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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ㅣ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꽝" 사실 저자가 자살했다는 자체에서부터 나에게 이책은 꽝으로 이름 붙여줬고, 그래서 늘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이름은 들어왔지만, 웬지 손에 들기 싫었다. 그 왜 뭐랄까....... 자살에서 주는 불길한 어감이 싫었다고나 할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고 싶었달까? 어쨌거나 그냥 그래서 싫었다. 그래서, 가까이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참 아이러니 한건 늘 "김광석"의 노래는 끼고 살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눈물흘린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참 구색이 안 맞긴 하지만서도) 그러거나 저러거나, 어쨌든 나는 결국 이 작가의 책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고, 웬지 앞으로도 그럴것만 같아선지 이름만 듣고 흘려들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역시 책이 주인을 찾아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 내가 그 책을 찾아가는 것일까? 결국 나는 이 책을 어제서야 다 읽었고, 지금 글을 쓰면서 자살따위로 그의 문학을 멀리하려던 내 생각이 새삼 틀려먹었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뭐랄까. 나는 정말 이 책에 나오는 무능력하고, 세상의 짐을 다 진듯한 주인공은 아닌데, 그런데 그 속에 내가 자꾸만 보인다. 나는 절대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게 살지 않으며, 쓸데없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약에 빠져 허우적 거리거나, 그도 아니면 여자에게 빌붙어 매일 술을 퍼마시며 되도않는 헛짓거리를 하는 인간은 아닌데, 자꾸만 내가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렇다. 이상하게 자꾸만 <인간실격>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서, 부끄러운가? 아니, 그런건 없다. 단지, 이런 쓸데없이 무능력하기만 한 요조라는 인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나 역시 자살을 시도하고자 하는 엉뚱한 생각을 품는가? 아니,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마져 생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인간이 이해되고, 내가 마치 요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동정도 아니다. 그냥, 이 책속의 주인공 요조라는 인간은 나 자신 자체인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간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듯한 이야기이듯이, 나 역시도 이 책의 주인공 처럼 그렇게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것이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하고, 어찌얘기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치만, 이런 인간이 되다만, 그래서, 결국 인간실격이라는 거창한 말로 "너 나가!" 라는 강한 어감이 드는 말이 되어버리지만, "실격" 그자체로 그 말이 그토록 와 닿는다. 나도 역시나 인간실격의 마음을 어느정도는 지니며 살고 있는것은 아닌가? 방황하고 고뇌하며, 그냥 시간가는대로 모든걸 맡기지만 정작 인간으로서의 인정받음을 제대로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는것인가? 아니, 그도 아니면 정말 인간으로 인정받는 자체는 무엇인가. 그 무엇으로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물음과 의문들이 한가득인 다자이 오사무와의 첫 대면이 되고 만다.
결국, 나는 그의 매력에 빠져버려고, 요조라는 주인공의 멍청한 짓거리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나의 인간 됨됨이를 생각해 버리게 돼 버렸고, 인간의 조건이란 뭔지, 아니 이세상에서 실격되지 않고, 합격이라는 거대한 답변을 어떻게 듣고 살아가야하는 건지 하는 많은 의문들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해 버렸다.
그의 고백처럼 들리는 이 글은 웬지 그가 살아서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그 속에 빠져들기를 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결국 인간으로서 실격은 당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아 이렇게 그의 글을 읽고, 인간의 합격점을 받기위해 아우성 친다.
이책은 그야말로 그래서, 그의 모든것이 다 담긴 <인간실격> 단 한편만으로도 할말이 넘치고, 감히 다른 이야기가 끼어들지 못하게 만든다. 그외 몇편의 단편들 또한 꽤나 나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나는 <인간실격>을 얘기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짧은 생’ 따위 보다 그가 남긴 ’긴 문학’ 따위에 관심이 가버렸다. 그리고, 단숨에 그의 문학"따위"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아,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였구나...... 그 말만 맴도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