 사랑얘기를 기대하는것도 싫치만, 이토록 사람 숨막히게 하는 책도 맘에 들지 않는다.

페미니즘 추종자라.."이런 여자들이 여자의 적이야" 라고 외치는게 아니라 나는 그저 일반적인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데루를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

내친구 였다면 온갖 독설을 넣어서 정신차리라고 야단을 쳤을꺼고, 다시는 안본다는 말을 연발했을것이다.

 

사랑하면 콩깍지가 씌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말을 그토록 철저히 지켜내는 데루라는 여인..

한남자를 사랑하면 그를 위해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

철저히 자신을 그 남자에게 귀속시켜 버린다.

남자가 만나기 좋게끔 남자의 회사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다가 약속을 정하면 후다닥 뛰어가고,

지나가는 말로 중요한 야구경기 티켓을 구했음 하면 밤새 줄서서 기다려 회사에서 남은티켓이라며

그에게 건넨다.

그리고, 그녀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그남자를 위해 움직일 뿐이다.

직장에서 쫓겨나도 그남자가 혹시 자신에게 고지서를 내달라거나, 세탁물을 맡기거나, 심부름을 해달라고 할까봐

새직장 갖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연인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오직 데루 혼자서 그남자에게 헌신하고 남자가 알지 못하는 동안 자신을 희생하며 기다리는 것일 뿐이다.

마지막엔 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편안하게 만나게 할수있게 자신 또한 그 남자의 친구를 애인으로

삼아 끝까지 남자곁에 남으려는 데루의 스토커성에 아주 질려버렸다.

 

읽으면서 큰소리를 질러볼까? 책을 찢어볼까? --;; 라는 강한 욕구마져 일었다.

글 하나하나가 자꾸만 내 성질을 자극했다.

그 여자의 사랑이 바보같아서, 그 여자의 기다림이 바보같아서, 그렇게라도 보고자 하는 그녀의 맘이

안쓰럽고 짜증나서...

 

우습고 안타까운건.. 내가 사랑하는 방식도 어쩌면 그다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에

경악스러웠다는 것이다.  물론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고 그녀처럼 스토커는 아니겠지만

데루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려는 모습은 남이 아닌 나의 모습이라는데 더 숨이막혔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공감하기엔 쉽지 않으리라..

 

다시 가쿠타미츠요를 접하기엔 버거울듯한 느낌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지면 손을 잡게 될까..

진이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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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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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 그를 좋아한다.. 그를 존경한다..

사상과 이념으로 좋아하고 존경함을 따지지 말라..

그의 삶을 좋아하고..그의 삶을 존경할 뿐이다.. 물론, 그의 사상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수 있지만...

나는 그의 삶을 존경한다...

처음 장꼬르미에의 체게바라 평전을 읽기전까진 솔직히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언뜻 티비에서 그에 대한 소개를 본것 같기도 한데, 그것조차도 확실치 않을 정도로 난 그에 대해서는 무뇌한이었다.. 

우연히 구입한 책...  두께에 비해 반값이라는 말에 혹해서 그의 평전을 읽고, 완전 팬(?)이 되버렸다.

그리고, 체게바라라는 이름만 들어간 책이 나오면 메모지에 꼭 적어두고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직까진 이렇다하게 모으지도 못했지만...

아는동생이 생일선물을 해준다기에 무조건 체게바라 관련책을 요구했다.  가격대가 만만찮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두권이나 선물을 했다..

거창하게 체게바라 자서전이라는 제목이기에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던것도 사실이다..

평전이 아닌..스스로에 대해 적어내려갔다는 생각... 근데..이상하다...체게바라가 자서전을 쓸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가?????

아니나 다를까 이건 자서전이라기 보다 체게바라의 메모에 가까웠다..

처음으로 여행을 시작하던 시기에 노트들에 적어두었던 간략한 메모들..  쿠바혁명 당시 상황들..

아버지나 동료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그리고, 습작식으로 써놓은 글 몇개... 비공개된 사진들..

솔직히 체게바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책을 읽고 실망을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앞뒤 개요도 없이 연대별로 정리했다곤 하지만, 뭐가 뭔지 모르게 쓰여졌다..  물론,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구입하진 않을테지만, 처음 그에 대해 알고자 해서 이책을 선택한다면 그의 삶에 대해 관심도 갖기전에 책을 접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서전이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소품집이라고 표현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_-;;

어째꺼나 자신이 늘 외치던 위대한 아메리카를 위해 목숨까지 던진 혁명가로서 자신을 과시하거나 내세우지 않은 소탈한 체게바라의 모습을 다시한번 발견할수 있어 읽는 속도도 그만큼 빨랐던게 아닌가 싶다..  이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나를 기다린다.. 그책은 좀더 알차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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