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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이런이런...... 우리나라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지리 궁상이라는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글로 씌여지고 책속 이야기가 어떤 뜻을 내포하는지 알기에 더 감정이입이 되버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에서는 언제나 새로울 것 없는 것들이 발견되기에 책읽는 재미는 늘 반감된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애국심(?)으로 우리나라 책들을 읽어줘야한다면 난 빵점일 수 밖에 없는 국민이다. 그러나, 책이 어디 그런 마음으로만 읽혀지는 것인가? 일본을 욕하면서도 일본소설을 즐겨읽는건 그들이 가진 새로움에 내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과거속에 헤매지 않고 뭔가 새로움을 추구한다. 가벼운 일상적인 얘기속에서도 머리를 번쩍 하게 하는 뭔가가 있기에 그런 새로운 자극을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의미에서 처음으로 만난 공선옥 작가의 책은 나에게 실망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이야기 소재가 한없이 처절해서 싫었다. 그 시절 그 어려운 시대의 얘기들이 읽는 내내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들었고 짜증스럽게 했다. 절망의 시대를 겪어온 사람들의 처절하도록 슬픈, 그러나 뭔가를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좋은 소재일수 있고, 그런 기분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내가 읽어봄으로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소재를 싫어하는 탓에 제대로 내용을 알아 보지도 않고 이 책을 집어든 내 실수가 가장 클 듯 하다.
고등학교 시절 어울리든 수선화 멤버들 하나하나의 이야기. 그중 마해금이라는 다섯딸 중 넷째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루어진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서 친구를 잃은 수선화 멤버들, 게다가 그 충격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또다른 친구, 아들을 낳기위해 새여자를 들인 아버지로 인해 조금은 엇나가버린 승희라는 친구, 그리고 그녀의 출산, 승희의 아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는 수선화 멤버들.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취업을 하는 정신과 데모대 앞에 서기를 두려워 않는 승규, 대학입시에 떨어지고 고모네 양장점에서 일하던 해금앞에 나타난 환. 그러나, 자신의 삶의 처절함과 고단함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해를 하는 그를 보면서 해금은 사랑의 아픔과 좌절을 맛본다. 결국 서울 재봉공장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도 노동운동의 바람은 시작되고 있었다. 단지 기본적인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살아갈수 있는 정당한 것을 요구했을 뿐이지만, 오히려 좌익등으로 분류돼 유치장에 갇히기도 하고 경찰의 손에 다치기도 하는 그들속에서 해금은 더 큰 좌절을 맛보고 다시금 고향으로 낙향한다. 수선화 멤버 승규의 죽음으로 다시 모인 친구들은 또 그속에서 울고 웃으며 봄날의 꽃을 기다리듯 그렇게 젋은 날의 가장 예뻤던 때를 보낸다.
내가 겪었다기 보다 우리언니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 간혹 언니들과 두런두런 둘러앉아 얘기를 하다보면 어린시절 남자들과의 소개팅에서부터 학교다닐적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도 한다. 그속에는 우리집 살림이 어려워 어린시절 가정부로 가야만했던 이야기도 있고, 그 집에서 무시를 당했던 이야기도 있고, 공장을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난 이해는 하지만 공감을 하지 못하고 듣는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완전 이해라는 말도 사실 우습다. 그러나, 간접적인 마음은 갖고 있는듯하다. 그 시절 그때는 모두가 그렇게 힘들면서도 울고, 웃으며 살아왔던거 같다. 게다가 그때가 꼭 가장 이쁠때인 꽃다운 스무살 시절인 것이다. 양껏 웃으며 행복만을 꿈꿔도 모자를 판에 그들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배우고 몸으로 느껴버린 것이다. 그건 책속의 마해금 친구들 뿐만 아니라 우리 언니들 또한 그런 기분이었으리라. 그리고,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아직 공선옥 작가의 작품을 이 책 밖에 읽지 못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니 생각보다 쉽게 책이 손에 들여지지 않는 탓도 있다. 그래서 한권만 읽기 판단하기엔 무리지만 그래도 웬지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다시 손에 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읽고파 하는 스타일의 책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다. 너무 가라앉고 침침한 이런 분위기의 책은 너무 싫다. 역시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 더 땡기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