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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바도라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8
미켈라 무르지아 지음, 오희 옮김 / 들녘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들녘시리즈를 모으고 있는터라, 나오기만 하면 일단 관심이 가고 본다. 어쩌다 만난 시리즈인데, 어려우면서도 여운을 많이 줘서 두고두고 읽어도 좋을듯 싶어 되도록이면 읽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늘 볼때마다 표지도 특이하고, 제목도 특이한 소설들이 꽤 많다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좀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솔직히 아주 얇은 편이다. 그런데, 초반 진도빼기가 엄청 힘들었다. 생소한 이탈리아 문학이다보니 단어들도 어색하고,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도 헷갈렸고, 동네이름도 헷갈렸다. 그러면서 연신 '아, 머리아파.'만 외쳐댔고,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라서 호기심이 컷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어려웠다 초반은.
<아카바도라>라 함은, 끝내는자, 완성하는자등을 지칭하는 말로, 흔히 안락사를 시키는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라고 한다. 그것도 역자가 알려주는 괄호속에서 알아냈지만, 어쨌거나 한단어를 알아내는 효과는 얻은 셈이다. 뭐, 그 단어 안것만으로도 일단 책 한권 읽은 보람은 느낀다. 크크
요즘 우리나라에도 안락사에 대한 찬,반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고, 개인적인 입장으론 이게 옳다, 그르다를 확실히 판단못하는 회색분자(?)처럼 이경우, 저경우 찬성과 반대를 오가는 상황이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안락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컷다. 그리고, 사실 글의 초반부에서 나는 어쩌면 보나리아의 역할 아카바도라의 의미를 파악했고, 그녀의 안락사를 시키는 일을 약간은 찬성하는 쪽에 손을 드는 편에 속했다.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영혼의 자식 (즉, 입양아) 마리아에게 진실을 얘기하지 않으므로서, 나중에 마리아에게 어쩌면 그런일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자식에게 또한 물려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가 보나리아에게서 돌아서는 계기가 되는건 마리아처럼 무조건적으로 아카바도라인 자신의 양엄마에 대한 반항이나 반대가 아닌, 그럴 수 있는 경우와 그러지 말아야 할 경우를 보나리아가 어겼다는 내 개인적인 생각때문이었다.
삶의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어도, 미치도록 죽고싶어도 그건 어쩌면 미쳐가면서도 세상에 순응해가면서도 극복되어지는 젊은이의 삶이 아닐까? 그걸 굳이 보나리아가 결정해 줬어야 했는가? 비록 그녀의 아픈폐부를 찌르면서 애원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녀의 선택이 잘 못 되었다고 본다. 그 젊은이를 절망에서 구해주려고 했어야 했으며, 그러고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서 그가 죽고자 원한건 어쩌면 한 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젊은이에게 앞으로의 기회를 빼앗은 셈이 돼 버린거다. 그래서, 난 보나리아의 선택에 실망했고, 안락사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서 버렸다.
그리고, 마리아와의 마지막 또한 뭔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나리아는 마리아에게 자신의 아카바도라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 때문에 죽지 못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자신이 아카바도라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한점 부끄럽거나 잘 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듯 한데, 이야기는 또 애매하게 맺어져 버려서 뭔가 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아무튼, 안락사라는 복잡한 사건을 이야기 하다보니, 나도 얘기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뭔가 깊이 있는 고민과 생각이 교차하는 책이었다. 어떤 것에도 확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책이었지만, 그만큼 느끼는 바가 크기도 했던거 같다. 안락사 과연 있어야 하는 것일까? 없어져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