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떤건지 모르겠다.
그저 어느순간, 일본소설이 눈에 들어왔듯 프랑스 소설도 웬지 어느날 아무 기척도 없이 내면속으로 파고 들었던듯 하다.
그렇다고 열광하는 수준까진 이르지 못하지만, 어째꺼나 프랑스 영화를 싫어하는 나에게 프랑스 소설은 왜 이다지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좋은 느낌으로 와 닿는건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때, 고슴도치가 우아하다니.. 말이돼? 그러면서도 무척 호기심이 생겼다.
우아한 고슴도치란 과연 어떤 고슴도친가..
고슴도치는 야행성이라 한다. 고로 자신을 숨기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다.
우선은 고슴도치의 습성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서, 책에서 주는 느낌이 어떨지 대충 감을 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습성을 지닌 사람들의 우아함.. 어째꺼나 수선을 끌고, 주목을 끌기엔 정말 꽤 멋진 제목이었다.
르네라는 수위일을 하는 중년여인..
남들의 눈에 비춰진 그녀는 뚱뚱하고, 못생겼고, 냄새나고, 남편과 사별한 과부라는 타이틀아래 대충 그쯤의 중년여인들이 낼법한
향을 풍기며 사는 꽤 잘사는 아파트의 수위였다.
게다가 권위와 부를 지닌 사람들이 거드름 피우길 좋아하는걸 간파한듯 무식한 수위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 주며 그들이
상상하고 주입한 수위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 그녀는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다량의 독서, 깊은 음악적 조예와 깊은 철학적 관념을 지닌 그 어느 교수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교양과 지식을 지닌 사람이었다. 단지, 수위라는 직업하에 남들이 바라는 인상대로 그 모습을 연출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르네가 수위일을 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잘사는 집의 딸 팔로마.
나이는 12살.. 그리고 14살에 자살을 할려고 궁리중이며, 집에 방화를 해서 가난한 집 사람들이 불에 타 죽던 모습을 상기시키려하며
그들의 고통을 조심이나마 주위사람들이 일깨우길 바라는 그러면서도 너무 똑똑하여 모든 지식을 지닌 아주 특이한 소녀가 있었다.
둘은 각자 자기만의 세계속에서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었다.
참 특이하지 않은가? 캐릭터들이..
마르크스와 프루스트에 관해 고민하는 수위아주머니와 14살 자살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이미 세우고 있는 어린소녀.
그리고, 그들은 완벽하게 겉으로 자신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고슴도치의 가시는 강하고 찔리면 고통이 오지만 그 가시속에 든 고슴도치의 속살은 가시와는
별개인것처럼 그들 역시 그런모습으로 세상에 속을 드러내지 않은채 겉을 연출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생각의 교감을 얻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일본인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만, 같은 모습을 한 그들은 서로를 느낄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소통을 하는 것이다.
첫 캐릭터 자체들이 웃음을 주지만 웬지 우습지 않은 그들이다.
그들의 생각이 이상하지만,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은 모습들이다.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거 같은 그들이지만, 웬지 그들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그들이다.
읽을수록 나의 지식의 얕음을 한탄해야 한다는거 외엔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난다는 사실이 꽤 잼났던 책이다.
많은 철학적얘기들이 나와 첫부분엔 사실 좀 당황하면서 머리도 아팠다. 그러나, 갈수록 그 깊이를 느꼈다랄까..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지식이 대단하다는걸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머리는 아프나, 그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었던 거 같다.
아쉬운점은 작가가 동양쪽에 관심이 꽤 깊은데 그게 일본이라는 것에 한국인으로서 아쉬웠다고 할까?
한국문학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가.. 초반부터 일본문학에 대한 상당한 조예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니, 결국 등장인물도 일본사람..
작가가 좋아하는 취향은 어쩔수 없겠지만, 그냥 그저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문화가 소개됐다면 하는 괜한 욕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