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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오, 그러고 보면 내가 이탈리아 작가나 영화배우를 알던가?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탈리아 작가의 글은 그다지 많이 보지 못한것 같다. 게다가 이 작가, 한마디로 경력이 어마어마 하다.
남들은 한가지 일도 제대로 못해내는데, 이 작가는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성우에 배우에 시나리오 작가에....... 읊기도 힘든 직업들을 두루두루..... 나처럼 한가지 일에도 버버벅 대는 인간이 있다보니 이런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러워서 침만 질질 흘린다.
게다가 역시 배우아닐까봐 작가 사진에서 뭔지 포스가 철철 넘친다. 수염이 너무 많은건 좀 아쉽지만..ㅡㅡ;
사실, 이탈리아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것도 없어서 책 역시도 이탈리아 작가의 문체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책을 펼쳤다. 뭔가 정열적인 느낌이 있어서(브라질도 아닌데...왠지 그래;;) 글에서 그런 느낌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
제목처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모든것을 행동할 수 있고,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꼬.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이기에 꼭 뭔가를 잃어가는 시간이 돼야만 잘못을 깨닫거나 후회하거나 뭔가를 반성한다.
로렌초의 어릴적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채 바에서 일을 하는 모습은 왠지 뭔가 낯설지가 않다. 우리들 역시도 그런 가난속을 허덕이며 지나온 시간들이 얼마되지 않았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빚독촉에 시달리는 고통. 아, 이건 우리집안이 진 빚이 아니라 친척의 빚때문에 개인적으로 내가 전화를 몇번 받아봐서 그 고통 어느정도일지 짐작은 간다. 그때 난 정말 전화조차 받기 싫었으니까. 우리집일 아님에도 그런 고통이 느껴졌으니 어린 로렌초의 입장에선 오죽했으랴. 하지만, 결국 사람에겐 죽으라는 법은 없는 법. 재능이 있다면 그 누군가는 알아봐 준다는 진실. 그의 앞길이 훤히 열리는 느낌이다. 그를 알아본 이의 제안. 하지만, 그는 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무겁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아버지를 버렸다는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은 어쩔수없는 느낌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는것도 주는것도 힘든 삶을 산 로렌초이기에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연인에 대한 사랑도 서툴다. 그리고, 비로소 모든것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자,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다. 어색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사랑했던 연인과의 관계도 이제 어그러져 사라져가는 느낌.
자, 로렌초 이젠 어찌 해야하는지 알지? 사랑을 표현하라구. 받을 줄도 알고, 주는것도 아는 사람이 되라구.
우리들은, 사람들은 참 바보같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후에야 겨우 후회하고 반성한다. 곁에 있을때 지켜주지 못하고,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다. 물론, 그건 나역시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진정 이 책의 제목처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사랑하는 이들이 내곁에 있어준다면, 그리고 나역시 그들이 곁에 있음을 표현할 수 있고, 화해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이 있을까?
우리도 표현에 서툰 로렌초와 같은 인물들인 듯 하다. 이탈리아 소설, 의외로 괜찮군.