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공주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참 미안스런 말이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좋아함에도 역사속 여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게 없다. 늘 새로운 여인들이 나타날때마다 '어마낫' 하면서 기쁨의 탄성으로 책을 찾아읽어 보고는 하는데, 그래도 늘 한계는 있는 법이다. 이세상 책을 전부 읽을 수 없듯이 말이다.
일단 <정의공주>라는 제목에서부터 전혀 알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인물이었던지라 누군가? 했었다. 그랬더니, 훈민정음 창제를 소리소문(?)없이 도와준 세종대왕의 둘째딸이라 한다. 오호~세상에 늘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사들과 의논해서 한글을 창제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나에게는 정말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수 없었다. 정말? 정말? 이라는 말을 몇번이나 되뇌이며 책을 들었던 기억이 날 정도로 나는 무척 흥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늘 역사소설을 읽음에 있어서 이것이 진실이냐, 거짓이냐 하는 것에 고민이 앞서고, 소설이라는 걸 알면서도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좀 걱정이 되긴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간간히 <정의공주>에 대해 검색을 하면서 읽었다.
일단, 이곳저곳에서 찾아본 정도로 정의공주가 한글창제에 도움을 준 것만은 확실한듯 하다. 역사속에서도 나오고, 이책속의 내용을 보다보면 세종대왕 역시 학사들보다도 세자나 대군들 그리고 정의공주에게 많이 의지해 한글을 하나하나 창제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글쎄 정의공주에 대한 삶을 다룬 책이 아니고, 한글 창제에 도움을 준 이야기에 중점을 뒀기 때문일까? 그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실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그저 평이한 느낌의 글을 읽는 기분이다. 뭔가 높낮이가 없고, 그저 평범히 흐르는 듯한 느낌의 글을 읽어나가는 거라고 해야할까나. 하긴, 세종대왕 시대는 그다지 큰 사건이 없었다고 하고 태평성대를 이루어 나가던 시대라 이야기적인 요소로서는 재미난 일들이 별로 없어 역사드라마의 소재로도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새로운 공주이야기이고, 우리가 몰랐던 공주의 이야기이기에 좀더 큰 기대를 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글쎄..... 작가의 글 자체가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인지, 그저 읽는데 흥미가 돋는 내용이 그다지 없다. 한글창제에 도움을 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우나 글을 읽어가는 즐거움은 그다지 없었다. 역사소설이고 새로운 인물을 찾아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해도 일단 소설인 이상 지식과 더불어 좀더 재미있는 완급을 원한 나에게는 너무 평범히 흐르는 물같은 책이었다. 그래서, 왠지 심심한 느낌으로 책을 읽은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얼른 책장을 넘겨 그녀가 한글창제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분을 같이 느끼고 싶은 그런 기분조차 들지 않는다.
어쨌거나 세종대왕의 둘째딸에 대한 뭔가 새로운, 그리고 한글창제에 우리가 몰랐던 여인이 참여했고, 집현전 학사들보다 세종대왕의 자식들이 더 앞장서서 새로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쓰고 있는 글을 만들었다는 것은 색다른 사실이나,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