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수프
마쓰다 미치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리에는 사랑이 담긴다.  그건 참 간단하면서 이미 알고 있는 진실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늘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을때마다

그것에 대한 정성과 감사와 사랑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당연한 일이었고, 먹으면서 맛없다라고 투정하는 것 역시 아무렇치

않게 받아들였었다.

그런 나에게 요즘 며칠째 엄마의 부재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이며,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새삼느끼고 있었다.  그러던차에 나에게 날아온 "천국의 수프"

그냥 요리 얘기이겠거니 했다. 음식 준비가 힘들지만, 역시 책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수프를 만드는 장인을 그리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내용이 전부 틀렸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실연에 상처받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 언어장애 언니의 마지막 유언처럼 되어버린말..정말 맛있는 수프와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말에만 의지하여 딸을 잃고 삶의 의욕을 놓아버린 엄마를 위해 그 수프를 찾아 나서는 유이코.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기 보다 상처주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상처들만 감싸안고 상대를 서로 배려하지 못하고

이혼을 택해야만 했던 "수프의 집" 보조 주방장 료스케..

그들은 각각의 받아들이기 힘든 크나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유이코는 제목 그대로 "천국의 수프"를 찾아 헤맸고, 료스케는

자식과 아내를 동시에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마음으로 아픔을 삭여야 했다.

하지만, 료스케는 아픈만큼 최선을 다해 온갖 정성을 요리에 쏟아 부었다.  보조로 일하던 "수프의 집" 사장이 지병으로 가게를

비운 사이 장인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매일매일 맛있는 수프를 정성스레 내놓았고, 가게는 여전히 잘돼 가고 있었다.  료스케 자신의

아픔 많은 생활을 제외하곤...

 

책 속 구석구석에 가족의 아픔으로 상처받은 그들이 숨쉬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하나 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될수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상처가 크지만 그 상처보다 더한 가족의 사랑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직접 수프를 만드는 유이코가 있고, 아내만을 생각해 수프를 만드는 료스케가 있었다.

요리 책이라고 절대 말할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

 

책속에서 묘사되어지는 요리들이 읽는 순간순간 입속에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료스케가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도

섬세해 마치 내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음식 먹을 준비를 하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향긋한 수프의 향기가 내코를 자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뛰어났다.  그리고, 그런 음식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심리묘사 마져도 맛있었다.

책이 맛있다는 느낌이 비단 요리가 많이 가미됐다고 해서 표현될수 있는 건 아니다.  그만큼 표현력의 맛스러움이 나를 입에 넣으면

스르르 넘어가는 수프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말그대로 정말 천국의 수프인 책이다.

료스케가 만든 수프가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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