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
체 게바라 지음, 김홍락 옮김 / 학고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체를 만난지 몇해가 지났지?  아, 물론 직접 만난걸 말하는건 아니다.  이미 그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를 만날수는 없는 것이다.  단, 그의 평전을 접한게 몇년전이던가? 하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결혼전이니 못해도 4년여는 넘은 듯 하다.  그동안 체게바라와 관련된 책들을 되도록이면 구해서 읽으려 노력해 봤지만, 생각만큼 많이 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일생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고, 그가 이룬 혁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되고,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남들에게 대충 말은 해줄수 있을만큼은 된것 같다.  똑부러지게가 아니라 좀 어리버리하게 말하겠지만 말이다.

늘 체게바라에 대한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면 하는 이야기는 "나는 그의 사상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위해 나아가는 그 정신력에 박수를 보내고 열광하는 것이다." 는  말이다.

그렇다.  나는 솔직히 혁명이니,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이런 것에 문외한이고, 그다지 관심도 두지 않는다.  어쩌면 굳이 따지자면 보수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잘 살면 그만이다는 단순한 논리를 갖고 있는 허접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내가 체에 대해 알고 싶고, 늘 같은 이야기임이 반복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관련된 책들을 찾는 이유는 그의 용기와 뼛속깊은 정신력을 배우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부러움이랄지, 동경이랄지 하는 그런 기분으로 그에 관해 찾아 읽는다.

이번에 그의 마지막 최후의 볼리비아 일기가 출간됐다고 했을때, 솔직히 또 그랬다.  '에고 이번엔 또 같은말을 얼마나 우려먹을 것인가.  그에 대한 책이 나오는 건 좋치만 늘 반복되는 말들, 그가 남겼다는 간단한 메모들의 재생산, 솔직히 그래서 지겹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그에 대해 몇권 읽어보지 않은 나지만 너무도 명백해서 사실 그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대충 몇권만 봐도 여기서 봤던 이야기가 저기서도 그대로 보여지는 것을 알수있다.  그래서, 또 우려먹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어라?  그래도 좀 틀리다.

정말 말 그대로 그가 마지막 혁명전선에 뛰어든 볼리비아에서 쓴 일기들이라 하나하나가 새롭고 그 기록을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내가 매복된 게릴라가 된듯한 생생함이 전해진다.  사소한것조차 놓치지 않고 꼼꼼히 메모하는 그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있었지만 이 일기는 읽을수록 그 맛을 더 알수가 있다.

정부군과의 전투, 전사자, 오죽하면 음식값까지 자세히 기록한 그의 일기를 읽다보니, 어쩌면 그 자신도 자신의 삶에 대해 늘 죽음을 준비하며, 후대에 남기기 위해 쓴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볼리비아 일기는 체에 관해 만난 책중에 간만에 반복적이지 않은 즐거운 만남이었다.  물론, 책 읽는 속도는 쉽게 나가지 않았다.  체에 관한 이야기는 늘 그렇다.  읽을때마다 시간을 더디게 만든다.  예전처음 평전을 만났을때는 무려 3개월을 그 책만 들고 다닌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번책은 겨우(?) 보름 걸렸으니 빠르게 읽어낸 셈이다.  이상하게도 체의 이야기를 만나면 나는 느려진다.  그 이유가 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그가 치루는 게릴라전을 나도 함께 치루는 느낌으로 읽다보니 감정이입에서 더 늦어진게 아닌가 싶다.
여튼, 오랫만에 만난 체는 여전히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수염을 기르고 있었으며(물론, 대머리 아저씨로 변장도 했었지만) 여전히 천식을 앓고 여전히 담배를 사랑하는 골초였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사상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혁명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